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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10월의 시

#10월의 시 



* 10월 / 오세영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
돌아보면 문득 나홀로 남아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저녁
분분히 지던 곷잎은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데 이지상에는
외로운 목숨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여 네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 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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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 박현자
   
시월은
내 고향이다
문을 열면
향토빛 마당에서
도리깨질을 하시는
어머니

하늘엔
국화꽃 같은 구름
국화향 가득한 바람이 불고

시월은
내 그리움이다
시린 햇살 닮은 모습으로
먼 곳의 기차를 탄 얼굴
마음밭을 서성이다
생각의 갈피마다 안주하는

시월은
언제나 행복을 꿈꾸는
내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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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임정현
    
햇살이 저렇게 눈부신 날엔
내 방이 누구에게 엿보이나 보다

억새풀 채머리 흔드는 지금
누가 맨발로 오고 있나 보다

한 사흘 벌써부터

산은
울듯한 얼굴
도대체 말은 없이
얼굴만 붉어
밤은 꿈이 길고 마음 산란히 흔들리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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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의 시 / 이정순
         
​달빛 쏟아지는 가을밤에
나는 왜 이리 슬쓸할까요

바람에 낙엽이 뚝뚝 떨어져
공원 벤치를 덮어 버립니다

​밝은 달빛에 그 옛날 추억이
살그머니 뇌리를 스치는 군요

​아! 가을은 슬픔이었나
내 가슴을 파고드는 그리움하나

영원히 잊쳐 지지 않는 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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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에 / 문태준
      

오이는 아주 늙고 토란잎은 매우 시들었다

산밑에는 노란 감국화가 한 무더기 해죽, 해죽 웃는다
웃음이 가시는 입가에 잔주름이 자글자글하다
꽃빛이 사그라들고 있다

들길을 걸어가며 한 팔이 빰을 어루만지는 사이에도
다른 팔이 계속 위아래로 흔들리며 따라왔다는 걸
문득 알았다

집에 와 물에 찬밥을 둘둘 말아 오물오물거리는데
눈구명에서 눈물이 돌고 돌다

시월은 헐린 제비집 자리 같다
아, 오늘은 시월처럼 집에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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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사흘 / 이선이
         
겸허한 새벽이 너에게로부터 왔다
마당의 감나무 첫 잎이 질 무렵
수많은 잎사귀들이 죽음에 무심한 동안
삶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올 것이 왔구나하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생에 무엇이 올 것인지
혹은 무엇이 오지 않을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와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다
말없이 내 망막에 어린 슬픔을 향해
너는 돌맹이 하나 물수제비 날리고 갔다. 나는
자서전이나 인생록을 탐독하는 인간은 아니다
묘비에 새길 글귀에 골몰하는 시인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시월의 사흘은 너의 부음을 타고 와
야윈 손가락으로 내 눈을 찌르며
설익은 푸른 감 하나를 떨구고 돌아선다
아무도 탐내지  않는
땅 위를 구르는 열매, 그 소리는
세상의 낮은 담벼락에 부딪혀
조용히 김잎사귀들을 말아 올린다
가을새벽의 부음은
내 생의 어는 굽이에 오지 않을 수도,
올 수도 있다
다만
서른 여섯의 부음은 너무 이르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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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딜 수 없네 / 정현종
            
갈수록, 일월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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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피천득

친구 만나고
울 밖에 나오니

가을이 맑다
코스모스

노란 포플러는
파란 하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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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박남수

들국화 옆에
들국화가 흔들리고 있다.
어깨 부비며 서럽게 시들은
들국화 옆에
들국화가 서럽게 시들고 있다.

이별을 위하여
내리는 서릿발에, 잎은
부황이 들고,
역시 부황이 든
잎사귀는 작별을 위하여
서릿발에 몸을 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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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가을노래 / 고정희

들녘에 고개 숙인 그대 생각 따다가
반가운  손님 밥을 짓고
코스모스 꽃길에 핀 그대 사랑 따다가
정다운 사람 술잔에 띄우니
아름다워라
늠연히 다가오는 가을 하늘 밑
시월의 선연한 햇빛으로 광내며
깊어진 우리 사랑 쟁쟁쟁  흘러가네
그윽한 산그림자 어질머리 뒤로 하고
무르익은 우리 사랑 아득히 흘러가네
그 위에 황화가
서로 흘러 들어와
서쪽 곤륜산맥 물보라
동쪽 금강산맥 천봉을 
우러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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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 이외수

이제는 마른 잎 한장조차 보여드리지 못합니다
버릴수록 아름다운 이치나 가르쳐 들릴까요

기러기떼 울음 지우고 떠나간 초겨울
서쪽하늘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서 그물이나 던집니다

보이시나요
얼음칼로 베어내 부처님 눈썹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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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 문인수

호박 눌러 앉았던
따 낸 자리
가을의 한복판이
움푹 꺼져 있다.
한동안 저렇게 아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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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 / 이기철

잘 익었는지 하나만 맛보고 가려다가
온 들판 더 엎질러 놓고 가는 볕살
베짱이 귀뚜라미가 나도 좀 데려가 달라고
악다구니 쓰는 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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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 장석남

홑것차림의 이런 말소리도 들려오는 것이다.
"단풍 들어"
"단풍이 들어"
이제는 띄엄띄엄 말도 놓는 사이가 되어
청색시대를 살러 오는 새털구름에게
나는 또 이런 응답을 놓아본다

그 근면으로 
내 눈과  귀의 단추 좀 풀어다오
내 혀는 네가 주는 노래로 반짝일 테야

서녘 바람에 해바라기가 
거짓을 쏘다보던 눈과도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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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시 / 류시화

그리고는 가을 나비가 날아왔다
아, 그렇게도 빨리

기억하는가
시월의 짧은 눈짓을

서리들이 점령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태양의 영토가 아니다
곤충들은 딱딱한 집을 짓고
흙 가까이 
나는 몸을 굽힌다

내 혼은 더욱 가벼워져서
몸을 거의 누리지도 않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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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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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 이재호

왜 그런지 모르지만
외로움을 느낀다.
가을비는 싫다.

새파랗게 달빛이라도 쏟아지면
나는 쓸쓸한 느낌인 것은 무엇 때문이가.
낙엽이 떨어진다.
무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불안하고 두려운 것은
또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잃어버린 것도 없이 허전하기만 한 것은
군밤이나 은행을 굽는 냄새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얼마나 가난한가.
나는 왜 살부빔이 그리운가.
사랑이란 말은
왜 나에게 따뜻하지 않은가.
바람이 분다.
춥다.
옷깃을 여민다.
내 등뒤에는 등을 돌리고 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울음처럼 들린다.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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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에 / 김노연

무수한 말 줄임표를 놓고
침묵으로 응수하던 연모의 정
초록 숲이 변질되어 수줍움으로 눈뜰 때
이브인 나는 그 가장자리에서 
연분홍 치마 자락을 흔들리라

티끌의 공백고 허락하지 않을
이율배반 속에서
바람 실은 가을밤이 짙어지면
헤어짐을 미리 준비하는 모진 맘으로
천근 같은 이별을 한 잎 두 잎 떨구리라

어긋나지 않을 진리
만남 뒤에 오는 이별을 아는 까닭에 
늘 안타까움이 서리듯 슬퍼 보였으리
표현할 길 없는 사랑을 어이할까
못다 한 고백에 핏빛의 멍든 마음을

각혈하는 지독한 사랑을 잃은
여인의 숨결
시월이 짓는 아름다움 뒤로
붉게 붉게 스미고 있다
스르르 인연의 끈을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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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월의 단상 / 김남식

세월의 빠름을 실감하듯
가을이 어느새 끝자락에 
와 있는거 같습니다

누구나 '봄이 왔다'라고 하지만
가을은 그리말하지 않지요.
그냥 모두가
"가을이 오고있다"라고....

가을은 낭만과 시적감상이
풍부한 계절에 여러분은
몇편의 시와 아름다운 추억을
그리고 좋은 인연을 
만들었는지 알고  싶네요

가을내음과 결실의 풍성함으로
가득했던 10월도
서서히 저물어 가려합니다

곱고 맑은 햇살처럼
높고 푸른 하늘처럼
마음에도 행복함과 따스함으로
가을사랑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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