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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더위에 관한 시 모음 2

 

#더위 / 김정현

더위 먹은 트럭 한 대

고속도로에 길게 누웠다.

따라오던 택시도 덩달아

발랑 눕는다.

트럭과 택시가 눈 맞아

세상을 내동댕이쳤다.

잔뜩 실은 짐

길바닥에 부려 놓고

트럭과 택시는 사랑놀이에 빠졌다.

구경꾼의 시선도 뜨거워진다.

구급차 지나간 자리에는

트럭도 택시도 주인을 잃고

검은 땀 길바닥에 쏟아 놓는다.

소리 없이 번지는 더위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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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 박경표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또르르 굴러떨어진다.

냉동고에 물수건 넣었다 냉찜질을 한다.

37도 38도 계속 오르는 수은주

선풍기 에어컨 다 동원

올여름처럼 더운 여름은 처음이다.

겨울엔 핫팩

여름엔 냉팩

물수건을 목에 걸고

인간이 환경을 파괴한 죄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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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 심종은

사방 돌아다니며 쪽문까지 열어젖혀도

해갈되지 않는 찜통더위라

땡볕에 주춤거리기만 해도

비 오듯 쏟아져 내리는 구슬땀.

아무리 서늘한 바람 그리워

길 떠나도

인파에 떠밀리면

더위만큼이나 솟아나는 짜증.

복중에 옷을 낱낱이 벗어도

속 시원하지 않는 것은

인간 스스로 저질러 놓은 자연 파괴와

물질문명의 발달이 원인 제공한

오염 공해가 복합되어

이상난동 현상을 가져온 세상 탓 이리.

찬물에 발 담그고

얼음 수박 한 입 가득 깨무는 것이

유명 해수욕장을

일일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좋은

차라리 속 편한

나만의 유일한 피서법 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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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 임인규

한번 움직일 때마다

줄줄 흐르는 땀

햇볕은 불볕 찜통이다.

더위를 감내해 주는 것은

겨우 선풍기 한 대

겔, 겔 거리는 숨소리

바람이 오히려 덥다.

너무도 지겹던 비

햇볕 나기를 빌었건만

태양을 피하고 싶어

그늘을 찾아도

땅에서 올라오는 지혈

시방 용광로 속에 있다.

맴맴 매미 소리

더위를 쫓을 만도 하건만

오히려 짜증스럽고

코앞에서 춤추는

얄미운 파리

쫓을 기력도 없다.

이열치열 더위를

뜨거운 것으로 다스리는

선조들의 무던한 더위 퇴치법

성질 급한 몸이

답답증 나서 해볼 염두가 안 난다.

수돗가에 호스로 물을 대고

온몸에 물 끼얹는

옷 입고하는 샤워

차가운 물줄기가

더운 몸을 시킨다.

아! 덥다!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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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 장종섭

그대는 아이스크림

한 입 깨물고

그늘에 앉아서

태양을 달래면

시원하겠지만

아이스크림을 사줘야 할 몸들은

돈을 잡아야 하기에

그늘도 덥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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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 정은희

한들 한들 바람도 불지도 않고

습한 공기도

땅속에 깊이 배인 열기로 숨이 차다

머리 위가 뜨거워서

함박 가지 흘리는 땀들로

따가워서 이 더위가 사라지길

뜨거운 하늘을 보다가

눈부신 태양을 만나지고

이 더위를 이길 수는 없지만

견딜 수 있을 만큼

견디어도 보고

피해 다니고도 보고

더위를 받아 들어야 하니 힘들다

마음으로 외운다

나만의 주문을 걸어본다

이 더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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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복 / 김경숙

실하다는 토종 닭 한 마리

특별 주문해서

저녁상에 올리려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삼계탕 먹었다는 아들과

탕 한 그릇 비웠다는

남편의 복달임에

냉장고 신세를 지게 된

가부좌 튼 벌거숭이

알 수 없는 미소를 보낸다

해거름,

무더위에 지쳐

삼키는 울음소리

여기저기서 꼬끼오 꼬꼬

이 골목 저 골목에서 멍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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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 / 홍해리

한낮

들녘 파아란 하늘

미루나무 이파리

환상의 구름장을 몰아다

등줄기에 쏟는

소나기

쏴아하아,

매미 소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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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 공석진

실성하여 미쳐 버린 듯

훠이훠이 훠어이

오장육부 삶아내는 불춤을 춘다

열풍은 얄궂게 박자를 맞추고

숨통을 조이는 절정의 격렬한 춤사위

넋빠진 무의식에 뺨을 갈기는 간간이

오뚝이처럼 정신 차려 벌떡 일어나 보지만

고갈된 체액에 혼미하여 비틀거리다

털버덕 엎어져 녹아내리는 길바닥에

그리움조차 밀어내려고 얼굴을 뭉갠 채

망각하여라

망각하여라

점점 사그라지는 열정에 분노하는

터무니없이 무기력한 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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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 박인걸

해마다 팔월이면

태양이 가깝게 다가와

숲은 가마솥이 되고

대지는 화덕이다.

풀벌레는 자지러지고

새들은 그늘로 숨지만

바람의 풀무질이

열기를 불어넣을 때면

푸른 생명들은

조용히 찬가를 부른다.

우주의 에너지가

구석구석 파고들 때면

잎사귀마다 춤을 추며

여름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대추가 소리 없이 여물고

고구마도 큰 꿈을 키워가는

팔월에는 너와 나의 사랑도

여물어 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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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 박인걸

온종일 햇볕의 작열(灼熱)에

지상은 속수무책이다.

태양의 이글거림은

분노를 넘어 폭발이다.

그늘도 화덕이고

회전날개바람도 지쳤다.

실내에 흐르는 에어컨 바람이

그나마 위로를 준다.

그럼에도 초록 숲과

넓은 들판은 행복에 겹다.

쏟아지는 열기에 몸을 흔들며

품은 씨방을 살찌운다.

곤충들은 짝을 찾고

풀벌레는 산란에 바쁘다.

절정에 이른 생명체의 신비는

뜨거운 태양 아래서 밀회한다.

팔월은 뜨거워야 하리

더 뜨거워야 하리

태양이 더 가까이 다가와야

익을 것들이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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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 안재동

너만큼 기나긴 시간 뜨거운 존재 없느니.

뉜들 그 뜨거움 함부로 삭힐 수 있으리.

사랑은 뜨거워야 좋다는데

뜨거워서 오히려 미움받는 천더기.

너로 인해 사람들 몸부림치고 도망 다니고

하루빨리 사라지라 짜증이지.

그래도 야속타 않고 어머니처럼 묵묵히

삼라森羅 생물체들 품속에 다정히 끌어안고

익힐 건 제대로 익혀내고

삭힐 건 철저히 삭혀내는 전능의 손길.

언젠가는 홀연히 가고 없을 너를 느끼며

내 깊은 곳 깃든, 갖은 찌끼조차

네 속에서 흔적 없이 삭혀버리고 싶다.

때 되면 깊고 긴 어둠 속으로 스스로 사라질,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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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더위 / 박희홍

연일 하늘은

땀 비지떡을 지지려

가마솥 뚜껑을 뜨겁게 달군다

학동들은 분수대로 몰려와

물기둥 사이를 돌고 돌며

술래잡기 놀이에 바쁘다

엄마는 아이의

분주함을 따라다니느냐

입은 웃고 눈은 피곤하다

이런 날에는

소낙비 한판 후줄근하게

옷이 푹 젖도록 내린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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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더위 / 손병흥

말복 지나 처서 며칠 앞두고서도

아직껏 요란하게 울어대는 매미처럼

날씨조차 아열대 지구로 바뀌어 가는지

여전히 찜통 늦더위가 마구 기승부리는

연일 높은 수은주 후덥지근한 낮 기온

밤에는 뒤늦은 열대야로 밤잠 설치다

구름 한 점 없는 고기압 영향권 든 날

못내 다가올 풍성한 결실의 계절 그리며

너그럽고 여유로운 마음 가득 가슴 담아보던

그냥 조금만 움직여도 땀방울이 맺혀 흐르는

점차 지구 온난화로 사라져 가는 계절의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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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더위 / 오보영

파아란

높은 하늘이 좋아

선선한

소슬바람이 좋아

나무 뒤에

주춤대며

숨어 서있는

가을

향해

반가움에 손짓했더니

서둘러 가보아야

세월만 재촉한다고

가까이 가보아야

찬 기운만 몰려온다고

돌린 발길

햇볕 모아

막아서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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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 공석진

완벽하게

세상은 고요 속으로

빠져들었다

두 다리에

잔뜩 힘주고

버텨주던 빌딩들도

한번 건들면

폭발할 것 같던

충혈된 시선들도

계절 중에

여름이 제일 좋다는

가진 자들의 호들갑도

이젠

아무런 저항 없이

백기를 들고 말았다

사람들의

멍한 무기력

출처: cinabro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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