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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後記

북한산 일요산행

2009년 6월 15일

북한산

 

 

조선시대 오악의 하나이며

대한민국 수도 서울시민의 허파같은 산인

 북한산행을 기다린 친구들...

그리구 우정방 제3기 출범의 싸인도 마르기전에

일요산행을 강행하고 권수가 대장을 맡았다.

새벽잠을 설치며 일단은 점심식사 준비로

가스렌지의 불꽃은 시퍼렇게 타고 있고,

큰언니가 보내 준 묵은김치를 도마위에 자르고 있는데....

창밖에서 후드득 빗소리가 들렸다.

아니 감히 선아공주가 북한산에 간다는데

 겁없이 비를 내리는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대여섯명이 먹을수 있는 시금치 국도 끓여놨고 ,

집에서 무공해로 키운 상추랑 콩된장도 싸고 ,

강낭콩을 슝슝 넣은 잡곡밥도 준비하고,

이제 배낭에 넣기만 하면 되는데

이노무 하늘이 나의 맘을 테스트 하는것 같아서

정은이한테 전화로 물어봤더니

지나가는 비라고..그냥 오라고 하네~~

 

 

 

어험..그래야징...

우정방에서 첫 일요산행인데

태클을 걸면 안되지이..암만..그라제에~~

조금  무겁게 느껴지는 배낭을 매고

혹시하는 마음에 우산과  우의까지 챙겨넣어

목동역으로 쫄래쫄래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갔다.

연신내역으로 가려면 일단은 종로3가에서 환승해야 하기에 ,

5호선 목동역에서 종로3가역까지  26분소요~~

종로3가에서 3호선 갈아타고 28분정도 가니 연신내역에 도착.

전철에서 내려 생각해보니 내가 아는 남자친구는 한명도 없었다.

조심스레 산행대장인 권수에게 전화를 하니

반가운 목소리로 길안내를 해 준다 (아고 이삔놈^^)

횡단보도입구에서 권수와 광운이랑 접선하고 건너가니

정은이와 경희,용수가 시장통을 가르지르고 있었다.^^

알고보니 연신내시장에서 족발을 샀나부다.

 

 

 

여섯명이 눈인사를 하고 사알살 걸어가는데 어디선가 두명의 사나이가 나타났다.

동호와 태순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인물들이 모인 것 같아서 즐거운 맘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불광동 주택가를 벗어나 등산로 들머리에 진입하자 갑자기 날아 온 진한 밤꽃내음새...

아아~~순식간에 후각이 마비가 되고, 오묘~한 기분이  여인네의 달뜬 가슴을 설레이게 했다 ^^

참말로 맛있는 밤이 왜 그러한 향기를 내야만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 밤나무 아래로 상추,쑥갓,당근,오이,시금치,각종 채소들이 파리하게 자라고 있었고

하늘은 약간 우울한 듯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러던지 말던지 우린 북한산 비봉을 올라야 하기에 넓적한 마당에서 몸풀기 체조 한 번 돌리고

얼굴 망가지기전에 기념촬영 한 번 하고, 잘생긴 소나무와 졸참나무를 보면서 올라갔다.

바람 한점 없는 후덥지근함이 짜증을 나게도 할텐데

모두들 싱글벙글 스마일의 연속이다.^^*~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고 다리도 뻐근해졌지만

누구한테 아프다고 말할수도 없다.(모두가 겪어야 할 과제이기에 )

어디쯤 올랐을까~촌철살인의 유머로 용수가 성대묘사를 한다.

순간적으로 80노파가 산행중인 것으로 착각을 한다.^^

또 잠시후,왠 휘파람새가 날아왔나 했더니, 또 용수가 새소리를 내었다 .ㅋ

참 아까운 인재가 썩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내가 처음 가 본 코스라 확실한 설명은 패스하고

첫번째 릿지를 한 바위 꼭대기에서 휴식을 가졌는데

경희가 수박이랑 오이를 건넨다.

타는 목마름에 갈증을 해소 시키니 어찌 탄식이 나오지 않을쏘냐~

그래서 내가 뱃노래를 굿거리 장단으로 한소절 외쳐 보았다.

옆에 소나무 밑에 아저씨들도 쳐다보며 수근거렸다 ㅎ

끝까지 부르면 그 아저씨들 옷에 오줌 쌀까봐서 한소절로 끝내고 다시 산을 오른다.

 

 

 

어느 바위틈에 양지꽃이 노랗게 피어 있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디카에 담기도 하고....

늦게 출발한 탁에 금방 12시가 넘어가고 1시쯤에 식사를 하기로 하고 자리를 둘러보는 친구들...

좋은자리를 찾는다는 핑계로 소변을 하고 온 것 같다 ㅎ

우리가 정한곳에 자리를 펴고 등산화도 벗는다.

산행의 메인 이벤트는 런치타임인 것 같다.

배낭에서 거내놓는 면면이 화려하다.

돼지족발,오징어파강회,야채전,상추랑 우엉잎에 묵은지 ,,,볶음밥에 볶은김치까지..

주류 또한 다양하다.

장수 막걸리, 대나무 이파리가 네개인 참이슬에 캔맥주까지..

단연 막걸리가 최고의 술대접을 받았다.

담엔 양주도 가져가야겠다.

어느나라 임금님의 수라상도 그렇게 맛나진 않을거라며

 주고받는 술잔속에 우정을 나누고 있는데

또 하느님의 심술이다.

 

 

 

빗방울이 하나 둘..점점 굵어진다.

남자들이 지붕을 덮었다.

용수는 지가 산에 오면 비를 몰고 온다고 자책을 한다.^^

이름뒤에 "수"자를 빼면 되지..ㅋ 그라믄 사진은 누가 찍어주고 ...ㅎ

어쨌거나 푸짐한 먹거리에 지나가는 뻐꾸기도 부러워 했다.

식사를 거의 다하고 술병이 까딱까딱할 때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그래도 차분하게 음식들을 챙기며 오히려 낭만적이라고 느꼈다.

어느 멋진 카페에서 그런 기분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겟는가~~~!!

마냥 행복했을뿐이다.^^

 

 

 

배도 부르고 알콜의 힘이 조금씩 작용을 할즈음에 비는 뚝 그치고

조금씩 맑아지는 하늘이 얄미웠지만

나약한 인간들이 우짜겠는가...

옆으로 보니 육중하게 솟아오른 백운대와 톱날처럼 날카로운 만경대가 보인다.

그 뒤로 젊은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불쑥한 노적봉이 

우리를 압도하며 산행의 보람을 일깨워 준다.

용수는 또 사냥개 소리를 낸다.

누가 그런다.

"개소리 하고있네~" ㅎㅎㅎ

태순이는 연신 입을 못 다문다.

조금만 싱거운 소리를 해도 배꼽 빠지게 웃는 태순이의 맑은 얼굴이 17세 가시나같다.^^

 

 

 

 한차례 소나기가 키큰 팥배나무도  키작은 풀나무들도 물을 듬뿍 먹고 있어서

숲길을 걸을때마다 앞장 선 친구의 옷이 다 젖는다.

우중의 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대우라고 해 둬야징 ㅎ

서서히 하산을 마음먹고 진관사로 향해 사부작 사부작 내려간다.

밀림 숲속처럼 길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악어떼처럼 씩씩하게 길을 헤치고 내려간다.

길이 아니면 가지말라 햇거늘...우린 개척정신이 투철한 우정방 산악회잖어...ㅋ

어디쯤일까~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내가 젤 앞장서서 왔기에 동호가 바위에 미끄러져 떨어진 걸 젤 늦게 봤다.

이끼를 밟아 몇바퀴 굴러 떨어졌는데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것 같았다.

산에서는 초보가 따로 없는 것 같다.

늘 조심...또 겸손을 생활화 해야 한다.

 

 

 

수풀을 헤치고 산딸기도 따 먹고 흐드러지게 핀 개망초꽃도 실컷 보고

빨갛게 익은 앵두까지 맛 보고  구름다리를 건너니 진관사 입구까지 내려 온 것이다.

진관사 밑 다리밑에 계곡물이 흘렀다.

지나간 소나기도 합류한 듯 물이 제법 있었다.

등산화를 벗고 발을 살짝 담그니 아아~~바위를 타고넘는 냉천,

그 꿈같은 물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젖은 몸을 의탁하기에 충분했다.

계곡을 따라온 바람이 젖은 몸을 휘감으며 살며시 일러준다.

"이러다가 감기 걸리겠슈우~" 하고...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간다.

걸어오는 동안 주변은 은평 뉴타운 개발로 땅들이 하늘을 보며 아우성이다.

길가에 망초꽃과 클로우버들이 도란도란 속삭인다.

경희는 풀꽃으로 팔찌를 만들어 내 오른손목에 채워주니 유년시절 옆집 머슴아가 떠 오른다 .ㅎ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지선 버스가 한대 오더니 구파발까지 실어다 주었고,

그곳에서 또 전철로 한 정거장 가니 연신내역이다.

 

 

 

시장으로 들어가서 뒷풀이 장소를 물색해 봤지만, 배낭 하나 둘곳없는 재래시장일 뿐이다.

시장통 골목을 빠져나오니 바다횟집이 우릴 부른다.

소주엔 생선회가 최고지..

스께다시로 나온 미역국과 개불,송어 껍데기로 먼저 술잔을 비우는

술이 고픈 친구들의 모습이 귀엽다 ^^

옹기종기 8명의 산꾼들은 첫 일요산행을 위해

정신적,물질적(?)으로 애썬 권수에게 박수를 보내고

오고가는 술잔에 이야기꽃으로 마무리를 한다.

처음 본 남친들 참 순수하고 스마트 해 보여 좋았고

두번째 본 여친 정은이랑 경희야~!

늘 처음처럼...내가 좋아하는 소주이름이네 ^^*

가끔은 토요산행도 하고 일요일은 쭈~~~욱

시골의 잘 뻗은 신작로 처럼 뻗쳐 나가보재이..^^*

담장너머 붉은 장미가 유혹하는 사이에 세월은 벌써 6월의 중순에 서 있다.

우정방 친구들 가정과 직장에 웃음꽃이 등꽃처럼 피길 바라며

 선아의 북한산 일요산행 후기를 살포시 접는다.^^*~

 

 

 

2009년 6월 15일 신정동에서 윤정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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