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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민들레에 관한 시 모음

민들레에 관한 시 모음 

 

민들레         /이재환

 

척박한 돌 틈에서도

콘크리트 갈라진 틈에서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꿋꿋하게 자라서

예쁜 꽃 피우는 민들레야

 

핍박받아도

굴하지 않는

우리 민족을 닮은

은근과 끈기

정말 대단하구나

 

너를 보며

배우고 또 성장한다

나도 포기하지 않고

인생 꽃 활짝 피울게

고마워 잊지 않을게

 

 

민들레 길       /이종숙

 

이제 보았네.

어둠에 덮어 있던

아득한 겨울을 떠돌다

 

낯선 어느 곳이든

꽃이 내려앉는 풍경을

 

온 하늘을 구름무늬로 날아다니다

어느 언저리에

설렘의 봄 날개 접어 두고

 

처음인 양 귀 기울어

회향하는 심정은

밖에서 피는 노란 꽃으로

의지할 데 없는 외로움을 지키고

 

하늘빛으로 끓어 안은

대지의 고백으로

어두운 그림자에 희망찬

선근으로 피어난다.

 

 

민들레 꽃으로      /전병철

혼자서 들길을 걸어 본다
누구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묘들이
초조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앉아
하늘을 원망하듯 말이 없는데

곳곳에서 크지도 않는 키를 곧추 세우고는
노-오란 얼굴로 멀리 멀리 다다를
내 분신(分身)을 살포시 감싸 안으며

길게 팔 뻗친 태양의 부챗살에 얹혀
계곡을 돌아 유랑 삼아 떠나는 방랑의 길
그 어디의 요람에서 남은 삶을 꽃 피울 지

지나가는 바람이 지친 몸 식혀 주고 있다.

 

 

외로운 민들레야      /권승주

온몸이 꽃잎이네
않으나 서나
똑같네

바람도 닿지 않아
어지럽지 않고
밟아도 아프지 않네

누가 볼까 봐
담장 밑에 숨어서
외롭게
피어난 민들레야

너 에게도
한 폭의 하늘이 있고
나 에게도 한 폭의 하늘이
주어져 있으니
무엇이 부러우랴

 

 

민들레          /이건청

 

황야였다.

간이역 목조 의자에 아버지와 딸이 앉아 있었다.

기차를 세우기 위해

아버지가 手動의 시그널을 내렸다.

작은 등짐을 진 딸이 말했다.

꼭, 정식 결혼식을 올릴께요.

그래, 거기도 잡혀온 랍비 한 사람쯤은 있겠지

아버지가 말했다.

멀리 연기를 뿜으며

기차가 오고 있었다.

딸이 가난한 아버지를 끌어안았다.

건강하세요. 딸이 말했다.

기차가 오고 있었다.

사이베리아, 流荊地에 갇힌 사내 찾아가는

딸이 있었다.

 

 

민들레       /조민희

 

아장 아장

봄소식을 가져오는

꼬마 친구

 

꽃바람 불면 보고픈

그리운 친구

 

환한 미소지며

고개들어 바라보는

너의 얼굴에

나도 아이가 되지

 

너를 보면

나는 동화의 나라로

여행을 떠나

너의 미소엔

아름다운 세상이

가득해

 

동글동글 꼬마친구

겨우내 엄동설한 견뎌내고

변함없이

늘 같은 미소

반겨주는 좋은 친구

 

어디서든 널 만나면

난 소년으로 돌아가

 

어린시절 담장밑에서

널 처음 본 그시절이

그립구나

 

 

노란 민들레        /조서연

 

바람부는날

어디론가 자유롭게 날고 싶은

소리없는 메아리 노란 민들레

어쩜 이렇게도 울 님 닮았을까

낯가림이 심하고 쑥스러움과 부끄러움이 많아

눈도 못 마주치는 곱고 여린 풀꽃 같은 순수함

마음이 시인들 보다 더 깊어

상처받기 쉬운 깊은 감수성에

때론 나의 직설적인 화법에 상처받고

이별을 밥 먹듯이 예기하는 울 님

진중하게 생각한 결정이라 심각한

얼굴로 예기할 때 마다 내가 미치고 팔짝 뛰고

답답해 환장할 일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욱하는 마음에 말 한마디 잘못하여

석 달 열흘을 마음 아파 있을까 봐

말도 못 하고 가슴앓이에 서로가 가슴이 시퍼렇게

멍이 든 지 오래다

감성은 같지만 심성은 극과 극

부드러움과 다혈질 그사이에 사랑이 잉태한

이해와 배려심이 어여쁘게 익어가고 있다

 

은밀하게 조용하게 천천히 물 흐르듯이

그렇게 남몰래 눈물겹게 생을 지켜가는

노란 민들레 여

그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잔잔한 강물처럼 고요히 흐르는

자유롭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노란민들레

바람부는날

인적없는 어둡고 추운 골짜기

누구 하나 찾아올 일 없는 척박한

골짜기 음지 틈새에 어느 날 살포시 날아와

꽃으로 피어나 생명을 불어넣어 준 민들레 홀씨

그대는 내가 끔찍이 사랑하는

울 님과 꼭 닮은 노란 민들레 꽃입니다

 

 

민들레꽃        /조순자

 

겸허한 마음으로

낮고 낮은 척박한 땅에

피어난 민들레꽃

 

지고지순한

큰 사랑 본받아

여백을 채우는 순황으로

파란 들녘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무언의 웃음 빛으로

살랑살랑 고요히 말을 건다

내 안의 내면을 돌아보라고

 

돌 틈 사이 노란 민들레꽃

용신할 수 없는 좁은 곳에서

강인한 정신으로 피어나

내 영혼을 깨우며 환하게 웃는다.

 

 

하얀 민들레        /오문경

 

들풀로 살아간다는 건

녹녹한 그리움, 사르고 살라

몸 가벼워지는 일

 

하얀 민들레로 산다는 건

달콤한 솜사탕같은

위선의 그물망 뚫고

가비얍게 맨몸 던지는 일. 허공에

 

로봇 사람, 사람 로봇 사이

떼밀리고 떼밀려

정신 줄 놓아버린 어리둥절한 세상

 

깡마른 상식 너머,

찬란한 적막을 깨고

어둠의 뿌리를 끊어

아픈 시대의 치욕을 뚫는다

 

헝클어진 꿈속,

붉디붉은 초심 하나로

옥연지*를 멤돌고 멤돌다

죽어도 다시 깨어난

내 사랑, 하얀 민들레

 

둥글어 작은 손,

우윳빛 그리움, 몇 낱 거머쥐고

희디흰 기도로 꼿꼿이 서 있다

 

불굴의 하아얀 미소

파아란 하늘에 매달고

 

*옥연지: 대구 달성군에 소재한 못

 

 

민들레 꽃        /임금자

 

아지랑이 꽃이 필 때

긴 허리를 펴고

꽃잎을 향기 따라

아름드리 고운길을 걷는다

 

너에 사랑 속에

들판은 초롱불 켜고

제비꽃 냉이꽃 씀바귀

친구들 나들이가 된다

 

나풀거리는 치맛자락을

자랑을 하듯 뽐내고

하얀 솜 털옷을 보이며

입김으로 유혹하던 그녀

 

작은 홀씨 되여

홀연히 날아 가버린

내 가슴에 애닮은 사랑

가득 채우고 떠나가네

 

가을 여행 길목에

낯설지 않은 그녀 모습은

설렘을 내게 주고 떠난

민들레 꽃 향기였다네

 

 

민들레        /강대실 

바람결에 물어 왔나
물길 따라 찾아 왔나

타는 그리움 참지 못해
봄 볕 몇 낱 문안 들면

속도 모른 인간,
발길에 짓밟혔어라.

 

 

민들레          /김형태

 

아무도 머무르지 않는 곳

새소리도 비껴가는 곳에 그들이 있다

 

속없이 흐르는 바람 따라 훌쩍 떠났는데

산마루 어디에도 갈 곳 없더니

둔덕 아래 거친 들판마다

한 줌 가난한 햇볕을 덮고 누웠다

 

보이지 않는 강물이

바닥을 움켜진 뿌리 사이로 흐르고

쉼 없는 맥박으로 꽃을 피울 것이다

 

밟아도 밟혀도

꺼지지 않는 작은 불꽃으로

 

봄날 오후가

그림자만 남기고 서산을 넘을 때까지

하늘에 입 맞추며 비상을 꿈꾸었지

 

낮은 곳에서

더 낮은 곳으로 꽃 피웠으니

하늘로

저 높은 곳으로 날아올라라

 

훠어이

훠어이....

 

 

민들레의 고백     /조남명

 

좋은 데를 다 제쳐두고

찻길 난간 콘크리트 틈새에 붙인 생명이냐

그 운명은 어미 꽃대의 높이에 달렸다

좋은 곳도 가고 어디 앉을지 모르는 거란다

 

어미가 좋은 곳에 뿌리 내리면

자손도 잘 살아가고

찻길, 바위틈에 닿으면 평생을 고생한다

뿌리도 못 내려 보고 씨로 죽는 것도 많단다

찻길에 뿌리 내리니 쉴 틈조차 없고

지나는 차마다 바람을 주고 가고

비 오는 날마다 흙탕물을 퍼붓고 간다

 

몸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꽃대가 부러지지 않아야 꽃을 피운다는

씨앗을 영글게 해야 퍼트릴 수 있다는

죽더라도 꽃대 높은 꽃을 키우려고

얼굴 노랗도록 애쓰고 살아간단다

 

험한 곳에 뿌리 내린다 해도

어미를 원망하지 않는다

어디에도 웃으면서 모질게도 살아온

어미의 그 모습 배운 대로

끈질기게 살아가고 있단다, 민들레는

쉽게 살려는 사람들아

 

 

민들레         /송정운

홀로 피었다
홀로 사라지는
아픔을 너는 아느냐
얼마나 더
홀로 피어야 만이
민들레 홀씨 되어
저 강을 건널 수 있을까

 

 

민들레 꽃 피고지고      /신성호

 

이른 봄날엔 봄나물로

노랑꽃 하얀꽃이 활짝 피면

 

어여쁜 여인네 얼굴처럼

금방 다가가서 마주하고 싶은 꽃

 

옛 고향 밭두렁 언덕배기도 좋아

노란꽃 하얀꽃 피어나니 참 이쁘다

 

그 모습 그 얼굴 그 아름다움

오래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좋으련만

 

때 지나면 하얀머리 헤치고

또 다른 세상의 멋진 꿈을 찾아

 

따뜻한 봄날의 기억을 간직한 채

미련도 후회도 없이 훨훨 날아가

 

희망이 살아있고

꿈이 자라는 행복의 나라로 떠나리라

 

 

비에 젖은 민들레 홀씨     /임숙희

 

살랑이는 바람에 날아갈까

후~불면 날아오를까

 

탐스러운 자태는 어디 가고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앙상한 네 모양이 애처롭다

 

가냘픈 하얀 깃털 늘어뜨리고

온전히 비바람을 맞으며

꿋꿋하게 견디는 민들레 홀씨

 

맑은 햇살 비추면

활짝 기지개를 켜고 훨훨 날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겠지요

 

 

민들레       /정태중

 

보도 블럭 틈새에도

희망이 있었네

 

곱게 단장한

가로수 아래 붉은 팬지는

포근한 흙에서 웃지만

 

꽃대 피어 올리지 못한 너는

짓밟히고 부러지며

그래도 피우려 하니

 

필시 너는

홀씨로 날아와

틈바구니 갇혀서

 

모진 목숨

고달픔으로 피어나

낮은 곳 밝혀주는 꽃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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