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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장마철이면 난 행복하다-신형식 詩

가마우지

장마철이면 난 행복하다 / 신형식

장마철이면 난 행복하다. 
후텁지근한 가슴속에 
자존심처럼 간직했던 일들 
우르르 쾅쾅 
눈물로 쏟아버릴 수 있어 
난 행복하다. 

그리움이 먹구름처럼 끼고 
사랑도 만남과 이별 사이에서 
시시각각 변덕을 부리는 장마철이면 
들고나갔던 우산을 잊어버려도 
핑계가 있어 난, 행복하다. 
그러다 가슴속까지 흠뻑 젖어도 
난 행복하다. 

울다가도 웃는 세상. 
참 지조 없는 세상. 

그래서 난, 행복하다. 
그렇게 사는 것이, 
그런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것이, 
그래서 그대의 세상에서 
웃고, 또 울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 

장마철이면 
그대가 있어서 난 행복하다. 
장마철이면 
그대가 없어도 난, 마음껏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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