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心에젖어

국화에 관한 시 모음

실국화       /장유정

 

아름아름 한 아름 피는 네 꽃에

국화 향 그윽이 피어오른다

 

찬이슬도 마다하지 않고 피는 꽃이라

늦가을도 싫지 않으니

 

만추가 머무는 이 계절에

더욱더 그렇게 가을을 꽃피운다

 

환한 미소

성숙한 가을 여심

 

 

국화 향기       /진은정

 

부드러운 빛과 함께

향긋한 내음

고개를 들고 노래한다

 

수줍은 얼굴

따스하게 안아주고픈

형형색색의 멜로디

 

그해 가을

작년에 보았던 임처럼

바로 너였구나

 

그리고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생의 환희

언제나 너로 살아가는 이유

사계절 내내

행복한 나의 정원 가운데

너의 향기로

가득 채우고 싶다

 

그래 너는 마지막 숨결같이

영원하게 이어지리

 

 

국화        /이찬용

 

꽃 내음 가득 안고서

파아란 가을을 빚어라

 

불볕 욕망들이 이제는

다소곳 머리를 숙이고

 

비를 몰던 거친 바람도

조용히 숨을 고르네

 

밤송이 여물고 터지는

재미 제법 쏠쏠하느니

 

 

끝 사랑 하얀 국화꽃     /이민숙

 

하얀 얼굴에

소복이 담아놓은 향기는

임 그리워하는 아련한 마음이었어라

 

표표히 올린 꽃잎에

송이송이 묶은 마음은

흔들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순백의 지조를 지켜 피어 있었어라

 

그렇게 피었던 하얀 국화는

사랑하는 임의 지고지순한 꽃으로

한평생 곁에 머물다 그 임이 세상

하직하는 날 마지막을 지키며

그 곁에서 시들어가고 있었어라

 

피었다 사라지는 꽃잎이라도

돌아 올수 없다면 내세까지 따르는

그 마음 하얀 국화꽃

성실과 믿음이라는 꽃말로

신은 하얀 국화꽃을 마지막으로 만들었다지

끝까지 지키는 사랑 하얀 국화꽃

 

 

국화꽃 향기        /서영택

 

  국화 꽃잎이 바닥에 흩어지고

  길을 찾을 수 없을 때 모든 것은 솟구친다

 

  그는 평소 골프대신 등산을 좋아했고 북한산을 자주 다녔다 휴대폰추적으로 북한산 일대를 수

색한 경찰이 형제봉 매표소 부근에서 발견했다고 한다 아침이 소리 없이 피어오를 때 S회장의

죽음은 모든 것을 대신했다

 

  심장에서 선인장 가시가 돋아나고 마지막이란 단어가 울음을 만든다

 

  죽기전날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하여 실세를 찾아갔지만 매몰차게 문전박대 했다고 한다 칼에

베인 고통이 생각을 묶어두고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으리라 일생을 울어도 마르지 않을 가족의

눈물을 생각하면 가는 걸음이 떨어졌을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지나온 삶과 마지막 승부수를 생각했을 것이다 묘수는 없었고

세상에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돌아가신 어머니라고 했는데 고통스런 삶을 정리하기 위해 어머

니가 데리고 간 것일까

 

  국화꽃 향기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돌고 돈다

  그 다음날 난 이석증에 걸려 응급실에 실려 갔다

 

  침묵은 그 어떤 진실보다 뜨겁다

 

 

소국(小菊)        /임재화

 

동그란 화분 속에서

앙증맞게 피어난 작은 꽃들이

메마른 이 가슴속에도

살며시 찾아들어

그윽한 국화향기를

말없이 풍겨내고 있습니다.

 

 

겨울 해국(海菊)      /김승기

 

허옇게 뿜어내는 파도의 숨소리

옷깃 붙잡는데

낯빛 꺼칠한 겨울을 두고 어찌 떠나랴

 

바람이 휘두르는 주먹질

얼굴 멍들어도

털털털 웃음 집어 던지면,

수평선 너머 외로움 뚫고 날아가는 돌팔매

첨벙

겨울 빠지는 소리, 시원하다

 

추워야 할 겨울 따뜻했으면

이제 죽음에 입 맞추어야지

 

등허리 휘어진 바람과 바람 부딪치며

정전기 불꽃 튀던

한 생의 잡음 다 지워내고

물관 가득 차올랐던 물의 짐 허물 때

아, 흐드러지게 꽃무덤 데불고

와락 품속으로 안겨드는

봄이여

 

늙을 막, 숨결 놓는 그 순간까지

이렇게 쏠쏠한 재미라도 없으면

향기 빠진 꽃멀미 어찌 견디랴

 

 

국화(菊花)      /홍수희

 

벌레 한 마리

꽃잎 위를

기어갑니다

 

나도 따라

한참을 기어갑니다

 

동안은

너무 시끄러운

세상에 살았습니다

 

하나를 주고

열 번 소리치는

세상에 살았습니다

 

향기를 내뿜고도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조용히 미소짓는

저 국화(菊花)처럼

 

꽃잎이 있어

거기 기어가는

다정한 벌레처럼

 

나도 숨을 쉬듯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꽃잎처럼

혹은 벌레처럼

 

소리 없이 주고받는

몸짓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국화꽃 옆에서(1)     /이경애

 

가을

오랜 기다림에

그리움을 가득 안고

찾아온 국화꽃

 

반가운 마음에

버선발로 뛰쳐나가

나비처럼 살포시 꽃잎에 앉아

입맞춤으로 재회를 하노라

 

그리움에 목멘 연인들처럼

두 볼을 만지작만지작

온 마음을 쓰담 쓰담

온통 설렘으로

 

아 ~ 그대여

당신은 나를 향기로 매혹하여

영혼마저도 혼미하게 하고

나는 당신을 사랑으로 유혹하리라

 

아~ 다시 오신 님 그대여

올가을에는

국화꽃 옆에서

사랑을 속삭여 보자꾸나.

 

 

국화꽃        /최진연

녹두알보다 둥글고 그보다 진한 녹색 방울들 조롱조롱 맺혀서 몇 날 며칠 따가운 햇살에 얼추 청태靑太만큼 커졌다 싶더니, 간밤에 누가 몰래 머리꼭지마다 샛노란 물감으로 좁쌀 점을 찍고 또 몇 날을 지난 뒤 코끝 싸-한 아침 갓 깬 병아리 부리만큼 벌었더니 , 그렇게 보낸 또 몇 날 며칠, 목련꽃이 열 번은 피고 졌을 세월에 나 뭇잎들이 다 옷 갈아 입고 새파란 하늘 그 너머 아득한 그리움으로 떠 나려는 날, 내 참다못해 졸아들고 졸아든 가슴속 진액을 다 찍어 쳐바른 듯 샛 노랗게 피어난 오, 국화 꽃! 다 떠나고 풀벌레 소리도 그친 가을 깊은 뜰에 홀로 남았구나.

 

 

산국화        /장철문

 

산바람이 등성이를 쓰다듬는다

 

꽃잎 끝이 찢겨서 떤다

주름은 마를수록 더 깊이 숨는 것

 

마음이 간다는 것은

겨우,

쓰다듬는다는 것

펴지지 않는 주름 하나 건넨다는 것

 

꽃잎 끝이 말라서

탄다

 

 

국화향기         /이영균

 

묵향 화선지 위 번지어

하얗게 밤 지세는 별빛

산 정상 붉던 날들의 그리움

어느덧 산 아래 강물까지 별빛이다

국화 향 저고리 깃 여미어

엷은 가슴팍 시리게 찬 기운

풍지 문밖 창백한 달빛 엿보면

가랑잎 밟혀 오는 사람 발소리 감춘다.

묵향 번진 위에 핀 국화

창 잡고 소리죽인 그윽한 빛

하얗게 기대여 허허로운 마음

붓 접어 붉은 계절 고요히 잠재워간다.

 

 

수레국화    /복효근

 

새로 건설 중인 도로 옆구리

맨땅에 수레국화가 가득 피었다

땅이 다져져 굳는 동안

빗물에 토사가 씻겨가지 않게

흙을 붙들고 있으라는 작업지시를 받은 모양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수레국화에게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

가냘픈 등허리에 수레라는 이름을 얹고

위태로이 피어 있다

수레에 가득 흙먼지를 싣고 안간힘으로 웃는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비로 목을 적시고

최저임금이야 들어본 적도 없이

장좌불와 푸른 바퀴를 굴리고 있다

수레국화는 도로공사가 무슨 절 이름인 줄 아는지

푸른 머리띠 질끈 매고

묵언수행 중이다

 

 

국화           /안상학

올해는 국화 순 자르지 않기로 한다

제 목숨껏 살다가 죽음 앞에 이르러

몇 송이 꽃 달고 서리도 이슬인 양 머금다 가게

지난 가을처럼

꽃 욕심 앞세우지 않기로 한다

가지 잘린 상처만큼 꽃송이 더 달고

이슬도 무거워 땅에 머리 조아리던

제 상처 제 죽음 스스로 조문하던

그 모습 다시 보기는 아무래도 쓸쓸할 것만 같아

올해는 나도 마음의 가지 치지 않기로 한다

상처만큼 더 웃으려드는 몰골 스스로도 쓸쓸하여

다만 한 가지 끝에 달빛 닮은 꽃 몇 달고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는 슬픔을 위문하며

서리라도 마중하러 새벽 길 가려 한다

 

국화 앞에서           /이재무

 

이 많은 국화 송이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봄에 우는 소쩍새와

먹구름 속의 천둥과

가을 무서리와

아무런 상관없이

공장에서 한꺼번에 부화되는 병아리같이

한 날 한 시에 태어나

생의 긴 여정을 생략한 채

매캐한 향불 연기 자욱한

영정사진 앞에 도열해 있는

순교의, 흰 모가지여, 모가지여, 모가지여

'詩心에젖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스팅  (0) 2024.02.22
연필에 관한 시 모음  (0) 2024.02.10
몽당연필에 관한 시 2편  (0) 2024.02.08
2월의 시 모음  (0) 2024.02.01
1월의 시 모음  (0) 2024.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