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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 이오동
몽당연필 / 고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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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 이오동
점방에서 산 연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어 뛰었다
달그락달그락
연필도 마음이 바쁜가 보다
길었던 연필이 폼 잡고 깎고 깍다 보니
몽당연필이 되었다
일로 오일장 가서 달걀판 돈으로 산거라며
아껴 쓰라 했던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책 보를 등에 메고 달릴 때마다 들리던
달그락 소리가 범인이었나 보다
야단맞을까 봐 한동안
연필을 빌려 써야 했던 가슴 졸인
유년 시절
눈깔사탕 사 먹은 거 아니라는
말도 못 하고
속앓이 했던 그때의 시간이
깎였던 아픔만은 아니었다
-이오동 시집
<먼지의 옷>p61,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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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 고영석
낡은 필통 속에서
발뒤꿈치 들고,
보채는 둥글뭉실한 너를 본다
상처 난 몸을 보듬으며
넌, 깎이고 또 깎여
작아진 몸으로
잃어버린 꿈을 그리고 있구나.
몬닥몬닥 잘려나간 몸둥아릴 보며
숨죽여 울었던 시간
아팠었노라고,
당신 향한 내 사랑을 글로 다 담기엔
내가 너무 부족해 아팠었노라고
말없이 사위어가는 발자국을
종이에 담는다
시린 바람 속에 한 생애가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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