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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後記

검봉산,봉화산 후기

강촌 검봉산,봉화산 산행후기

 2008.11.03

보기만 해도

걷기만 해도 즐거운 단풍철...

전국의 명산은 지금 가을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시성 (詩聖) 두보님의 詩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수레를 멈추고 석양에 비치는 단풍섶에 앉으면

모두가 시인이 되고 자연의 벗이 되지요 .

그러면 이제부터 11월 첫 휴일 산행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볼까 합니다.

순전히 꽃구름 느낌대로, 마음대로 쓸테니까 절대 따라 하시거나 태클은 사절입니다 ^^*

 

토요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서둘러 귀가를 했는데 잠이 오질 않았어요 .

왜냐면요,이름만으로도 그 유명한 강촌을 지나 간다기에

그럴려면 경춘선 기차로 이동을 해야 한다니까 소풍을 하루앞둔 어린이마냥

잠을 설친 거예요.^^
 데운 우유 한잔으로 겨우 두세시간을 자고 7시에 일어나서 청량리역으로 갔는데

오랜만에 나가 본 곳이라 청량리의 역사공사가 진행되는것도 몰랐어요.

옛날 역광장앞에서 두리번 거려봐도 별로 안면이 있는 얼굴이 없어 2층 매표소 앞 대기실에

앉아서 기다리니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8시20분까지 집결하고 배고픈 순대를 채우는 회원들도 있고

주말밤 과음한 사람들은 죽을 인상을 쓰고있고...

다양한 표정들로 검봉산행 회원들은 가을산을 사수하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열차시간이 되어 차를 타긴 했는데 한 명도 좌석이 없는거예요 ㅠ

이 무슨 황당한 시츄에이션인가요? ㅠㅠ

미리 한달전부터 예매를 했어야 되는데 전부 입석으로 1시간30분을 가야 하다니...

하긴 시즌인만큼 철도공사에서도 차편을 늘려서 경춘선 마니아들의 편리를 봐줘야 하는데

사나이 대장님에게만 원망할것도 아니네요 ^^*

그래서 자리를 잡은곳이 어디냐고요 ?

 

움 하하하....참말로 거시기해서 말을 못하겠네 ㅎㅎ

열차 제일 첫번째 칸 화장실 앞에 신문지를 깔고 앉았는데

그 창가에 먼저 자리잡은 오천평 아지매들이 덩치만 봐도 氣가 죽을판인데

우짠다고 그렇게 호박씨를 까 대는지...

그나마 옆에 앉은죄로 소주 한고푸 얻어 마시고 청주사과 몇 조각과

볶은멸치로 안주도 얻어 먹었지만 가평역까지 눈 한번 못 부치고

그 아지매들의 수다를 듣고 있어야 했다는 것이예요 ...(성격들이 좋아서 참음 ㅎ)

 

그렇게 스트레스를 입으로 푼 4명의 아지매들이 내린 다음역이 우리들이 내려할 할 강촌역 ..

♬날이새면 ~~물새들이 ~~시름없이 울던 그 강촌역에 모두들 하차를 했습니다.

역 맞은편엔 북한강의 가을물살이 은빛 햇살에 반짝이고 양사방으로 알록달록 나뭇잎들의

원색 향연이 시작되고 있었어요.

조금은 덜뜬 마음으로 강촌마을을 몇 분 걸어가니 "강선사"라는 자그마한 절이 나오고

그 길 왼쪽으로 이어진 능선길이 등산로였습니다.

 

며칠 전 내린 비로 상큼한 공기와 알맞은 온도와 푸른 하늘은 등산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지요.

검봉산은 제가 초행이라 그런지 시작부터 숨이 차 오르면서 간밤에 마신 술이 조금씩 깨는 것 같았습니다 ^^

그나마 노랑 빨강 단풍잎들을 보면서 시원한 산바람을 가슴에 품으며 일행들을 쫒아 갔지요.

역시 산오름회원들이라 씩씩하게 잘도 올라 가더만요 ..

얼마쯤을 올라갔을까요?

커다란 바위들이 동굴을 만들어 놓고는 우리를 테스트 하는거에요.

나무에 쇠로만든 체인이 밧줄을 대신하여 바위를 타는데

체인이 바위에 닿는 소리가 얼마나 요란하던지 마치 무당집의 방울소리 같았어요 ㅎㅎ

누가 말 안들으면 쇠고랑 채우려고 만들어 놓은것도 아닐텐데

희한하게 그런 체인을 만들어 놨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답이 안 나오네요 ^^*

그래서 깔딱바위를 한 개 넘고나니 산바람이 거세게 불어대서 콧물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

진희는 하도 코를 훌쩍거리길래 콧구멍을 솜으로 막아 버리라고 했더니

감기가 독하다고 그러대요 ^^

 

그리고,정인님이시간요?

통통한 체격에 아담한 싸이즈이더만 왜 잇몸이 아프다고 난리예요 ?

산에서 이빨 아프면 응급조치도 힘든데 우짜라꼬요 ? ㅎㅎ

그러니까 술을 조금 줄여야죠 ^^

그래도 소주를 1리터짜리를 가져와선 알콜로 양치하시려고 그러시남유 ?

누가 아프기나 말거나 대장님은 강행군이었고

발걸음을 옮기는 곳마다 수북히 쌓인 낙엽으로 길을 덮었어요.

세상에 그렇게 멋진 산에 진작에 가 보지 못햇을까~? 하는 후회도 했지만

지금이 더 좋은 걸 말하면 뭐하겠어요 ^^


인간사는 인과응보라고 담당변호도 없는 탄원이 낙엽처럼 흩날리는데.....

1시간30분쯤 올라가다보니 넓다란 곳에 자리를 깔고 런치타임에 들어 갔습니다.

제각기 준비해 온 음식들이 나란히 놓여지고 밥 한숟갈 떠서 입에 넣고 있는 ~데~(개콘버전)

제 뒤에 남자분 둘이서 버너에 불을 지피더니 금방 된장찌게 냄새가 후각을 파고 있는거예요 .

어머나 세상에 만상에...어쩜 남자의 찌게솜씨가 울 엄마보다 더 구수하고 감칠맛이 나던지...

식어버린 밥위에 한 국자 퍼서 말아먹었더니 지난밤 마신술이 확 깨는겁니다.

그 사람이 "사나이" 님이라고는 절대 비밀입니다 ㅎㅎ

카페에서 낭만언니가 알타리김치 담궜다고 자랑만 해 놓고 선에 안 가져와서 서운했는데요

친구 향기나(석순이)의 갓김치로 제마음을 달랬습니다 .

다음번에 잘 익혀서 가져 오셔요 ^^

과일로 후식까지 챙겨먹고나니 몸이 으시시해지고

또다시 강행군을 했지요.

 

검봉산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우회전해서 내려가다보니

검봉산을 찾는 등산객들의 편리하고 안전한 산행을 위한 {검봉국민의숲}조성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그걸 본 울 큰언니 "로라"언니의 한마디는

야들아~! "재들한테 내 별장 지으라고 시켜놧더만 자재값이 올랐는지 아직 기초공사하네 ~!"

그 한마디에 모두들 한바탕 웃고 떠들고..그래서 또 분위기 UP되었습니다.

춘천 국유림 관리소에서 공사를 맡아 하는것 같은데요 공사 끝나면 그곳이 쉼터가 되겠지요 ^^

 

배가 부르니까 다리에 맥이 빠지면서 게으름을 피우고 싶었는데

가야할 길은 멀고 해는 짧아지는데 ...아무리 낙엽에 눕고싶고 뒹굴고 싶어도 어쩌겠어요.

또 열심히 따라 갔죠 &^^

그러다가 호수가 있는 문배마을이 나오고 ...

그 마을 동동주집 앞에서 봉화산 등반을 할것이냐 말것이냐 코스가 나누어지고

다리가 아파 바로크랑 꽃구름은 봉화산 가기 싫었는데 ...

옆에 분들이 억지로 끌고 가길래 못 이기는 척 하고 따라 갔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

 

문배마을에서 능선을 따라 가는데 오모모..어쩜좋아요 ^^

아까 가기 싫었다는 말은 취소 하고싶어 지는거예요 .ㅋㅋ

그 곳은 습지처럼 생긴 계곡인데 맑은 물이 새소리와 더불어 흐르고

정글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꼬부랑 초목들이 아치형으로 숲길을 형성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다시 낙엽길이 나타났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사이에 첨 본 회원들과의 친분도 생기고

같이 사진도 찍고 정겨움이 물씬 풍겼답니다.

 

또,어느 산길을 걷다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아까운 곳에서

낭만 언니가 낙엽더미에 누웠는데 하필 엉덩이에 낙엽이 하나 낀 거에요 ^^

그 모습이 얼마나 우습던지 넋을 놓고 웃다가 쓰러지면서 제 썬글라스가 떨어진거에요.

그것도 모르고, 마냥 신이나서 오르다가 하늘을 봤는데, 눈이 시려워서 손을 대보니

썬글라스가 없어진거에요 ^^

다른 님들은" 에잇~! 그냥 잊어버려! "

그랬는데, 바른생활님께서 비싼건데 같이 찾아보자고 그러셔서 사알살 내려오는데

300M지나서보니 시커먼것이 낙엽위에 앉아 있는것이 아니겠어요 ..

 옛날 애인 만난것처럼 얼마나 반갑던지 꼬옥 안고는 일행들 꽁무니따라 뛰기 시작했어요.

숨이 턱턱 막혔지만 뒤처지면 안된다는 "바른생활님 "역시 이름값 하셨네요 ^^(고맙습니다)

 

간간히 발목까지 차오르는 낙엽더미를 볼 땐

저곳이 바로 구르몽이 구르다가 시를 쓰고

시몬이 왔다가 울고 가진 않았을까...

몸도 마음도 이 산에 푸~욱 잠기고 싶은 생각 간절했지만

시를 읊조리고 인생을 논하기엔 가을이 너무짧음을 느꼈습니다.

 

어째거나 하루에 산 두개를 넘었다는 자부심으로 저 구르미 마구 행복했어요.

평소에 까마귀 소리 싫어 했는데

어젠 이산으로 가도   까~아아아아~!!!

저산으로 가면 또 까 아아아아아아~~~~

왠 발성연습을 하는건지 마이크 테스트를 하는건지

그래도 글케 낭만적인 가을산앞에서는 까마귀를 나무라지 못하겠더라구요 ^^

하루종일 낙엽길을 걸으면서 등산이라기보다는 그냥 고궁에 산책나가서 밟는 맛이라 해야 될까요?

검봉산과 봉화산의 모든 낙엽길은 산오름 회원들이 사수를 하는동안에

늙은 해는 늬엿늬엿 서산으로 기울고, 6시간의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우리들도 조금씩 지쳐가면서 하산을 했습니다.

 

마을로 내려오니 어둠이 서서히 리틀강촌을 점령햇고

작은 연못에 물레방아가 돌고 있는 닭갈비집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려 들어 갔습니다.

검봉산팀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렸고 봉화산팀들과 합세를 하여

그곳에서는 꼬옥 먹어줘야 할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로 곱창을 달랬어요 ^^

사나이님의 건배제의에 일제히 술잔을 들고 한 잔 두잔 옆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얼굴빛이 어느정도 익었을 무렵에 가을잔치도 마무리를 짓고

다시 강촌역에서 7시30분발 청량리행 열차에 지친몸을 실었습니다.

 

청량리역 출발할 때 화실앞에 쪼그리고 갔으니 올 때도 당연하겠지요 ^^*

강촌역에서  한 구역만 앉아오다가 가평역에서 좌석표 들고 오른 아저씨께

체온만 남긴 자리를 인수하고 "하선명님"과 둘이 손을 꼭 잡고 객실밖 문앞 계단에서

하루를 이야기하며 왔습니다 (울엄마 보셨다면 울매나 불쌍했을까나 ㅠ)

반대편 문입구에 앉은 사나이님은 술에 취해서 혼자 쭈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주무시더군요 ^^

대본도 없는 영화를 찍으신 산오름 가족님들 ~!!

편하게 앉지 못했어도 그래도 무늬는 기차여행이었고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태어나서 원없이 밟아 본 낙엽~!!

지금은 갈색 낙엽도 한때는 초록인 날도 있었겠지요 ...

이제 입동도 며칠 남지 않았고

가을이 조금씩 떠나고 있습니다.

사랑을 하기엔 가을은 너무 짧고

이별을 하기엔 겨울이 너무 빨리오는 요즘....

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지는것이 단풍이듯이

이 가을속에 가슴아픈 이별도 많을거에요.

어제 보았던 무수한 낙엽들이 우리들에게 전해 준 추억들을

오래오래 간직하시면 좋겠어요.

 

후기글은 인물묘사가 묘미인데 제가 아직 산오름 늦둥이라 닉네임을 다 알지 못합니다 ^^

자주 술잔 부딪히다보면 얼굴도 이름도 익혀지겠지요 ㅋ

어제 함께 하신 산오름 가족여러분 반가웠구요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멋진 가을산을 리딩해주신 사나이님 고생 많이 하셨구요,

낭만님도 수고 하셨습니다.

울 님들~산바람 너무 쏘인 것 같은데 감기나 걸리지 않으셨는지요?
따뜻한 차 많이 드시고,다음에 또  산행 함께 하겠습니다 .

 

2008.11.03 꽃구름 올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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