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心에젖어

9월의 시 모음

 


#9월 / 김승택

엷은 가을 햇살을 못 이겨
어제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습니다.
뼛속 깊은 곳에서 흔들리는
빛의 낙과(落果)
햇살도 몸속에서 진종일 앓다가
어스름이 내리는 논둑길을 따라
황소처럼 돌아갔습니다.
낮게 엎드린 산허리를 돌아
호롱불 밝히는 초가를 돌아
가을의 어스름은 다가오고
나를 위해 마련된 잠자리
굴뚝 높게 연기가 오르고
몸살도 온종일 누웠다가
연기로 올라갔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태어날 피부를 위해.
내일이면 다시 돋아날 날개를 위해.

-------------------
+ 9월 / 목필균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 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
+ 9월 / 오애숙

엊그제 감꽃 떨어져
쪽빛 하늘 보고 있으니
감꽃 활짝 미소했지

어린 시절 감꽃 모아
실에 꿰 목걸이 만들어 걸면
아들 낳는다는 속담에
빙그레 웃었는데

눈 깜박할 사이에
앞마당의 감나무에서
홍빛 웃음보 터지고 있어
풍요로 피는 9월

입안에서 사르륵
가을 햇살에 농익은 홍시
녹아내리고 있기에
우슬 뿌리도 캔다

구월 창 활짝 연
오곡백과 여무는 들녘
눈이 황홀하다

-------------------
+ 9월 / 이승혜

노을보다 더 붉은
그리움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지난날의 상처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향기의 강렬함이
보이는 듯
머무는 듯

자연은 맺고 끊음이
확실한 계절
한뼘 한 뼘 수를 놓습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찬란한 태양의 계절
더 없는 성숙함은
그리움이 되어 흐릅니다

===========
+ 9월 / 이진명

깃대들은 리듬을 찍는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머리칼이 긴 여자
가지런한 두 다리 깃대 같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정답다고 노래한
죽은 시인의 시구 생각난다
여자는 머리칼을 흔든다 거리로 흔들어 보낸다
거리에 날려 날려가는 것은
은행잎, 강물
강물, 은행잎
여자의 머리칼은 銀紙처럼
대지 속을 폈다 접혔다
깃대들은 더 파랗게 리듬을 찍는다

------------------
+ 9월 / 임정현

들녘에
바람이 여물어가는 소문

채송화 도란거리는 뜰에
고추잠자리 졸고

하늘은
점점 속을 비워가고 있다

----------------------
+ 9월령 / 유안진

구차히 변명하는
써늘해진 눈매와 표정

뜬구름 뜬마음에
꿰뚫어 비쳐진 내 모양은

네 앞에 아무것 아닌
가을 잡초 이 꼴이었다니.

---------------------------
+ 9월 너는 / 김덕성

파랗게 물들인
황홀한 초가을 하늘빛
내리는 9월

풍성한 가을이 오면
사랑의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가을을 읊으려고
설렘으로 기다렸는데

사랑이 사라져 가고
가을 향 떠나고 꿈마저 부서진
9월 너는 왜
고로나와 동반했는가

이제라도 아픔 없는
희망과 기쁨을 만끽하던 곳
지난날이 그리워지는데
9월 너는…


===============
+ 9월 당신 / 박상현

산들바람이 불어오나 했더니
어느새 당신이 오셨구려
당신 맞을 마음도 못 갖춘 체
또다시 당신을 맞게 되는군요

그래도 그동안 열둘 친구 중,
나는 당신을 제일 좋아해요
당신의 높고 넓은 파란 하늘
내 가슴을 시원하게 튀어줍니다

코스모스 바람에 한들거림이 좋고
평화로이 날아 노니는 잠자리,
논밭에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과일나무 주렁주렁 열린 과일,
이런 결실 안겨주는 당신이 좋아요

천고마비(天高馬肥)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살기에 조금도 불편 없는
최적의 환경 만들어 주시니
어찌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리오

9월 당신!

--------------------------
+ 9월 사랑 / 김덕성

알알이 익어가는 사랑
곱게 꽃을 피우며 깊어가는 가을

불어오는 갈바람
나뭇잎만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세월이 스쳐간 내 가슴에도
벌서 물들어
아쉬움을 남기며 흐른다

굵은 나이테
마음 아프게 스미며 깊어가는 가을
그리움이 드리우는데

베풀어 준 사랑
9월의 끝자락에 서서
내 빈 마음에 가득 담아 내일에 산다
9월의 넉넉한 사랑을

--------------------------
+ 9월에게 / 오보영

기꺼운 마음으로

반겨 맞는 건

숲을 위해서다

섭리에 따라
순리에 따라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주어진 소명 잘 감당하며
숲을 지키는 나무들에게

때맞추어 불어오는
선선한 갈바람 함께

단풍도 곱게 물들이고
열매도 단단히 익혀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
잘 해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힘 북돋워주라고
응원하는 거란다

+ 9월 2 / 김승택

엷은 가을 햇살을 못 이겨
어제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습니다.
뼛속 깊은 곳에서 흔들리는
빛의 낙과(落果)
햇살도 몸속에서 진종일 앓다가
어스름이 내리는 논둑길을 따라
황소처럼 돌아갔습니다.
낮게 엎드린 산허리를 돌아
호롱불 밝히는 초가를 돌아
가을의 어스름은 다가오고
나를 위해 마련된 잠자리
굴뚝 높게 연기가 오르고
몸살도 온종일 누웠다가
연기로 올라갔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태어날 피부를 위해.
내일이면 다시 돋아날 날개를 위해.

-------------------
+ 9월 / 목필균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 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
+ 9월 / 오애숙

엊그제 감꽃 떨어져
쪽빛 하늘 보고 있으니
감꽃 활짝 미소했지

어린 시절 감꽃 모아
실에 꿰 목걸이 만들어 걸면
아들 낳는다는 속담에
빙그레 웃었는데

눈 깜박할 사이에
앞마당의 감나무에서
홍빛 웃음보 터지고 있어
풍요로 피는 9월

입안에서 사르륵
가을 햇살에 농익은 홍시
녹아내리고 있기에
우슬 뿌리도 캔다

구월 창 활짝 연
오곡백과 여무는 들녘
눈이 황홀하다


-------------------
+ 9월 / 이승혜

노을보다 더 붉은
그리움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지난날의 상처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향기의 강렬함이
보이는 듯
머무는 듯

자연은 맺고 끊음이
확실한 계절
한뼘 한 뼘 수를 놓습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찬란한 태양의 계절
더 없는 성숙함은
그리움이 되어 흐릅니다

===========
+ 9월 / 이진명

깃대들은 리듬을 찍는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머리칼이 긴 여자
가지런한 두 다리 깃대 같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정답다고 노래한
죽은 시인의 시구 생각난다
여자는 머리칼을 흔든다 거리로 흔들어 보낸다
거리에 날려 날려가는 것은
은행잎, 강물
강물, 은행잎
여자의 머리칼은 銀紙처럼
대지 속을 폈다 접혔다
깃대들은 더 파랗게 리듬을 찍는다

------------------
+ 9월 / 임정현

들녘에
바람이 여물어가는 소문

채송화 도란거리는 뜰에
고추잠자리 졸고

하늘은
점점 속을 비워가고 있다

----------------------
+ 9월령 / 유안진

구차히 변명하는
써늘해진 눈매와 표정

뜬구름 뜬마음에
꿰뚫어 비쳐진 내 모양은

네 앞에 아무것 아닌
가을 잡초 이 꼴이었다니.

---------------------------
+ 9월 너는 / 김덕성

파랗게 물들인
황홀한 초가을 하늘빛
내리는 9월

풍성한 가을이 오면
사랑의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가을을 읊으려고
설렘으로 기다렸는데

사랑이 사라져 가고
가을 향 떠나고 꿈마저 부서진
9월 너는 왜
고로나와 동반했는가

이제라도 아픔 없는
희망과 기쁨을 만끽하던 곳
지난날이 그리워지는데
9월 너는…

===============
+ 9월 당신 / 박상현

산들바람이 불어오나 했더니
어느새 당신이 오셨구려
당신 맞을 마음도 못 갖춘 체
또다시 당신을 맞게 되는군요

그래도 그동안 열둘 친구 중,
나는 당신을 제일 좋아해요
당신의 높고 넓은 파란 하늘
내 가슴을 시원하게 튀어줍니다

코스모스 바람에 한들거림이 좋고
평화로이 날아 노니는 잠자리,
논밭에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과일나무 주렁주렁 열린 과일,
이런 결실 안겨주는 당신이 좋아요

천고마비(天高馬肥)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살기에 조금도 불편 없는
최적의 환경 만들어 주시니
어찌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리오

9월 당신!

--------------------------
+ 9월 사랑 / 김덕성

알알이 익어가는 사랑
곱게 꽃을 피우며 깊어가는 가을

불어오는 갈바람
나뭇잎만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세월이 스쳐간 내 가슴에도
벌서 물들어
아쉬움을 남기며 흐른다

굵은 나이테
마음 아프게 스미며 깊어가는 가을
그리움이 드리우는데

베풀어 준 사랑
9월의 끝자락에 서서
내 빈 마음에 가득 담아 내일에 산다
9월의 넉넉한 사랑을

--------------------------
+ 9월에게 / 오보영

기꺼운 마음으로

반겨 맞는 건

숲을 위해서다

섭리에 따라
순리에 따라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주어진 소명 잘 감당하며
숲을 지키는 나무들에게

때맞추어 불어오는
선선한 갈바람 함께

단풍도 곱게 물들이고
열매도 단단히 익혀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
잘 해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힘 북돋워주라고

응원하는 거란다


--------------------------
+ 9월에는 / 윤갑수

7月 절기를 잊은 코스모스
한 송이가 소담스레 피었다

8月 한여름 밤
쏟아지는 별똥별 보며
지새우던 날이 어제 같은데
새벽바람이 차갑다

귀뚜리도 울다 지친 가을밤
달님도 창가에서 졸고 있다

9월 초순
가을 문턱에 발길 내딛으니
고추잠자리도 허공을 날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청아한
하늘만 내 눈가에 아롱진다.

===============
+ 9월에는 / 이찬용

파아란 하늘을 그리고 싶다
아슴히 흐르는 구름을 읽고 싶다

푸른 산의
나무
열매
짐승들의

곡진한 숨소리를
듣고

조용히
헤아려 보고 싶다

파아란 하늘의
깊으신 뜻과

흐르는
구름 같은 인생

그러나

푸른 산들의
저 열렬한 소명 실현

나무들 열매들
모든 생명들의


놀라운 오케스트라

손뼉 치며
더덩실 춤을 추며

아무렴

우리
노래를

노래를

불러야지
불러야지

--------------------------
+ 9월에는 / 임숙희

9월에는
파란 하늘 드리워진 창가에 서서
맑은 눈망울로
가슴 가득 하늘빛을 담고 싶다

여름날 뜨거웠던 태양은
가을 바람결에 숨을 고르고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코스모스 꽃잎에
청초한 그리움 사뿐히 내려앉는
9월에는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을
초록 잎 노랗게 물들이며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고 싶다.

-------------------------
+ 9월에는 / 정태중

구월에는
무릇 저들이 품었던 열의 숨소리,
차분히 익어 가는 날들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이슬에
순응하며 눕는 풀들과
누렇게 영글어 가는 벼 이삭을
마음에 담고

아직
떠나지 못한 매미의 미련,
차츰 멀어지는 정적 같은
그 속내를 담아

구월에는 무릇
익어감에 경배의 마음 내려놓고
티 없이 맑은 하늘 속으로
내 마음도 걸어 두렵니다

--------------------------
+ 9월의 강 / 박동수

갈대의 슬픈 이별이
싸늘한 바람에
부대끼며 삭삭거리는
노래로 들리고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 위로
고추잠자리
바삭 마른 날개 짓은
힘에 겨웁다

여름날 열기 속
초록빛 끈끈한 연가(戀歌)는
물기 잃은 낙엽이 되어
물 위에 실려
먼 여행길 떠나는 날
강물 빛조차
흐릿하게 침묵하는
무정한 9월의 강

===============
+ 9월의 비 / 이상목

4월에 비를 맞으며
이 하이웨이를 지나곤 할 때
나는 길가의 집들을 알지 못했다
하루아침 햇빛은 퍼붓듯 쏟아지고
연둣빛 유니폼을 입고 늘어선 나무들
민들레꽃은 밤새 황금 카펫을 깔아놓아
나는 그 위로 세상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길 따라
오늘 내가 집을 향할 때
9월 하순의 어스름 길에 깔리고
문득 불을 켜는 길가의 아파트들
거긴 들어갈 수 없는
아무리 오가도 스쳐만 가야 하는 성벽
낯선 길 이대로 달리면
하늘과 땅이 맞붙은 저 끝 어디
불 꺼진 마을에 닿을 수 있을까
표지판 없이도 훤한 동네
비 그친 골목에 들어설 수 있을까


--------------------------
+ 9월의 시 / 이명희

길섶 강아지풀 어느새 누레지고
들녘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과실들 저마다 단맛을 풍기며
달큼하게 익어가는 풍요로운 달
초록의 여행을 떠난
나그네의 감사 기도가 깊어진다
차오르는 정감과 삶의 성찰로
분주하게 레이스커튼을 만들어 치자
가을 영화 한 편 속
사랑의 우편마차 내게 달려오도록

--------------------------
+ 9월의 시 / 장종섭

팔월의 여름날을
한 알의 해열제도
먹어보지 못한 채
고열을 식혀낸 바다에

허락도 없이 구월은
사람들과 가을을 불러들여
파도타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구월이 조금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나
사람과 가을은 눈이 맞아

풍성한 구월의 품속에서
아름다운 언어로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갑니다.

가을은 시어가 되고
내 가슴에 그대가 들어
시인이 되었으니
구월은 춤춘다, 시와 함께.

--------------------------
+ 9월의 시 / 전진옥

우리 서로 멀리서
바라만 보는 동안
가을이 왔습니다

사색을 통해 깨어나는
가을날의 맑은 서정
또 한세월이 가나 보아요

내리는 비속에
날로 깊어가는 가을
가을로의 초대

우리의 땀도 익혀줄
풍요를 부르는 계절
가을 속으로 가 보아요

===============
+ 9월 하늘 / 박상현

작은 산길 노승을 따라 걷던 나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 속에 잠긴다
불타던 여름 햇살을 품던 8월도
9월 하늘을 만나면 꽃씨 닮은 아침 이슬방울이 된다

8월을 해감시킨 9월의 저녁노을 속엔
붉은 수수가 물들어 가고
하늘은 한 뼘씩 높아만 간다

보랏빛 메꽃 수줍게 피어난 들판엔
억새꽃이 파란 하늘에 흰 그림자를 그려나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길을 만들고
뒤늦은 고백의 들꽃이 피어납니다

8월의 닻을 내린 어머니의 작은 텃밭엔
희디흰 도라지꽃이 높아만 가는 하늘 속에 피어있고
9월의 닻을 올린 맑은 밤
목화밭에 내려앉은 달꽃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9월의 허수아비 아래로
알알이 금빛으로 익어가는 벼 이삭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9월 하늘 속에 별이 된다

---------------------------
+ 가을 창밖 / 정기현

9월 창밖
가을이 찾아와
문 앞을 서성이는 사이
벌써 저만치 여름이
물러나 앉았네

새벽녘
슬그머니 창문을 타 넘은
가을 냄새
이불속으로 스며들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붉은 태양
솔바람 중매로 밤새 이슬 품은 듯
지난밤 사이
붉은 기운 묽어 보이네

돌담에 숨은 고추잠자리
연분홍 봉숭아
뽀얀 가슴 엿보다
가을 눈치 보느라 왕 눈 굴리고

하늘하늘 코스모스
가녀린 허리 비틀며 손짓 하는
수줍은 꽃잎에
파아란 하늘이 내려앉는다

--------------------------
+ 구월에는 / 이정순

간밤 오작교 다리에서
푸른 눈물을 그토록 쏟아내더니
눈물로 바다를 만들어 띄우고
유유히 흐르는 구름은
기산을 안고 뒹굴어 보지만
구월의 솔향기는 바닷가에 머문다
지난날의 추억이
감성을 헤집어내 바닷가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 스치고 지나갑니다.
푸른 이파리 계절의 옷으로
하나둘 갈아입고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어 가는 가을입니다

---------------------------
+ 8월과 9월 / 전희종

8월의 태양과 진초록 녹음이
뜨거운 연애질로 탄생한 9월

그 9월이
조석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가을을 출산했다
태양의 불타는 정열은 그대로인데
숨결은 한결 보드라워라

농촌에는
오곡이 여물어가는 소리
도회 변두리 과수원에는
백과가 익어가는 소리

장롱에선 이불이 내려오고
네 잎 클로버의 볼엔
초롱초롱 새벽이슬이 영롱하다.

8월과 9월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계절
아침과 저녁은 서로 다른 형제
한낮엔 같은 형제
계절의 레일을 달리는 가을열차를 타고
넘실넘실 10월로 달려간다.

=================
+ 9월, 고지리 / 김귀녀

고추와 잎이 무성해지고
잠자리가 한결 여유로워지고
벼의 낱알이 통통해지고
하늘이 멀다
또 다른 가을이 우리에게 오고
하얀 여름밤이
짝을 만난 것처럼 사라지고
뒷산이 뒤숭숭할 것이다

-----------------------------
+ 9월 민들레 / 장수남

강변아래 갈대숲
팔월한가위 둥근 달빛은
고향 떠난
엄마의 그리움일까.

강 뚝 아래
가을 햇살이 일궈 논
조그만 땅 누구의
텃밭일까.

비집고 들어앉아
지들끼리 몸 부딪쳐가며
어정쩡하게 앉아있는
이름은 알듯 모를 듯
앉은뱅이 잡초.

넌. 어디서 왔지.
언제부터 알고 지냈니.
친한 오누이처럼
반말 써가며 민들레야.
여기는 내 자리야.

자리 조금만 비켜주면
민들레 그저 고마운 마음
그래. 고맙데이!
노랗게 핀 웃음 환하게
고향 우리 엄마
보름달도 덩달아…….

-----------------------------
+ 9월의 강변 / 박동수

코스모스 가지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밀려오는
9월의 강변
떠나지 못한 늦여름이
시들어가던
갈대숲 사이로 스며들고
힘겹던 텃새 한 마리
코스모스 꽃잎에 물든
가을을 숨 쉰다

나른했던 강물은
높이 뜬 조개구름 위로
시린 하늘
그리고
영근 우리 사랑 품으며
가벼이 흘러가네

-----------------------------
+ 9월의 거울 / 황희순

영양은 사자가 무서워 도망치는 걸까
죽는 게 무섭다는 걸 감각으로 알까
어미의 어미가 그러했듯
사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있는 힘 다해 도망치다 돌아보니
사자가 안 보이면 영양은, 에잇
턱에 차는 숨을 삼키며 웃을까
도망친 이유를 금방 잊을까
죽고 사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해
지금 연습 중이야, 우물거리다
사자가 다시 툭 나타나면
전과 다른 감각으로 도망칠까
다시는 없겠거니 살다가 닥치는 벽
밀쳐낸 벽이 벌떡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영양과 나와 너와
기러기와 벌과 꼽등이와 동고동락
동병상련 동상각몽, 끝없는 이 미로를
어떻게 탈출하나

=================
+ 9월의 기도 / 윤영초

길게 늘어진
서러운 더위만 머무른
흔적 다 지우고 햇빛 찬란한
코스모스 하늘 거리는
9월이게 하소서

바람이 지나간 자리
홀로 서게 하지 마시고
알알이 영그는
가을이게 하소서

마음이 가득 찬 욕심보다
배려가 넘치는
모든 것 다 포용하는
가을 하늘이게 하소서

푸른 나무에 아름다운
흔적으로 단풍 들게 하시고
우리 모두 마음에도
훌륭한 단풍이 들게 하소서

9월엔 후회 없는
우리 가슴마다
사랑으로 가득 차고
지천으로 나부끼는 가을
부끄럽지 않은 그리움이게 하소서


+ 9월 2 / 김승택

엷은 가을 햇살을 못 이겨
어제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습니다.
뼛속 깊은 곳에서 흔들리는
빛의 낙과(落果)
햇살도 몸속에서 진종일 앓다가
어스름이 내리는 논둑길을 따라
황소처럼 돌아갔습니다.
낮게 엎드린 산허리를 돌아
호롱불 밝히는 초가를 돌아
가을의 어스름은 다가오고
나를 위해 마련된 잠자리
굴뚝 높게 연기가 오르고
몸살도 온종일 누웠다가
연기로 올라갔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태어날 피부를 위해.
내일이면 다시 돋아날 날개를 위해.

-------------------
+ 9월 / 목필균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 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
+ 9월 / 오애숙

엊그제 감꽃 떨어져
쪽빛 하늘 보고 있으니
감꽃 활짝 미소했지

어린 시절 감꽃 모아
실에 꿰 목걸이 만들어 걸면
아들 낳는다는 속담에
빙그레 웃었는데

눈 깜박할 사이에
앞마당의 감나무에서
홍빛 웃음보 터지고 있어
풍요로 피는 9월

입안에서 사르륵
가을 햇살에 농익은 홍시
녹아내리고 있기에
우슬 뿌리도 캔다

구월 창 활짝 연
오곡백과 여무는 들녘
눈이 황홀하다

-------------------
+ 9월 / 이승혜

노을보다 더 붉은
그리움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지난날의 상처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향기의 강렬함이
보이는 듯
머무는 듯

자연은 맺고 끊음이
확실한 계절
한뼘 한 뼘 수를 놓습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찬란한 태양의 계절
더 없는 성숙함은
그리움이 되어 흐릅니다

===========
+ 9월 / 이진명

깃대들은 리듬을 찍는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머리칼이 긴 여자
가지런한 두 다리 깃대 같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정답다고 노래한
죽은 시인의 시구 생각난다
여자는 머리칼을 흔든다 거리로 흔들어 보낸다
거리에 날려 날려가는 것은
은행잎, 강물
강물, 은행잎
여자의 머리칼은 銀紙처럼
대지 속을 폈다 접혔다
깃대들은 더 파랗게 리듬을 찍는다

------------------
+ 9월 / 임정현

들녘에
바람이 여물어가는 소문

채송화 도란거리는 뜰에
고추잠자리 졸고

하늘은
점점 속을 비워가고 있다

----------------------
+ 9월령 / 유안진

구차히 변명하는
써늘해진 눈매와 표정

뜬구름 뜬마음에
꿰뚫어 비쳐진 내 모양은

네 앞에 아무것 아닌
가을 잡초 이 꼴이었다니.

---------------------------
+ 9월 너는 / 김덕성

파랗게 물들인
황홀한 초가을 하늘빛
내리는 9월

풍성한 가을이 오면
사랑의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가을을 읊으려고
설렘으로 기다렸는데

사랑이 사라져 가고
가을 향 떠나고 꿈마저 부서진
9월 너는 왜
고로나와 동반했는가

이제라도 아픔 없는
희망과 기쁨을 만끽하던 곳
지난날이 그리워지는데
9월 너는…

===============
+ 9월 당신 / 박상현

산들바람이 불어오나 했더니
어느새 당신이 오셨구려
당신 맞을 마음도 못 갖춘 체
또다시 당신을 맞게 되는군요

그래도 그동안 열둘 친구 중,
나는 당신을 제일 좋아해요
당신의 높고 넓은 파란 하늘
내 가슴을 시원하게 튀어줍니다

코스모스 바람에 한들거림이 좋고
평화로이 날아 노니는 잠자리,
논밭에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과일나무 주렁주렁 열린 과일,
이런 결실 안겨주는 당신이 좋아요

천고마비(天高馬肥)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살기에 조금도 불편 없는
최적의 환경 만들어 주시니
어찌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리오

9월 당신!

--------------------------
+ 9월 사랑 / 김덕성

알알이 익어가는 사랑
곱게 꽃을 피우며 깊어가는 가을

불어오는 갈바람
나뭇잎만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세월이 스쳐간 내 가슴에도
벌서 물들어
아쉬움을 남기며 흐른다

굵은 나이테
마음 아프게 스미며 깊어가는 가을
그리움이 드리우는데

베풀어 준 사랑
9월의 끝자락에 서서
내 빈 마음에 가득 담아 내일에 산다
9월의 넉넉한 사랑을

--------------------------
+ 9월에게 / 오보영

기꺼운 마음으로

반겨 맞는 건

숲을 위해서다

섭리에 따라
순리에 따라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주어진 소명 잘 감당하며
숲을 지키는 나무들에게

때맞추어 불어오는
선선한 갈바람 함께

단풍도 곱게 물들이고
열매도 단단히 익혀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
잘 해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힘 북돋워주라고

응원하는 거란다

--------------------------
+ 9월에는 / 윤갑수

7月 절기를 잊은 코스모스
한 송이가 소담스레 피었다

8月 한여름 밤
쏟아지는 별똥별 보며
지새우던 날이 어제 같은데
새벽바람이 차갑다

귀뚜리도 울다 지친 가을밤
달님도 창가에서 졸고 있다

9월 초순
가을 문턱에 발길 내딛으니
고추잠자리도 허공을 날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청아한
하늘만 내 눈가에 아롱진다.

===============
+ 9월에는 / 이찬용

파아란 하늘을 그리고 싶다
아슴히 흐르는 구름을 읽고 싶다

푸른 산의
나무
열매
짐승들의

곡진한 숨소리를
듣고

조용히
헤아려 보고 싶다

파아란 하늘의
깊으신 뜻과

흐르는
구름 같은 인생

그러나

푸른 산들의
저 열렬한 소명 실현

나무들 열매들
모든 생명들의


놀라운 오케스트라

손뼉 치며
더덩실 춤을 추며

아무렴

우리
노래를

노래를

불러야지
불러야지

--------------------------
+ 9월에는 / 임숙희

9월에는
파란 하늘 드리워진 창가에 서서
맑은 눈망울로
가슴 가득 하늘빛을 담고 싶다

여름날 뜨거웠던 태양은
가을 바람결에 숨을 고르고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코스모스 꽃잎에
청초한 그리움 사뿐히 내려앉는
9월에는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을
초록 잎 노랗게 물들이며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고 싶다.

-------------------------
+ 9월에는 / 정태중

구월에는
무릇 저들이 품었던 열의 숨소리,
차분히 익어 가는 날들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이슬에
순응하며 눕는 풀들과
누렇게 영글어 가는 벼 이삭을
마음에 담고

아직
떠나지 못한 매미의 미련,
차츰 멀어지는 정적 같은
그 속내를 담아

구월에는 무릇
익어감에 경배의 마음 내려놓고
티 없이 맑은 하늘 속으로
내 마음도 걸어 두렵니다

--------------------------
+ 9월의 강 / 박동수

갈대의 슬픈 이별이
싸늘한 바람에
부대끼며 삭삭거리는
노래로 들리고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 위로
고추잠자리
바삭 마른 날개 짓은
힘에 겨웁다

여름날 열기 속
초록빛 끈끈한 연가(戀歌)는
물기 잃은 낙엽이 되어
물 위에 실려
먼 여행길 떠나는 날
강물 빛조차
흐릿하게 침묵하는
무정한 9월의 강

===============
+ 9월의 비 / 이상목

4월에 비를 맞으며
이 하이웨이를 지나곤 할 때
나는 길가의 집들을 알지 못했다
하루아침 햇빛은 퍼붓듯 쏟아지고
연둣빛 유니폼을 입고 늘어선 나무들
민들레꽃은 밤새 황금 카펫을 깔아놓아
나는 그 위로 세상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길 따라
오늘 내가 집을 향할 때
9월 하순의 어스름 길에 깔리고
문득 불을 켜는 길가의 아파트들
거긴 들어갈 수 없는
아무리 오가도 스쳐만 가야 하는 성벽
낯선 길 이대로 달리면
하늘과 땅이 맞붙은 저 끝 어디
불 꺼진 마을에 닿을 수 있을까
표지판 없이도 훤한 동네
비 그친 골목에 들어설 수 있을까

--------------------------
+ 9월의 시 / 이명희

길섶 강아지풀 어느새 누레지고
들녘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과실들 저마다 단맛을 풍기며
달큼하게 익어가는 풍요로운 달
초록의 여행을 떠난
나그네의 감사 기도가 깊어진다
차오르는 정감과 삶의 성찰로
분주하게 레이스커튼을 만들어 치자
가을 영화 한 편 속
사랑의 우편마차 내게 달려오도록

--------------------------
+ 9월의 시 / 장종섭

팔월의 여름날을
한 알의 해열제도
먹어보지 못한 채
고열을 식혀낸 바다에

허락도 없이 구월은
사람들과 가을을 불러들여
파도타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구월이 조금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나
사람과 가을은 눈이 맞아

풍성한 구월의 품속에서
아름다운 언어로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갑니다.

가을은 시어가 되고
내 가슴에 그대가 들어
시인이 되었으니
구월은 춤춘다, 시와 함께.

--------------------------
+ 9월의 시 / 전진옥

우리 서로 멀리서
바라만 보는 동안
가을이 왔습니다

사색을 통해 깨어나는
가을날의 맑은 서정
또 한세월이 가나 보아요

내리는 비속에
날로 깊어가는 가을
가을로의 초대

우리의 땀도 익혀줄
풍요를 부르는 계절
가을 속으로 가 보아요

===============
+ 9월 하늘 / 박상현

작은 산길 노승을 따라 걷던 나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 속에 잠긴다
불타던 여름 햇살을 품던 8월도
9월 하늘을 만나면 꽃씨 닮은 아침 이슬방울이 된다

8월을 해감시킨 9월의 저녁노을 속엔
붉은 수수가 물들어 가고
하늘은 한 뼘씩 높아만 간다

보랏빛 메꽃 수줍게 피어난 들판엔
억새꽃이 파란 하늘에 흰 그림자를 그려나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길을 만들고
뒤늦은 고백의 들꽃이 피어납니다

8월의 닻을 내린 어머니의 작은 텃밭엔
희디흰 도라지꽃이 높아만 가는 하늘 속에 피어있고
9월의 닻을 올린 맑은 밤
목화밭에 내려앉은 달꽃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9월의 허수아비 아래로
알알이 금빛으로 익어가는 벼 이삭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9월 하늘 속에 별이 된다

---------------------------
+ 가을 창밖 / 정기현

9월 창밖
가을이 찾아와
문 앞을 서성이는 사이
벌써 저만치 여름이
물러나 앉았네

새벽녘
슬그머니 창문을 타 넘은
가을 냄새
이불속으로 스며들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붉은 태양
솔바람 중매로 밤새 이슬 품은 듯
지난밤 사이
붉은 기운 묽어 보이네

돌담에 숨은 고추잠자리
연분홍 봉숭아
뽀얀 가슴 엿보다
가을 눈치 보느라 왕 눈 굴리고

하늘하늘 코스모스
가녀린 허리 비틀며 손짓 하는
수줍은 꽃잎에
파아란 하늘이 내려앉는다

--------------------------
+ 구월에는 / 이정순

간밤 오작교 다리에서
푸른 눈물을 그토록 쏟아내더니
눈물로 바다를 만들어 띄우고
유유히 흐르는 구름은
기산을 안고 뒹굴어 보지만
구월의 솔향기는 바닷가에 머문다
지난날의 추억이
감성을 헤집어내 바닷가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 스치고 지나갑니다.
푸른 이파리 계절의 옷으로
하나둘 갈아입고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어 가는 가을입니다

---------------------------
+ 8월과 9월 / 전희종

8월의 태양과 진초록 녹음이
뜨거운 연애질로 탄생한 9월

그 9월이
조석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가을을 출산했다
태양의 불타는 정열은 그대로인데
숨결은 한결 보드라워라

농촌에는
오곡이 여물어가는 소리
도회 변두리 과수원에는
백과가 익어가는 소리

장롱에선 이불이 내려오고
네 잎 클로버의 볼엔
초롱초롱 새벽이슬이 영롱하다.

8월과 9월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계절
아침과 저녁은 서로 다른 형제
한낮엔 같은 형제
계절의 레일을 달리는 가을열차를 타고
넘실넘실 10월로 달려간다.

=================
+ 9월, 고지리 / 김귀녀

고추와 잎이 무성해지고
잠자리가 한결 여유로워지고
벼의 낱알이 통통해지고
하늘이 멀다
또 다른 가을이 우리에게 오고
하얀 여름밤이
짝을 만난 것처럼 사라지고
뒷산이 뒤숭숭할 것이다

-----------------------------
+ 9월 민들레 / 장수남

강변아래 갈대숲
팔월한가위 둥근 달빛은
고향 떠난
엄마의 그리움일까.

강 뚝 아래
가을 햇살이 일궈 논
조그만 땅 누구의
텃밭일까.

비집고 들어앉아
지들끼리 몸 부딪쳐가며
어정쩡하게 앉아있는
이름은 알듯 모를 듯
앉은뱅이 잡초.

넌. 어디서 왔지.
언제부터 알고 지냈니.
친한 오누이처럼
반말 써가며 민들레야.
여기는 내 자리야.

자리 조금만 비켜주면
민들레 그저 고마운 마음
그래. 고맙데이!
노랗게 핀 웃음 환하게
고향 우리 엄마
보름달도 덩달아…….

-----------------------------
+ 9월의 강변 / 박동수

코스모스 가지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밀려오는
9월의 강변
떠나지 못한 늦여름이
시들어가던
갈대숲 사이로 스며들고
힘겹던 텃새 한 마리
코스모스 꽃잎에 물든
가을을 숨 쉰다

나른했던 강물은
높이 뜬 조개구름 위로
시린 하늘
그리고
영근 우리 사랑 품으며
가벼이 흘러가네

-----------------------------
+ 9월의 거울 / 황희순

영양은 사자가 무서워 도망치는 걸까
죽는 게 무섭다는 걸 감각으로 알까
어미의 어미가 그러했듯
사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있는 힘 다해 도망치다 돌아보니
사자가 안 보이면 영양은, 에잇
턱에 차는 숨을 삼키며 웃을까
도망친 이유를 금방 잊을까
죽고 사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해
지금 연습 중이야, 우물거리다
사자가 다시 툭 나타나면
전과 다른 감각으로 도망칠까
다시는 없겠거니 살다가 닥치는 벽
밀쳐낸 벽이 벌떡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영양과 나와 너와
기러기와 벌과 꼽등이와 동고동락
동병상련 동상각몽, 끝없는 이 미로를
어떻게 탈출하나

=================
+ 9월의 기도 / 윤영초

길게 늘어진
서러운 더위만 머무른
흔적 다 지우고 햇빛 찬란한
코스모스 하늘 거리는
9월이게 하소서

바람이 지나간 자리
홀로 서게 하지 마시고
알알이 영그는
가을이게 하소서

마음이 가득 찬 욕심보다
배려가 넘치는
모든 것 다 포용하는
가을 하늘이게 하소서

푸른 나무에 아름다운
흔적으로 단풍 들게 하시고
우리 모두 마음에도
훌륭한 단풍이 들게 하소서

9월엔 후회 없는
우리 가슴마다
사랑으로 가득 차고
지천으로 나부끼는 가을
부끄럽지 않은 그리움이게 하소서

-----------------------------
+ 9월의 노래 / 임영준

앙금이 조금 남았어도
서늘바람 한 줄기
향기 짙은 녹음에
보석으로 영글리라

무심한 벌레 소리가
가르침으로 다가오면
허공에 가득 열려 있는
과실들이 보이리라

그리움을 다듬기만 해도
사랑에 목이 말라도
둥지가 틀어지는데
숲 속의 길이 열리는데

낯익은 구름이 정겹게
도도한 강물이 흥겹게
세속까지 어루만지는
구월의 노랠 부르리라

-----------------------------
+ 9월의 아침 / 정찬열

한여름
침대 위에 깔아 둔
대 돗자리 걷기에는
아직 이른 저 녁 잠자리
창문도 열어 둔 늦더위.
잠자리 들기에는 호감(好感)입니다.

한밤중
등받이에 냉기를 느껴
자리 지킨 이불을 덮어보고
그래도 추위 느껴 잠에서 깨어
거실 창문까지 닫은 후에
어렵사리 고운 잠에 취해봅니다.

새벽녘.
습관처럼 깨어나 눈을 뜨니
들리는 매미소리 여운은 없고,
대신하는 귀 뜨리 합창소리에
구월이 월력(月曆)이 기지 게 켠다..

아침시간.
잠옷 틈새로 냉기가 숨어들고
아침까치소리 주저리 울어대고
어제 달리 변화되는 계절의 여밈.
9월의 변신을 깨우는 아침.

------------------------------
+ 9월의 안부 / 천준집

한여름 하늘거리는 여인의
미니스커트 바람도 조용히 잠들고

잔잔한 풀벌레 소리에
9월을 느낍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 소리에 전해오는
그대 향한 그리움은 내 가슴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

뜨거운 열대야가 가져다준 고통도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열기도
기억 저편으로 던져 버렸지요

파란 하늘이 가져다준 선물에
두 팔 벌려 9월을 품으며,

나는 모든 이에게 9월의 안부를
전합니다.

=================
+ 9월의 초대 / 임영준

어서 오세요
저 넓은 창가에 앉으세요
시나브로 장관이 펼쳐질 겁니다
언제나 오실까
한참을 목 늘이고 있었답니다
게다가 온갖 꽃차 향기가
우러날 대로 우러나와서
그대로 취해 버릴뻔했는데
마침맞게 깨워주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성마른 이들은
기다리다 지치고 더위 먹어
자칫하면 손 놓아 버릴 뻔 했는데
딱 제때 찾아주신 겁니다
지나고 나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날들이지만
이왕 자리 잡고 앉으셨으니
흠뻑 빠졌다가 가시지요

-----------------------------
+ 9월의 편지 / 황금찬

옷장 밑 빼닫이에서
당신의 신발 한 짝을 내 봅니다.
이것은 당신이 끌려가던 날 새벽
뜨락에 벗어진 당신의 신발입니다.

그 후 당신의 소식을 모릅니다.
첫아이면서 막내둥이가 된
영희년은
벌써 국민학교 삼 학년이랍니다.

공백화(空白化)해 가는 내 창 앞에
9월이 가져오는 이 편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겝니까.

같은 하늘 밑에서 산다곤 믿어 안 지고
그렇다고 안 믿기란 믿기보다 어렵습니다.
혹 영희년이 벼잉 나면
아버지를 찾습니다.
그때처럼 당신이 미운 때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납치된 이유를 아직도 모릅니다.
그저 9월이면 하늘 같은 사연으로
편지를 쓸 뿐
그러나 보낼 곳이 없습니다.

손끝도 닿을 내 강토에
암암히 흐르는 이 강물은
우리들에게 칠월 칠석도 마련하지 않고
납치의 달 9월은 가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잠든 영희 머리맡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4292년에
또다시 9월의 편지를 쓰기 전
당신은 소식을 삽시오.

-----------------------------
+ 9월의 향기 / 이향숙

아침 안개가 숲에서 속살을 드러내고,
이슬 머금은 며느리배꼽은 등이 따갑다고
옆의 구절초한테 긁어 달라고 한다.

지천으로 널린 가을에 그다지 향기는
진하지 않지만 높은 하늘이,
하늘을 맴도는 잠자리가 가을을 말해준다.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솔방울이 떼굴떼굴
굴려가고 줄지어 가던 개미들
웬 천둥소린가 놀래 개미취 아래 엎드린다.

어-름 의 달콤한 향기에 얼른 손이 뻗어지고
벌어진 하얀 속살에 입을 갖다 대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속살 안에 까만이 가 톡톡.

삽작 밖에 있는 감나무에 가을 노을만큼
물이 든 감들이 개구쟁이들의 작대기에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 터진다.

그렇게
그렇게
9월의 향기는 가을 어귀에서
톡톡 터져 더 진한 가을을 준비한다.

-----------------------------
+ 9월의 향수 / 유경란

9월엔 하늘이 높아
그리움이 쌓이고
고향의 은행나무와
길가에 가녀린 코스모스가
기억 속에 하늘 거린다
들판은 금빛으로 물들고
나뭇잎은 구월을 숨기곤
붉게 타오르려 한다

9월엔 이방인의 가슴으로
스산한 그리움이
바람 되어 스며든다
노란 은행잎을 머리 위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확의 기쁨을 나누던
그 시절의 9월이
가슴속에 춤을 춘다

=================
+ 9월이 오면 / 백덕순

그대 없는 창가에
선잠에서 깨어난 고추잠자리
벽에 기대어 날개를 여민다

목청 터진 매미 소리
가을이 한발 성큼 다가오고
거울 속에 밤마다 그려보던
코스모스 아릿한 얼굴

하늘 멀리 보내며
알알이 영글어 가는 포도송이
작은 소망도 익어가고

갈림길에서
남몰래 가끔 꺼내보면
붉어지는 그날 꿈의 대화
서럽게 바스러져 볼 수 없어도

구월이 오면
코스모스보다 더 진한
가을 사랑 위하여
거울을 닦아야겠다

------------------------------
+ 9월이 오면 / 이유식

9월이 오면
그대는
언제나 내 생존을 포로로 만들었네
밀물처럼 밀려왔던
순애의 그리움을 되새김질하는 추억
천연한 웃슴 꽃으로 피어나는
동구의 광야에 피어난 해바라기꽃이었지
여울목 돌고 돌아
설레고 설레이던 뜬 구름 따라
저문 강으로 흘러가는 구월의 노을은
코스모스꽃 피어날 때 만났던
아담과 이브가 살다 떠난 그 동산에
카인과 아벨도 와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리움의 노래였었지

------------------------------
+ 구월의 길섶 / 오애숙

청명 피어나는
구월의 해맑음
작열하던 태양
꼬리 감추었나
악몽의 여름날
깨어나는 아침
싱그러운 구월
날개 활짝 편다

------------------------------
+ 구월의 노래 / 양태문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가을 녘
이름 모를 야생화는
분단장에 해가 짧아
잠자리는 들이 넓다고 공중비행 연습에
영글어 고개 숙이는 서숙(조)에
삶을 배우니
벼 익는 황금 들판에
참새는 입방아를 찧고
키다리 해바라기 환한 낯으로 구월을 맞는다.

빨간 홍옥 열매에
산새가 쉬어가고
요리조리 바위 타던 붉은 담쟁이도
고사리손이 아픈지
가던 길을 멈추면
꽃보다 붉은 단풍잎에
시인은 시를 써서
머나먼 곳의 그리운 이에게
골짜기 흐르는 물에 연서를 띄워 보낸다.

=================
+ 구월의 아침 / 김덕성

새 아침 열리는데
어제의 악몽에서 깨어나
가슴을 펴고 구월을 힘껏 마시자
지난여름
이글거리던 햇살도
여인 마냥 사랑스럽게 안기는
구월이 열리네
가을향기
그윽한 입김으로 자아내며
밤송이 터지는 소리
먹음직스럽게 익는 가을을 알리네
얼씨구 좋다
희망으로 열리는
구월의 새 아침
모두에게 내리는 축복의 아침일세

-------------------------------
+ 구월의 축복 / 김덕성

올가을은
지난여름 폭염으로 시달려서 그런지
가을이 주는 기쁨은
극치에 이른다
길섶에서 뛰어가는 메뚜기 풀무치
꽃 찾는 빨간 고추잠자리
바람에 일렁이는 갈꽃 코스모스
마음을 즐겁게 하고
에메랄드빛에 높고 높은 고운 하늘
그림처럼 떠있는 흰 구름
모두 일품이구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절로 시가 되어
기쁨을 주니
하늘이 내리는 축복의 구월이구나

------------------------------
+ 구월이 오면 / 김덕성

구월에는
태양열로 입은 상처를 씻어 버리고
푸른 하늘빛을 받으면서

햇살 내리는 대지
먹음직스럽게 영글어 가는
빨간 단감처럼
빨간 사랑으로 행복하게

믿음에 바탕을 두고
맺어진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아낌없이 베풀며
고운 사랑으로 나누어 주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사랑의 눈빛으로
후회 없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과 행복으로 꿈이 환하게 열리는
구월이었으면

-------------------------------
+ 구월이 오면 / 나상국

불볕더위와 열대야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 잠만 자던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문안드리는
구월이 오면
산새들도 산을 버리고 들로 내려와
저희 세상인 양
붉으니 파래니
온갖 참견을 다 하네
얼굴 발개진 사과와
머리가 무거운 나락은
고개 숙이고
가만히 듣기만 하네
뒷짐 지고 떠나간 여름
그 위로
풍만한 가을이 곱게 여물어 가겠지!

=================
+ 하와이 9월 / 성백군

9월은
가을의 입구인데
8월보다 더 덥다

오늘따라
바람 불지 않으니
야자수는 까닭 없이 무조건 벌을 서고
샤워 트리 작은 잎들도 덩달아 눈치 보느라
풀이 죽어 달싹거리지도 못한다

사철이 초록이고 섬이라
물 좋고, 공기 맑고, 하늘 푸르르고, 다 좋은데
바람 없는 날은 후덥지근한 습기 때문에
순한 사람도 성질머리 고약해지겠다
하였더니
그러니까 하와이가 구백구십구당이란다
천당이면 죽어서나 가는 곳인데
당신이 여기서 살 수 있겠느냐며
한 당 모자라는 것에 감사할 줄 알라며
적선하듯 실바람이 살짝 왔다 간다

그런가?
야자수도, 샤워 트리도, 나도,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말똥말똥
긍정인지 부정인지 눈만 깜박거리는
하와이 9월은 년 중 제일 덥다

---------------------------------
+ 9월, 바람나다 / 임영준

진홍 꽃 판 이슬에
농염한 하늘이 맺혀있었어요
함초롬한 가을 봉오리에
풍만한 바람이 가슴을 부비고요

무르익은 고추잠자리는
상대를 가리지 않더군요
게다가 정염에 불타는 감들은
파과만 꿈꾸고 있고요

무화과나무 아래에선
괜스레 속살이 떨리더라니까요

---------------------------------
+ 9월에 핀 장미 / 곽종철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녀도
멀리 떠난 임이 돌아온 듯
그대를 보니
반가운 걸 어쩌나.

눈부시게 빨간 자태가
숙맥 같은 이 가슴을
또다시 콩닥거리게 하니
난들 어쩌나.

서산 노을이 땅거미를 부르니
떠날 때가 되었건만
철이 지나 피는 장미에 홀려
임을 보듯 넋을 잃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네.

푸른 시절에 푹 빠진 그대,
태양을 먹고 웃는 밤송이처럼
계절의 이별을 모르는 걸 보니
세월도 어쩔 수가 없나 봐.

--------------------------------
+ 9월의 하룻날 / 박동수

백사장 열기는 식어가고
발자국을 쓸어가는
소금끼 짠 쓸쓸한 바람은
이별의 눈물이다

잎들은 진한 녹색빛을 벗고
낙엽 빛에 물들어
먼 길 떠날 준비를 하면
나무는 홀로서기를 준비를 한다

시들어가는 나팔꽃의
목멘 전별의 연주에
시들어가는 미루나무 잎은
노란 손수건 흔들어 댄다

쉰 뱃고동이 처량하게 울리는
항구엔 미처 손을 놓친
아쉬운 이별들이
눈물 젖는 9월의 하룻날

===================
+ 9월이 간다네 / 박종영

그저 밀어내지 않아도
모두 챙겨 떠날 거라고 우쭐해하던
늦더위 바람,

흙먼지 곱게 다지고 일어서는
가을 민들레,
한자리 납작하게 풀꽃 제치고 피어올라
헤프게 몸 푼 소문들이
들녘에 넘쳐나는데,

그리움 찾아올 거라 믿어
거울 앞에 앉아 다듬고 기다리는
활짝 여문 구절초,
아직 눈길 안 준다고 노여움이다.

어느새 푸른 하늘이 고개 디민다
배부른 벼포기 그거 엿보는 저 쏠쏠한 재미,
부끄러운 마음 서운하게 귀띔하기를
9월이 바로 비껴간다는 소식.


+ 9월 2 / 김승택

엷은 가을 햇살을 못 이겨
어제는 하루 종일 몸살을 앓았습니다.
뼛속 깊은 곳에서 흔들리는
빛의 낙과(落果)
햇살도 몸속에서 진종일 앓다가
어스름이 내리는 논둑길을 따라
황소처럼 돌아갔습니다.
낮게 엎드린 산허리를 돌아
호롱불 밝히는 초가를 돌아
가을의 어스름은 다가오고
나를 위해 마련된 잠자리
굴뚝 높게 연기가 오르고
몸살도 온종일 누웠다가
연기로 올라갔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태어날 피부를 위해.
내일이면 다시 돋아날 날개를 위해.

-------------------
+ 9월 / 목필균

9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 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
+ 9월 / 오애숙

엊그제 감꽃 떨어져
쪽빛 하늘 보고 있으니
감꽃 활짝 미소했지

어린 시절 감꽃 모아
실에 꿰 목걸이 만들어 걸면
아들 낳는다는 속담에
빙그레 웃었는데

눈 깜박할 사이에
앞마당의 감나무에서
홍빛 웃음보 터지고 있어
풍요로 피는 9월

입안에서 사르륵
가을 햇살에 농익은 홍시
녹아내리고 있기에
우슬 뿌리도 캔다

구월 창 활짝 연
오곡백과 여무는 들녘
눈이 황홀하다

-------------------
+ 9월 / 이승혜

노을보다 더 붉은
그리움으로
사랑하겠습니다

지난날의 상처들은
아름다운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향기의 강렬함이
보이는 듯
머무는 듯

자연은 맺고 끊음이
확실한 계절
한뼘 한 뼘 수를 놓습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고
찬란한 태양의 계절
더 없는 성숙함은
그리움이 되어 흐릅니다

===========
+ 9월 / 이진명

깃대들은 리듬을 찍는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머리칼이 긴 여자
가지런한 두 다리 깃대 같다
혼자 길을 가는 여자 정답다고 노래한
죽은 시인의 시구 생각난다
여자는 머리칼을 흔든다 거리로 흔들어 보낸다
거리에 날려 날려가는 것은
은행잎, 강물
강물, 은행잎
여자의 머리칼은 銀紙처럼
대지 속을 폈다 접혔다
깃대들은 더 파랗게 리듬을 찍는다

------------------
+ 9월 / 임정현

들녘에
바람이 여물어가는 소문

채송화 도란거리는 뜰에
고추잠자리 졸고

하늘은
점점 속을 비워가고 있다

----------------------
+ 9월령 / 유안진

구차히 변명하는
써늘해진 눈매와 표정

뜬구름 뜬마음에
꿰뚫어 비쳐진 내 모양은

네 앞에 아무것 아닌
가을 잡초 이 꼴이었다니.

---------------------------
+ 9월 너는 / 김덕성

파랗게 물들인
황홀한 초가을 하늘빛
내리는 9월

풍성한 가을이 오면
사랑의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가을을 읊으려고
설렘으로 기다렸는데

사랑이 사라져 가고
가을 향 떠나고 꿈마저 부서진
9월 너는 왜
고로나와 동반했는가

이제라도 아픔 없는
희망과 기쁨을 만끽하던 곳
지난날이 그리워지는데
9월 너는…

===============
+ 9월 당신 / 박상현

산들바람이 불어오나 했더니
어느새 당신이 오셨구려
당신 맞을 마음도 못 갖춘 채
또다시 당신을 맞게 되는군요

그래도 그동안 열둘 친구 중,
나는 당신을 제일 좋아해요
당신의 높고 넓은 파란 하늘
내 가슴을 시원하게 튀어줍니다

코스모스 바람에 한들거림이 좋고
평화로이 날아 노니는 잠자리,
논밭에 누렇게 익어가는 곡식,
과일나무 주렁주렁 열린 과일,
이런 결실 안겨주는 당신이 좋아요

천고마비(天高馬肥)
그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우리가 살기에 조금도 불편 없는
최적의 환경 만들어 주시니
어찌 당신을 좋아하지 않으리오

9월 당신!

--------------------------
+ 9월 사랑 / 김덕성

알알이 익어가는 사랑
곱게 꽃을 피우며 깊어가는 가을

불어오는 갈바람
나뭇잎만 불그스름하게 물들이고
세월이 스쳐간 내 가슴에도
벌서 물들어
아쉬움을 남기며 흐른다

굵은 나이테
마음 아프게 스미며 깊어가는 가을
그리움이 드리우는데

베풀어 준 사랑
9월의 끝자락에 서서
내 빈 마음에 가득 담아 내일에 산다
9월의 넉넉한 사랑을

--------------------------
+ 9월에게 / 오보영

기꺼운 마음으로

반겨 맞는 건

숲을 위해서다

섭리에 따라
순리에 따라
사시사철 다른 모습으로

주어진 소명 잘 감당하며
숲을 지키는 나무들에게

때맞추어 불어오는
선선한 갈바람 함께

단풍도 곱게 물들이고
열매도 단단히 익혀서

마땅히 해야 할 도리
잘 해낼 수 있도록

든든하게
힘 북돋워주라고

응원하는 거란다

--------------------------
+ 9월에는 / 윤갑수

7月 절기를 잊은 코스모스
한 송이가 소담스레 피었다

8月 한여름 밤
쏟아지는 별똥별 보며
지새우던 날이 어제 같은데
새벽바람이 차갑다

귀뚜리도 울다 지친 가을밤
달님도 창가에서 졸고 있다

9월 초순
가을 문턱에 발길 내딛으니
고추잠자리도 허공을 날다
어디론가 사라지고 청아한
하늘만 내 눈가에 아롱진다.

===============
+ 9월에는 / 이찬용

파아란 하늘을 그리고 싶다
아슴히 흐르는 구름을 읽고 싶다

푸른 산의
나무
열매
짐승들의

곡진한 숨소리를
듣고

조용히
헤아려 보고 싶다

파아란 하늘의
깊으신 뜻과

흐르는
구름 같은 인생

그러나

푸른 산들의
저 열렬한 소명 실현

나무들 열매들
모든 생명들의


놀라운 오케스트라

손뼉 치며
더덩실 춤을 추며

아무렴

우리
노래를

노래를

불러야지
불러야지

--------------------------
+ 9월에는 / 임숙희

9월에는
파란 하늘 드리워진 창가에 서서
맑은 눈망울로
가슴 가득 하늘빛을 담고 싶다

여름날 뜨거웠던 태양은
가을 바람결에 숨을 고르고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코스모스 꽃잎에
청초한 그리움 사뿐히 내려앉는
9월에는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을
초록 잎 노랗게 물들이며
토닥토닥, 어루만져 주고 싶다.

-------------------------
+ 9월에는 / 정태중

구월에는
무릇 저들이 품었던 열의 숨소리,
차분히 익어 가는 날들에
귀 기울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조금씩 무거워지는 이슬에
순응하며 눕는 풀들과
누렇게 영글어 가는 벼 이삭을
마음에 담고

아직
떠나지 못한 매미의 미련,
차츰 멀어지는 정적 같은
그 속내를 담아

구월에는 무릇
익어감에 경배의 마음 내려놓고
티 없이 맑은 하늘 속으로
내 마음도 걸어 두렵니다

--------------------------
+ 9월의 강 / 박동수

갈대의 슬픈 이별이
싸늘한 바람에
부대끼며 삭삭거리는
노래로 들리고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 위로
고추잠자리
바삭 마른 날개 짓은
힘에 겨웁다

여름날 열기 속
초록빛 끈끈한 연가(戀歌)는
물기 잃은 낙엽이 되어
물 위에 실려
먼 여행길 떠나는 날
강물 빛조차
흐릿하게 침묵하는
무정한 9월의 강

===============
+ 9월의 비 / 이상목

4월에 비를 맞으며
이 하이웨이를 지나곤 할 때
나는 길가의 집들을 알지 못했다
하루아침 햇빛은 퍼붓듯 쏟아지고
연둣빛 유니폼을 입고 늘어선 나무들
민들레꽃은 밤새 황금 카펫을 깔아놓아
나는 그 위로 세상에 들어서는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길 따라
오늘 내가 집을 향할 때
9월 하순의 어스름 길에 깔리고
문득 불을 켜는 길가의 아파트들
거긴 들어갈 수 없는
아무리 오가도 스쳐만 가야 하는 성벽
낯선 길 이대로 달리면
하늘과 땅이 맞붙은 저 끝 어디
불 꺼진 마을에 닿을 수 있을까
표지판 없이도 훤한 동네
비 그친 골목에 들어설 수 있을까

--------------------------
+ 9월의 시 / 이명희

길섶 강아지풀 어느새 누레지고
들녘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간다
과실들 저마다 단맛을 풍기며
달큼하게 익어가는 풍요로운 달
초록의 여행을 떠난
나그네의 감사 기도가 깊어진다
차오르는 정감과 삶의 성찰로
분주하게 레이스커튼을 만들어 치자
가을 영화 한 편 속
사랑의 우편마차 내게 달려오도록

--------------------------
+ 9월의 시 / 장종섭

팔월의 여름날을
한 알의 해열제도
먹어보지 못한 채
고열을 식혀낸 바다에

허락도 없이 구월은
사람들과 가을을 불러들여
파도타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구월이 조금은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나
사람과 가을은 눈이 맞아

풍성한 구월의 품속에서
아름다운 언어로
한 편의 시를 써 내려갑니다.

가을은 시어가 되고
내 가슴에 그대가 들어
시인이 되었으니
구월은 춤춘다, 시와 함께.

--------------------------
+ 9월의 시 / 전진옥

우리 서로 멀리서
바라만 보는 동안
가을이 왔습니다

사색을 통해 깨어나는
가을날의 맑은 서정
또 한세월이 가나 보아요

내리는 비속에
날로 깊어가는 가을
가을로의 초대

우리의 땀도 익혀줄
풍요를 부르는 계절
가을 속으로 가 보아요

===============
+ 9월 하늘 / 박상현

작은 산길 노승을 따라 걷던 나무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 속에 잠긴다
불타던 여름 햇살을 품던 8월도
9월 하늘을 만나면 꽃씨 닮은 아침 이슬방울이 된다

8월을 해감시킨 9월의 저녁노을 속엔
붉은 수수가 물들어 가고
하늘은 한 뼘씩 높아만 간다

보랏빛 메꽃 수줍게 피어난 들판엔
억새꽃이 파란 하늘에 흰 그림자를 그려나가고
들꽃으로 피어나는 코스모스가 길을 만들고
뒤늦은 고백의 들꽃이 피어납니다

8월의 닻을 내린 어머니의 작은 텃밭엔
희디흰 도라지꽃이 높아만 가는 하늘 속에 피어있고
9월의 닻을 올린 맑은 밤
목화밭에 내려앉은 달꽃이 바람과 함께 춤을 춘다

한껏 어깨에 힘이 들어간 9월의 허수아비 아래로
알알이 금빛으로 익어가는 벼 이삭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9월 하늘 속에 별이 된다

---------------------------
+ 가을 창밖 / 정기현

9월 창밖
가을이 찾아와
문 앞을 서성이는 사이
벌써 저만치 여름이
물러나 앉았네

새벽녘
슬그머니 창문을 타 넘은
가을 냄새
이불속으로 스며들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붉은 태양
솔바람 중매로 밤새 이슬 품은 듯
지난밤 사이
붉은 기운 묽어 보이네

돌담에 숨은 고추잠자리
연분홍 봉숭아
뽀얀 가슴 엿보다
가을 눈치 보느라 왕 눈 굴리고

하늘하늘 코스모스
가녀린 허리 비틀며 손짓 하는
수줍은 꽃잎에
파아란 하늘이 내려앉는다

--------------------------
+ 구월에는 / 이정순

간밤 오작교 다리에서
푸른 눈물을 그토록 쏟아내더니
눈물로 바다를 만들어 띄우고
유유히 흐르는 구름은
기산을 안고 뒹굴어 보지만
구월의 솔향기는 바닷가에 머문다
지난날의 추억이
감성을 헤집어내 바닷가 모래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 스치고 지나갑니다.
푸른 이파리 계절의 옷으로
하나둘 갈아입고 저마다의
색깔로 물들어 가는 가을입니다

---------------------------
+ 8월과 9월 / 전희종

8월의 태양과 진초록 녹음이
뜨거운 연애질로 탄생한 9월

그 9월이
조석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가을을 출산했다
태양의 불타는 정열은 그대로인데
숨결은 한결 보드라워라

농촌에는
오곡이 여물어가는 소리
도회 변두리 과수원에는
백과가 익어가는 소리

장롱에선 이불이 내려오고
네 잎 클로버의 볼엔
초롱초롱 새벽이슬이 영롱하다.

8월과 9월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는 계절
아침과 저녁은 서로 다른 형제
한낮엔 같은 형제
계절의 레일을 달리는 가을열차를 타고
넘실넘실 10월로 달려간다.

=================
+ 9월, 고지리 / 김귀녀

고추와 잎이 무성해지고
잠자리가 한결 여유로워지고
벼의 낱알이 통통해지고
하늘이 멀다
또 다른 가을이 우리에게 오고
하얀 여름밤이
짝을 만난 것처럼 사라지고
뒷산이 뒤숭숭할 것이다

-----------------------------
+ 9월 민들레 / 장수남

강변아래 갈대숲
팔월한가위 둥근 달빛은
고향 떠난
엄마의 그리움일까.

강 뚝 아래
가을 햇살이 일궈 논
조그만 땅 누구의
텃밭일까.

비집고 들어앉아
지들끼리 몸 부딪쳐가며
어정쩡하게 앉아있는
이름은 알듯 모를 듯
앉은뱅이 잡초.

넌. 어디서 왔지.
언제부터 알고 지냈니.
친한 오누이처럼
반말 써가며 민들레야.
여기는 내 자리야.

자리 조금만 비켜주면
민들레 그저 고마운 마음
그래. 고맙데이!
노랗게 핀 웃음 환하게
고향 우리 엄마
보름달도 덩달아…….

-----------------------------
+ 9월의 강변 / 박동수

코스모스 가지 사이로
서늘한 바람이 밀려오는
9월의 강변
떠나지 못한 늦여름이
시들어가던
갈대숲 사이로 스며들고
힘겹던 텃새 한 마리
코스모스 꽃잎에 물든
가을을 숨 쉰다

나른했던 강물은
높이 뜬 조개구름 위로
시린 하늘
그리고
영근 우리 사랑 품으며
가벼이 흘러가네

-----------------------------
+ 9월의 거울 / 황희순

영양은 사자가 무서워 도망치는 걸까
죽는 게 무섭다는 걸 감각으로 알까
어미의 어미가 그러했듯
사자가 나타나면 무조건 도망쳐야 해
있는 힘 다해 도망치다 돌아보니
사자가 안 보이면 영양은, 에잇
턱에 차는 숨을 삼키며 웃을까
도망친 이유를 금방 잊을까
죽고 사는 일에도 연습이 필요해
지금 연습 중이야, 우물거리다
사자가 다시 툭 나타나면
전과 다른 감각으로 도망칠까
다시는 없겠거니 살다가 닥치는 벽
밀쳐낸 벽이 벌떡 일어나고 또 일어나는
믿을 수 없는 세상을, 영양과 나와 너와
기러기와 벌과 꼽등이와 동고동락
동병상련 동상각몽, 끝없는 이 미로를
어떻게 탈출하나

=================
+ 9월의 기도 / 윤영초

길게 늘어진
서러운 더위만 머무른
흔적 다 지우고 햇빛 찬란한
코스모스 하늘 거리는
9월이게 하소서

바람이 지나간 자리
홀로 서게 하지 마시고
알알이 영그는
가을이게 하소서

마음이 가득 찬 욕심보다
배려가 넘치는
모든 것 다 포용하는
가을 하늘이게 하소서

푸른 나무에 아름다운
흔적으로 단풍 들게 하시고
우리 모두 마음에도
훌륭한 단풍이 들게 하소서

9월엔 후회 없는
우리 가슴마다
사랑으로 가득 차고
지천으로 나부끼는 가을
부끄럽지 않은 그리움이게 하소서

-----------------------------
+ 9월의 노래 / 임영준

앙금이 조금 남았어도
서늘바람 한 줄기
향기 짙은 녹음에
보석으로 영글리라

무심한 벌레 소리가
가르침으로 다가오면
허공에 가득 열려 있는
과실들이 보이리라

그리움을 다듬기만 해도
사랑에 목이 말라도
둥지가 틀어지는데
숲 속의 길이 열리는데

낯익은 구름이 정겹게
도도한 강물이 흥겹게
세속까지 어루만지는
구월의 노랠 부르리라

-----------------------------
+ 9월의 아침 / 정찬열

한여름
침대 위에 깔아 둔
대 돗자리 걷기에는
아직 이른 저 녁 잠자리
창문도 열어 둔 늦더위.
잠자리 들기에는 호감(好感)입니다.

한밤중
등받이에 냉기를 느껴
자리 지킨 이불을 덮어보고
그래도 추위 느껴 잠에서 깨어
거실 창문까지 닫은 후에
어렵사리 고운 잠에 취해봅니다.

새벽녘.
습관처럼 깨어나 눈을 뜨니
들리는 매미소리 여운은 없고,
대신하는 귀 뜨리 합창소리에
구월이 월력(月曆)이 기지 게 켠다..

아침시간.
잠옷 틈새로 냉기가 숨어들고
아침까치소리 주저리 울어대고
어제 달리 변화되는 계절의 여밈.
9월의 변신을 깨우는 아침.

------------------------------
+ 9월의 안부 / 천준집

한여름 하늘거리는 여인의
미니스커트 바람도 조용히 잠들고

잔잔한 풀벌레 소리에
9월을 느낍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 소리에 전해오는
그대 향한 그리움은 내 가슴
깊은 곳으로 스며들고

뜨거운 열대야가 가져다준 고통도
이글거리는 아스팔트의 열기도
기억 저편으로 던져 버렸지요

파란 하늘이 가져다준 선물에
두 팔 벌려 9월을 품으며,

나는 모든 이에게 9월의 안부를
전합니다.

=================
+ 9월의 초대 / 임영준

어서 오세요
저 넓은 창가에 앉으세요
시나브로 장관이 펼쳐질 겁니다
언제나 오실까
한참을 목 늘이고 있었답니다
게다가 온갖 꽃차 향기가
우러날 대로 우러나와서
그대로 취해 버릴뻔했는데
마침맞게 깨워주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성마른 이들은
기다리다 지치고 더위 먹어
자칫하면 손 놓아 버릴 뻔 했는데
딱 제때 찾아주신 겁니다
지나고 나면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날들이지만
이왕 자리 잡고 앉으셨으니
흠뻑 빠졌다가 가시지요

-----------------------------
+ 9월의 편지 / 황금찬

옷장 밑 빼닫이에서
당신의 신발 한 짝을 내 봅니다.
이것은 당신이 끌려가던 날 새벽
뜨락에 벗어진 당신의 신발입니다.

그 후 당신의 소식을 모릅니다.
첫아이면서 막내둥이가 된
영희년은
벌써 국민학교 삼 학년이랍니다.

공백화(空白化)해 가는 내 창 앞에
9월이 가져오는 이 편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겝니까.

같은 하늘 밑에서 산다곤 믿어 안 지고
그렇다고 안 믿기란 믿기보다 어렵습니다.
혹 영희년이 벼잉 나면
아버지를 찾습니다.
그때처럼 당신이 미운 때는 없습니다.

나는 당신이 납치된 이유를 아직도 모릅니다.
그저 9월이면 하늘 같은 사연으로
편지를 쓸 뿐
그러나 보낼 곳이 없습니다.

손끝도 닿을 내 강토에
암암히 흐르는 이 강물은
우리들에게 칠월 칠석도 마련하지 않고
납치의 달 9월은 가는 것입니다.

나는 지금 잠든 영희 머리맡에서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4292년에
또다시 9월의 편지를 쓰기 전
당신은 소식을 삽시오.

-----------------------------
+ 9월의 향기 / 이향숙

아침 안개가 숲에서 속살을 드러내고,
이슬 머금은 며느리배꼽은 등이 따갑다고
옆의 구절초한테 긁어 달라고 한다.

지천으로 널린 가을에 그다지 향기는
진하지 않지만 높은 하늘이,
하늘을 맴도는 잠자리가 가을을 말해준다.

소나무에서 떨어지는 솔방울이 떼굴떼굴
굴려가고 줄지어 가던 개미들
웬 천둥소린가 놀래 개미취 아래 엎드린다.

어-름 의 달콤한 향기에 얼른 손이 뻗어지고
벌어진 하얀 속살에 입을 갖다 대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속살 안에 까만이 가 톡톡.

삽작 밖에 있는 감나무에 가을 노을만큼
물이 든 감들이 개구쟁이들의 작대기에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 터진다.

그렇게
그렇게
9월의 향기는 가을 어귀에서
톡톡 터져 더 진한 가을을 준비한다.

-----------------------------
+ 9월의 향수 / 유경란

9월엔 하늘이 높아
그리움이 쌓이고
고향의 은행나무와
길가에 가녀린 코스모스가
기억 속에 하늘 거린다
들판은 금빛으로 물들고
나뭇잎은 구월을 숨기곤
붉게 타오르려 한다

9월엔 이방인의 가슴으로
스산한 그리움이
바람 되어 스며든다
노란 은행잎을 머리 위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수확의 기쁨을 나누던
그 시절의 9월이
가슴속에 춤을 춘다

=================
+ 9월이 오면 / 백덕순

그대 없는 창가에
선잠에서 깨어난 고추잠자리
벽에 기대어 날개를 여민다

목청 터진 매미 소리
가을이 한발 성큼 다가오고
거울 속에 밤마다 그려보던
코스모스 아릿한 얼굴

하늘 멀리 보내며
알알이 영글어 가는 포도송이
작은 소망도 익어가고

갈림길에서
남몰래 가끔 꺼내보면
붉어지는 그날 꿈의 대화
서럽게 바스러져 볼 수 없어도

구월이 오면
코스모스보다 더 진한
가을 사랑 위하여
거울을 닦아야겠다

------------------------------
+ 9월이 오면 / 이유식

9월이 오면
그대는
언제나 내 생존을 포로로 만들었네
밀물처럼 밀려왔던
순애의 그리움을 되새김질하는 추억
천연한 웃슴 꽃으로 피어나는
동구의 광야에 피어난 해바라기꽃이었지
여울목 돌고 돌아
설레고 설레이던 뜬 구름 따라
저문 강으로 흘러가는 구월의 노을은
코스모스꽃 피어날 때 만났던
아담과 이브가 살다 떠난 그 동산에
카인과 아벨도 와서 북 치고 장구 치는
그리움의 노래였었지

------------------------------
+ 구월의 길섶 / 오애숙

청명 피어나는
구월의 해맑음
작열하던 태양
꼬리 감추었나
악몽의 여름날
깨어나는 아침
싱그러운 구월
날개 활짝 편다

------------------------------
+ 구월의 노래 / 양태문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가을 녘
이름 모를 야생화는
분단장에 해가 짧아
잠자리는 들이 넓다고 공중비행 연습에
영글어 고개 숙이는 서숙(조)에
삶을 배우니
벼 익는 황금 들판에
참새는 입방아를 찧고
키다리 해바라기 환한 낯으로 구월을 맞는다.

빨간 홍옥 열매에
산새가 쉬어가고
요리조리 바위 타던 붉은 담쟁이도
고사리손이 아픈지
가던 길을 멈추면
꽃보다 붉은 단풍잎에
시인은 시를 써서
머나먼 곳의 그리운 이에게
골짜기 흐르는 물에 연서를 띄워 보낸다.

=================
+ 구월의 아침 / 김덕성

새 아침 열리는데
어제의 악몽에서 깨어나
가슴을 펴고 구월을 힘껏 마시자
지난여름
이글거리던 햇살도
여인 마냥 사랑스럽게 안기는
구월이 열리네
가을향기
그윽한 입김으로 자아내며
밤송이 터지는 소리
먹음직스럽게 익는 가을을 알리네
얼씨구 좋다
희망으로 열리는
구월의 새 아침
모두에게 내리는 축복의 아침일세

-------------------------------
+ 구월의 축복 / 김덕성

올가을은
지난여름 폭염으로 시달려서 그런지
가을이 주는 기쁨은
극치에 이른다
길섶에서 뛰어가는 메뚜기 풀무치
꽃 찾는 빨간 고추잠자리
바람에 일렁이는 갈꽃 코스모스
마음을 즐겁게 하고
에메랄드빛에 높고 높은 고운 하늘
그림처럼 떠있는 흰 구름
모두 일품이구나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절로 시가 되어
기쁨을 주니
하늘이 내리는 축복의 구월이구나

------------------------------
+ 구월이 오면 / 김덕성

구월에는
태양열로 입은 상처를 씻어 버리고
푸른 하늘빛을 받으면서

햇살 내리는 대지
먹음직스럽게 영글어 가는
빨간 단감처럼
빨간 사랑으로 행복하게

믿음에 바탕을 두고
맺어진 진실하고 아름다운 사랑으로
아낌없이 베풀며
고운 사랑으로 나누어 주면서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며
사랑의 눈빛으로
후회 없이 열린 가슴으로
사랑과 행복으로 꿈이 환하게 열리는
구월이었으면

-------------------------------
+ 구월이 오면 / 나상국

불볕더위와 열대야 앞에
무릎 꿇고 엎드려 잠만 자던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문안드리는
구월이 오면
산새들도 산을 버리고 들로 내려와
저희 세상인 양
붉으니 파래니
온갖 참견을 다 하네
얼굴 발개진 사과와
머리가 무거운 나락은
고개 숙이고
가만히 듣기만 하네
뒷짐 지고 떠나간 여름
그 위로
풍만한 가을이 곱게 여물어 가겠지!

=================
+ 하와이 9월 / 성백군

9월은
가을의 입구인데
8월보다 더 덥다

오늘따라
바람 불지 않으니
야자수는 까닭 없이 무조건 벌을 서고
샤워 트리 작은 잎들도 덩달아 눈치 보느라
풀이 죽어 달싹거리지도 못한다

사철이 초록이고 섬이라
물 좋고, 공기 맑고, 하늘 푸르르고, 다 좋은데
바람 없는 날은 후덥지근한 습기 때문에
순한 사람도 성질머리 고약해지겠다
하였더니
그러니까 하와이가 구백구십구당이란다
천당이면 죽어서나 가는 곳인데
당신이 여기서 살 수 있겠느냐며
한 당 모자라는 것에 감사할 줄 알라며
적선하듯 실바람이 살짝 왔다 간다

그런가?
야자수도, 샤워 트리도, 나도,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말똥말똥
긍정인지 부정인지 눈만 깜박거리는
하와이 9월은 년 중 제일 덥다

---------------------------------
+ 9월, 바람나다 / 임영준

진홍 꽃 판 이슬에
농염한 하늘이 맺혀있었어요
함초롬한 가을 봉오리에
풍만한 바람이 가슴을 부비고요

무르익은 고추잠자리는
상대를 가리지 않더군요
게다가 정염에 불타는 감들은
파과만 꿈꾸고 있고요

무화과나무 아래에선
괜스레 속살이 떨리더라니까요

---------------------------------
+ 9월에 핀 장미 / 곽종철

고추잠자리가 날아다녀도
멀리 떠난 임이 돌아온 듯
그대를 보니
반가운 걸 어쩌나.

눈부시게 빨간 자태가
숙맥 같은 이 가슴을
또다시 콩닥거리게 하니
난들 어쩌나.

서산 노을이 땅거미를 부르니
떠날 때가 되었건만
철이 지나 피는 장미에 홀려
임을 보듯 넋을 잃고 있으니
어쩔 수가 없네.

푸른 시절에 푹 빠진 그대,
태양을 먹고 웃는 밤송이처럼
계절의 이별을 모르는 걸 보니
세월도 어쩔 수가 없나 봐.

--------------------------------
+ 9월의 하룻날 / 박동수

백사장 열기는 식어가고
발자국을 쓸어가는
소금끼 짠 쓸쓸한 바람은
이별의 눈물이다

잎들은 진한 녹색빛을 벗고
낙엽 빛에 물들어
먼 길 떠날 준비를 하면
나무는 홀로서기를 준비를 한다

시들어가는 나팔꽃의
목멘 전별의 연주에
시들어가는 미루나무 잎은
노란 손수건 흔들어 댄다

쉰 뱃고동이 처량하게 울리는
항구엔 미처 손을 놓친
아쉬운 이별들이
눈물 젖는 9월의 하룻날

===================
+ 9월이 간다네 / 박종영

그저 밀어내지 않아도
모두 챙겨 떠날 거라고 우쭐해하던
늦더위 바람,

흙먼지 곱게 다지고 일어서는
가을 민들레,
한자리 납작하게 풀꽃 제치고 피어올라
헤프게 몸 푼 소문들이
들녘에 넘쳐나는데,

그리움 찾아올 거라 믿어
거울 앞에 앉아 다듬고 기다리는
활짝 여문 구절초,
아직 눈길 안 준다고 노여움이다.

어느새 푸른 하늘이 고개 디민다
배부른 벼포기 그거 엿보는 저 쏠쏠한 재미,
부끄러운 마음 서운하게 귀띔하기를
9월이 바로 비껴간다는 소식.

---------------------------------
+ 구월의 모퉁이 / 주명옥

곱게 물들이는
바람인가 했더니
잠 못 드는 이야기
치렁치렁 엮어 매고

허기진 내 감정의 공간은
강요 치도 않는 밤
시계 소리는
귓등으로 떨어지고

창문 틈새로 들락거리는
썩어 문드러질 바람
닳고 닳아서 허름해진
어설픈 언어로

애증의 감정을 유폐시키고
가쁜 숨소리로 타박거리는
구월의 밤은
태연하기도 하다

눈은 어디다 두고
마음은 어디다 달아둘까
내 마음도
구조조정을 해야 할까 보다

-------------------------------------
+ 9월, 아침의 고요 / 곽현의

산바람과 강바람의 만남이다
새소리와 물소리
풀잎 사각 되는 그 틈으로 풀벌레소리
나직한 화음이 아침햇살에 밀려
들판을 누비다
마을 앞 내 뜰까지 당도했다.
아마, 아침 까치 소리에 다가온 속삭임 일게다.

생각의 리듬과
감동의 파동과
음표의 또박또박한 이유 때문에
쉼표는 숨을 곳도 몰라하며 제 모습 부끄러운 듯
아직도 들뜨고 있는
잔혹한 침묵이다.

햇살 반짝임에
저항하듯 부딪는 고요의 새 아침,
홀로 긴 묵상에서 침몰되고 있는
숱한 사색(思索)이여
나직한 그곳에 '나' 있음이니
아직도 정리되지 않는 것일랑
그냥 두어두고서...
그냥 두어두고서...

-------------------------------------
+ 9월 아침의 행복 / 한금희

9월이 시작된
어느 날 아침
작은 행운이 내게
찾아왔습니다
베란다 텃밭에서
말없이
커가던 아이들
아침 일찍
첫인사를 나누던
그날은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아침에만
잠깐 만날 수 있는
아이들
욕심 없는
적당한 만큼만
내게 주는 행복입니다
하루의 행복은
베란다 꽃밭에서
예쁘게 피어납니다
소소한 기쁨과
행복이 있는
아침이
참 좋아졌습니다

====================
+ 9월을 기다리며 / 도지현

꺾어진 태양이다
찬란한 영광은 어디로 가고
스러져가며 긴 꼬리 드리우는데

스산한 바람이
가지를 흔들면 잎새들은 춤추며
계절의 이별을 고하는 의식을 한다

그래 보내주자
가는 것에 발목 잡는 건 치사해
넓은 아량으로 보낼 건 보내주리

가는 건 잡지 않고
오는 건 치마폭 펴서 감싸 안으리
그것이 오는 것에 대한 최대의 예의

기다림이란 것은
때로는 보랏빛 환상을 꿈꾸기도 해
희망이란 횃불 하나 들고 와 준다면

----------------------------------
+ 9월을 보내면서 / 김남식

창가에 기대서면
따스하게 비추이는 햇살은
안갯속으로 부서지고
하늘 위로 새털구름들이
한가롭게 흐른다

가는 구월을 생각하면
시월이 오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이 간다는 게
어쩐지 심통이 난다

자연은 흔적을 남긴 채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질 때
내 안에서 흩어진 것은
스스로 치유해야 되겠기에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쓸쓸하게 구월을 보내고
그리고 아쉬움에
낙엽 지는 거리를 거닐며
다시 또 그때 가서는
시월에 마지막 밤
잊혀진 계절을 노해 하겠지

-----------------------------------
+ 9월의 길섶에서 / 오애숙

올해도 저무는 하향 길이다
늘 하는 것 없이 바쁘게 보내
물결치는 아쉬움 때문인지

이 가을 그냥 보내면 안 된다
맘먹었는데 발가락 부상으로
연꽃 활짝 핀 에코팍에 가서도
앉아서 뜨개질 마무리한다

뭐니 뭐니 해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은 건강이라 싶어
신경 곧춰 정신 바짝 차리자며
남은 여생 한 올씩 뜨개질한다

노동절 휴일로 모두 들떠있고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여행길
곳곳 나래 펴 즐기는 이들 있어
이팔청춘처럼 행동하고 싶어나

뭐니 뭐니 해도 살아가는 데에
꼭 필요한 것은 건강이라 싶어
정신 차려야지 곧 추는 맘이다

-----------------------------------
+ 9월의 바다에는 / 김영주

9월의 바다에는
곱게 남겨진 여운과 함께
기억에 강을 넘나들 수 있는
추억의 앨범이 남아있어요

하얀 물거품 일구고서
비단결 춤추는 배경에
에메랄드같이
매끈한 싱그러운 느낌이 있지요

금빛 모래밭 모여
모두 한없는 기쁨으로
밝은 표정 띄우며
할짝 웃어 보이던
아름다운 추억이 남아있어요

9월의 바다에는
저 멀리 하늘과 맡 닫은 수평선 보며
파란 하늘 흰 구름과 함께
온 가슴 활짝 펴고
희망을 그리는 꿈이 남아있어요.

=====================
+ 구월의 눈물 사연 / 주응규

구월은 저마다의 사연을 끌어안고서
숨죽여 가녀리게 흐느끼고 있습니다.

해가 발갛게 달구어지던 날
하루를 꺾고 앉아
억새가 탄식하며 우는
까닭을 모르겠습니다.

햇살이 편편이 부서져 내리던 날
해묵은 작은 씨앗 하나가 움터
한 떨기 꽃으로 피어나
누군가를 향해
향기로 쓴 연서를 보냅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가 끝내
단풍 빛 물드는 마음을
소슬바람이 구슬프게
연가를 부릅니다.

구월은 귀담아듣는 이에게만
눈물의 사연을 들려줍니다.

---------------------------------
+ 구월이 오는 소리 / 조선윤

그토록 화려한 햇살
대지를 뜨겁게 달구더니
오는 계절에 비켜서고
더위에 지친 마음
선들바람에 날려 보내고
말갛게 다가오는
가을의 향기

풀벌레 울음소리
애달픈 향수
밀려오는 진한 그리움에
돌아서서 가던 길 멈추고
저미는 쪽빛 하늘 아래 서 있는
코스모스 닮은 여린 미소

무성했던 들녘도
황금빛으로
풍성한 꿈으로 영그는
가을의 길목
뜨락에 나가 가슴을 열어
구월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
+ 구월이 익어 갈 때 / 고기산

힘들었던 지난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또 한 번 주저앉을지
모를 지난 생각에
가을의 문턱 넘기를
주저하지만

가기 싫은 여름과
오고 싶은
가을 사이에서
세월은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듯
언제나 변함없이
흘러간다.

짊어진 삶만큼
아픈 여정 속에서도
첫사랑 같은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고
떨림으로 시작해 본다.

구월이 익어 갈 때쯤
코로나를 털어 버리고
마스크 벗고 수다 떨고
웃을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간절한 마음과 희망을
가득 담아본다.

---------------------------------
+ 9월 초추를 맞으며 / 최위성

긴 여름의 끝자락인가
스산한 바람 스쳐와
길손의 뺨을 어루만지네

잠자리 은빛 날개에
햇살은 따갑게 비취고
철새들 유유히 날아가는데

어느새 먼산 성큼 다가오는
초추의 계절이련가?

사노라 일상이 벅찰진대
잠시 마음의 앙금 툭툭 털고
꽃 같은 미소 짓고 싶어라

성가신 긴 여름 보내고도
못다 영근 과일이 많아
삶이 서럽고 아플지라도
몽매에도 좋은 꿈을 꾸노라

드높은 비약을 위하여
나날이 멋진 삶을 위하여
우리는 노래하리라!
아직 찬바람아 불지 마라
저 꿈 많은 푸른 잎새들
청춘 같은 젊음의 기개
희망 잃지 않도록…

====================
+ 별을 그리는 구절초 / 최위성

단오엔 다섯 마디
9월엔 아홉 마디
구구절절 마디마다
초롱초롱 꽃불 밝혀

한 줄기에 한 송이씩
연보랏빛 불 밝히고
분홍, 흰색으로 바뀌며
고난과 시련을 극복한다

밤이슬 안개에 젖어
척박한 산기슭에 풀밭에
저 바람 속에 별빛 속에
지낸 날들이 얼마 던고?

쓸쓸해서 아픈 가을날
그대의 향기를 전하려
어디서 온 신선인가

하늘 보고 웃는 듯
햇살 보고 미소 띄우며
그대 반겨줄 이 기다리나?

아무리 낙엽이 져도
못다 한 사랑 꽃 피우며
환하게 미소 띄운 너
별을 보고 너를 보아도
찬서리에 네 절개 빛나누나

-------------------------------------
+ 구월을 그리는 수채화 / 김덕성

사랑이 넘치는
가을 향기가 사방에서 밀려와
시리게 펼쳐지는데

그동안 못다 한 아쉬움인가
매우 바쁘게
은은하면서도 산뜻하게
가을 물감으로
그리는 구월의 수채화

어제보다 맑고 깨끗하게
웃음꽃이 피고
뜨거운 사랑으로 다져진
은빛으로 다가오는 성숙된 가을

사랑을 안고 오는 임
아름다운 가을을 정성스레 그리는
희망의 구월

-----------------------------------
+ 태풍 매미, 9월의 슬픈 날개 / 김윤자

그날 밤, 날개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날개에 희망을 매달면
밝은 세상을 만날 것 같아서
날개를 키우고 또 키우고
빈곤의 지하 동굴을 벗어나
세상에 나갈 때쯤
수십 폭 휘날리는 비단 날개로
높이 뜨겠지,라고 꿈도 꾸면서
눈물 없는 하늘을 볼 거라 믿으며
다리는 가늘어도, 울음은 서러워도
날개, 날개 하나만큼은
강하게 지키고자 하였더니
움켜쥔 바람, 철없이 새어나가
한반도의 남동쪽, 죄 없는 땅을 훑고 다니니
2003년 9월 11일 밤 9시에 눈 뜬 목숨
2003년 9월 12일 새벽 3시, 하룻밤 광풍의
짧은 생을 마감합니다.
선한 백성의 가슴에 마의 자국을 남긴
9월의 슬픈 날개는
뜨거운 사죄로 하얗게 접히고

----------------------------------
+ 9월 속에 피어나는 사랑 노래 / 오애숙

그대여 9월에는 사랑의 진실만을
당신께 고백하며 내 맘에 간직했던
해맑은 수정빛 사랑 노래해 볼께요

여름이 익어가는 소리에 귀 기울여
화사한 눈웃음에 행복을 노래하려
그대와 오곡백과로 갈아입고 싶어요

이마에 맺혀있던 구릿빛 땀방울이
우리 안 기쁨 속에 열매로 가득 채워
가파른 8월의 고개 보내려고 하겠죠

그대여 9월에는 우리의 풋사랑도
희망이 나래 펼쳐 사랑도 아름드리
기쁨과 행복함으로 익어가길 바라요

======================
+ 구월 그믐의 여름날 섭씨 삼십도 / 윤춘순


무슨 미련이 남았더냐
달포나 더 나아가도 나아갔을 네가
성큼 뒤돌아 왔더라 했냐
네가 간다길래
배웅 길에서 내년을 기약했건만

무슨 연유가 있어
어슬렁어슬렁 길거리를 활보한다냐
단물 더 달라는 열매 탓은 아니지
씨알 더 굵게 해 달라는 낟알 탓은 아니지

지금이 제격인 하늬는 (가을)
기별도 없이 다리 밑에 웅크렸다냐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에
딱 숨은 듯 숨어 버린 하늬네는
남매지에 와서 진땀 빼는 밭은 숨

가다가 다시 온 놈이나
왔다가 숨어버린 놈이나
두 연놈이 붙여 싸우면
죽어나는 건 농작물 매 타작뿐이니
얄미워라
얄미워라

이미 마음의 서랍장에
켜켜이 쌓아 놓은 여름을 꺼내다
구시렁구시렁 손부채질이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