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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더위에 관한 시 모음

#찜통 / 하영순

이글거리는 태양 이래

대지가 부글부글

아스팔트 죽이 끓는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열사병

파김치가 되어도 일터로 나가야 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찜통!

세상이 찜통이다

나는 한 마리 꽁지 빠진 계란이 아비

찜통 속으로 들어간다.

뜨거운 열기 처분만 기다리며

이것이 민조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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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김명길

땀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땀방울이 끈적끈적 거리는

강렬한 여름이 일상

불타는 폭염은

정열의 여인 카르멘의

미친 사랑처럼 광기를 부르고 있다

불덩어리 몸은 쇠가 녹듯이

축 늘어져 흐느적거리고

마음은 지쳐서 뜨거운 호흡만

고르고 있지만

웃통을 벗어버린 야생의 사내는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달구어진

콘크리트 위를 뛰고 또 뛴다

뜨거운 열기가 허공에 가득하고

더위 먹은 나무는 하늘만 쳐다보는

무더운 여름밤

저 멀리서 조용히 불어오는

한줄기 바람이 땀방울을 걷어찰 때

계절의 시간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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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 염 / 김영길

숨 막히는 무더위에

얼음공장 사장님은

웃음꽃이 활짝 핀다.

찜통더위 계속되니

돈이 굴러 들어온다.

가마솥에 삶는 더위

팥빙수가 동이 난다.

빙수 먹자 모여드니

사장님은 신이 나고

금고에 돈 넘쳐난다.

무더위가 극성이니

아이들은 얼음과자

많이 먹고 배탈 나서

병원 가도 또 먹는다.

부모들은 야단이다.

무더위가 극성이던

그 옛날의 시골 밤은

집집마다 모닥불 펴

짙은 연기 숨이 막혀

모기들이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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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김재덕

그 성질머리가

짜증도 땀도 옷 벗게 만든다

다 타버리면 어쩌려고

밤엔 피 빨리고 낮엔 기진맥진

갈증 해소 자주 칭얼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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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박서혜

마당에 나와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저녁놀에 물든 구름들이 빠르게 가고 있다

한참 올려다보고 있으려니 눈시울이 더워진다

과연 저곳에 그리운 사람들이 있을까

해는 한참 기울었는데 바람은 여전히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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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박인걸

태양이 중천(中天) 서

이글거리며 타고 있을 때

도시의 생명체들은

규환(叫喚)의 고통이다.

바람은 길을 잃었고

빌딩 숲은 찜질방이다.

그늘 하나 없는 길가의

가로수도 곤혹하다.

구름도 녹아버린

사막 같은 잔인함

긍휼 없는 광탄(光彈)에

저항 못하는 도시

비틀거리는 군상(群像)

아우성치는 무리들

더위 먹은 자동차들도

헉헉대며 언덕을 오른다.

인공에 섬에 갇힌

길 잃은 태양열이

성난 사자(獅子) 되어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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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박진표

우주의 노른자

지구가 달궈진다

둥근 불덩이

활활 타올라

의기양양

위풍당당

거드름 피우며

불꽃 레이저

지구를 데운다

아~~~

뜨겁다

끓는 청춘의 피처럼 뜨겁다

매미 소리조차 익어가고

민초들의 꿈까지 타들어 간다

익어가는 여름은

불꽃의 축제를 벌인다

이제 좀 쉬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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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 염 / 사방천

세상을 다 태워 버릴 듯

쏟아붓던 폭염도 시간이

흘려가니 고개 숙이고

바라보던 가을바람 달려오니

폭염에 지쳐 있던 초목들

너울너울 춤을 춘다.

우리의 삶도 닥쳐온 실현의

고난을 참고 견디는 자만이

성공과 행운을 맞볼 수 있다,

성공과 행복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고 인내와 노력에서 오느니라.

농부가 봄의 논과 밭에

씨앗을 심지 아니하면

가을에 추수할 곡식이 없듯이

젊어서 노력하지 아니하면

노후의 행복을 누릴 수 없으니라.

각자의 재능 발휘하여

긍지와 인내로 중지하지 말고

열심히 노력하여 차후 존중받는

행복한 삶을 살아 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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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손병흥

장마 끝난 뒤에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날마다 최고조로 치닫는 후덥지근한 무더위

하루가 다르게 점차 몸과 마음이 지쳐만 가는

경기마저도 바닥으로 치달아 더욱 힘들기만 한 삶

연일 땅바닥을 달군 지열처럼 너무나 가혹해진

크고 작은 피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폭염경보

일사병 열사병의 위험성조차 높아지고 커져버린

기상 통보문이 재난문자방송으로 발송되는 힘든 시기

폭염 위기 심각단계로 이글거리는 태양 가마솥 찜통더위

충분한 수분 섭취 온열 질환 예방 대처요령 지켜나갈 여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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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손병흥

해마다 여름철 가마솥 찜통같이 기승을 부리는

연일 무더위 열기가 맹위 떨치는 심한 불볕더위

예년보다도 폭염 발생이 지속적으로 빨라지는 추세

전국 곳곳에서 더욱더 기세가 강해진 한낮 최고기온

무척 더운 날씨 발생 며칠 혹은 몇 주 동안 이어지는

북태평양 기단의 가장자리에 든다는 매우 심각한 시기

찌는 듯 몹시 더운 데다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불면의 밤

햇볕 강렬하게 내리쬐는 한낮처럼 밤에도 푹푹 찌는 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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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안미숙

터질 듯 탱탱해진 저놈의 고환

거침없는 발기를 감당 못 해

도저히 참지 못한 사정은

푸른 스란치마 위에

금실 은실 자수를 놓는다

뜨거워진 하체로 부는 바람 한 점

슬몃 종아리 걷어 올리던 여자

머잖아 속곳 벗어던지고

미친 듯 산과 들 내처 달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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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오보영

추운 겨울 내내

그리워하던

따스한 온기 떠올리면서

이 뜨거운 열기

지혜롭게

잘 견뎌내자꾸나

장마철 내내

기다리던

파란 하늘 그려보면서

내리쬐는 햇볕

순순히

받아들이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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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이근일

물이 되지 못한 시간들이

뜨거운 빛으로 광장에 고이고 있었다

끝내 나를 만나지 못한 나는,

보이지 않는 분수의 물을 마시다

길 잃은 개와 눈이 마주쳤다

잠깐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가슴속이 온통 지난 기억들로 들끓었다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친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개가 짖기 시작했다

한나절 그 목소리의 그림자를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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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최한나

태양이 녹는다

시계불알은 늘어져 더디게만 가고

앞마당 오동나무는 애써 만든 그늘 사수하느라 어깨가 쳐진다

전신주에 매달린 전선들도 축축 늘어진다

매일 나와 부채질로 수다 잔치하던 동네 할머니들조차

보이지 않는 골목 그늘

옆집 백구가 누워 길게 늘어뜨린 혓바닥으로

지나가는 바람 한 점을 구걸한다

간이 의자에 엉덩이를 걸친 수박장수 아저씨,

꾸벅꾸벅 고갯짓으로 호객을 하는데

트럭에 잔뜩 실린 수박들만 배가 터진다

생선가게 고등어 등짝에 땀띠가 맺히고

마른 명태가 되어가는 동태

말라가는 오징어에 앉은 파리떼들마저 졸고

몸 식히다 지친 냉장고도 징징

뜨겁게 달구어진 자동차들 입김에 흐물대는 길 위에

더위 먹은 내 발자국들이 녹는다

태양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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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하영순

팔월을 기다리는 햇살이

양버즘나무 등걸에 붙어 소리를 낸다.

더 크게 더 아프게

바람은 간밤에 뭘 했는지

잠을 잔다.

노무자의 작업복은 젖어 무거워지는데

직무유기하는 바람이 야속타

직무유기 너만 하니

예리한 펜촉이 녹슬어 조용하다

삼복 태양 보다

더 뜨거운 아우성을 몰라라 하고

매미는 맴맴 목이 터져라 울부짖는다.

팔월이라 한가위

그날도 그토록 울어대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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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 하은혜

벌겋게

벌겋게

머리 위에서 타오르는 불덩이

툭 떨어져

신호등까지도 점령해 버린

8월 한낮의 도심

뿌옇게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모든 것을 증발시킬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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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無窮花) / 박인걸

무궁화라 이름하여 끝없이 피나요

그지없이 피라 하여 무궁화라 하였나요.

그리하여 무궁화는 피고 지고 또 피네요.

아욱과의 낙엽 활엽 관목(灌木)이며

대한민국의 국화(國花) 이지요.

령관(領官)의 어깨에도 달리고

숙박(宿泊) 집의 등급(等級)을 알리지요.

애국가에서 항상 제창되지요.

대한민국 최고의 훈장 명칭(名稱)이고요.

무궁화 위성이 대기권을 돌고 있지요.

하얀 빛을 띤 엷은 붉은빛과

깨끗한 눈이나 밀가루 색으로 피지요.

한 그루의 거목(巨木)이 아니라

포기를 이루는 잡목(雜木) 이지요

장미 갖지 않아 매혹됨이 없고

목련(木蓮) 갖지 못해 우아함은 없어도

삼복더위를 넘어서 피는

대기만성의 민족혼으로 피는 꽃

현란(眩亂) 하지 않으나 은근(慇懃) 하고

사로잡아 호리지 못하나

결코 얕잡아볼 수 없는 꽃이여

어느 모로 살필지라도

흠모(欽慕) 할만한 모양새는 아니어도

내 나라를 대표하는 꽃이여

내 가슴에 포기 지어 피는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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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 / 최홍윤

마당에서 저녁을 먹고

멍석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별을 덮고 스르르 잠이 들면

쑥부쟁이 밀짚 타는 냄새

모닷불에 모기는 베고파서

죽겠다고 앵앵 거리고

옥수수 대궁 낱알에 붙은 파리란 놈은

배 터져 죽겠다고 야단 난다.

아! 그런 밤이 지금 그리워라

열대야, 이 밤을 이겨야 한다.

지금은 오르지

견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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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대야 / 최진연

지금은 열대야

찜통 서울이 나를 푹푹 찜질하는 중이야.

우림 속의 야만인 차림으로

훌훌 벗기는 열대야

야만인은 인터넷을 즐기고 있음.

찜통더위는 이 땅에 세운 신의 질서

그 여름을

에어컨 냉기로 껑충껑충 뛰어 건너는

그게 내키지 않아

그냥 지내고 있음.

속속들이 우림 속의 추장이라고?

그러나 찜통더위보다 더운

딸아이의 성화에 에어컨을 들이고 말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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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 열병 / 노정혜

산과 들이 열병을 앓는다

농부들의 구슬땀

알알이 영걸은 과일이

빨갛게 웃음 짓네

자연의 가쁜 숨소리

누굴 위하여 열병을 앓나

알곡을 만들기까지

알곡의 운명이라

우리는 먹거리

생명의 신비

보람이라

바람과 손잡고

열병을 앓는다

곡식과 과일

알알이 익혀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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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복 날씨 / 백원기

기다려봐도 오지 않던 비

시원하게 퍼붓고

칠색 무지개 띄우며

해 반짝 웃어주면 좋겠다

지지난밤

고작 일 미리 뿌리고 달아나더니

미안해 돌아왔나 보다

나가나 들어오나

끈끈하고 눅눅한 날씨

입술에 묻은 밥알이 무겁고

열대야에 잠들지 못해

태엽 풀린 눈과 눈

어서 보송 하기를 바라고

어쩌다 맞힌 일기예보

칭찬의 박수를 보내며

한여름 밤의 꿈 아름답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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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대, 아냐 / 이혜우

하늘의 불편한 뜻인지

정말 가혹하기만 하다

왜 이런 폭염이 계속되어

아무것도 모르며 견뎌야 하나

어떻게 무슨 잘못이 있기에

속죄하라는 뜻일까

마음속 깊이 기대했던

태풍 14호 야기마저 비켜가고

지구 온난화 현상의 대가로

열대성으로 변화되는 과정일까

밀고 올라오는 기후변화

111년 후에나 이런 날 있어라

일곱 번 변한 강산의 옷차림

마음도 젊음으로 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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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병 더위 / 신광덕

무더위 유난히 극성떠니

흩뿌려 흩어진 열기

아지랑이 아련 아련하다

옥상의 나팔꽃 널브러지니

아파트 골목길엔

뜨거운 바람 숨통을 막는다

비 소식 요원하니 기우제라도 지내랴

숲길을 울려오는 매미 소리 힘에 겨웠나

염병할 땡 낮엔 잠자리

빨랫줄에 쉬어 앉는다

더위에 널브러진 강아지

그늘 밑에 숨어 눈알만 굴리니

참새란 놈

개밥 훔쳐 먹기에 땡잡았다

오늘 같은 염병 더위엔

시원한 한 바가지 등물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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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더위에 / 박태훈

아침부터 선풍기 앞에서

꼼짝 못하고 있는 9선생

아주머니 왈 - 덥다 덥다 하면 더 더워요 당신 친구분은 이 더위에 골프 치러 갑디다

당신은 맨날 찜통더위

삼복더위 가마솥더위 살인더위

더위 타령하면서

선풍기 앞에서 맴도니

이 더위에 골프 치러 가는

친구 본받아요

9선생 손 내민다

돈 좀 주소 나도 나가서 놀다 올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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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열치열 / 정연복

찌는 듯한

삼복더위 속에서도

지금 어디에선 가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리.

가슴속 불타는

사랑의 마음을 못 이겨

서로의 몸을

뜨겁게 부둥켜안은.

더운 날씨에

더운 사랑으로 맞서는

용맹스럽고도

행복한 연인들이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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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속에 / 이종철

아버지 신의 선물 악보의 줄기찬 빛을

묶어버리시고

금융의 엉클어진 실타래 풀지 못하고 번민의

한숨은 무거워

머리를 잃어버리시고 슬픔에서 허공의 길

깜깜하고 긴 터널에서 헤매고 계셨습니다.

잃어버린 머리

찾아가며 산다는 것은 맞는 의자인 가 봅니다.

황새 글도 들려주시는 품속이 아늑한

숲 속였습니다.

따뜻함도 순간

찜통의 밀기울로 때우고 서글퍼라

가슴을 도려내는 위 멈춤의 꽃다운 청춘은

먼 길 떠나셨습니다.

아버지 마당 잿빛 하늘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해마다 백일홍은 다시 피어나고 언제나 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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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에게 / 김인숙

그대는

치솟는 화를 더 견딜 수 없어

화병을 심하게 앓고 있는지요

화병이 더 커지기 전에

참지 말고 실컷 뿜어내세요

다 받아들일게요

시원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꼭 낫게 해 드리고 싶어요

청명한 하늘 온유한 땅

선한 사람의 아름다운 가을로

회복되어 어서 돌아오세요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우리 속 시원하게 얼싸안을 날을

밤낮으로 손꼽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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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의 끝 / 김정윤

광복절 오후

동풍(東風)은 숨이 막힐 것 같은

진한 흙 내음을 풍기며

폭염에 휘청거리는 도시에

비를 예고한다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목마른 초원을 흠뻑 적시고

도시를 향해 달려온다

뒤틀린 양철지붕을 두들기며

요란하게 쏟아지는 작달비에

폭염은 꼬리를 내리고

슬금슬금 어디론가 달아난다.

폭염의 끝

시들어 가는 초원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녹색 잎은 생기(生氣)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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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특보 / 허욱도

태양이 뜨겁게 내리쬐는 길을

세월에 견디는 사람이 없는 줄 알면서도

욕망과 허세에 찌들어

삶이 영원한 줄 그런 줄 알고 걸어간다

그 길에는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살아남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열기로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간다

이게 끝이 아니지 싶다

여름이라면 더운 게 당연하지만

가뭄으로 메마른 중년의 가슴에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꿈이 남아있는데

땡볕에 몸이 녹아 버릴 듯하다

장마도 끝이 났고

시원한 물을 뿌려 올라가는 온도를 낮춰줄

비 소식도 없는걸 보니

땡볕이 메마른 얼굴에 주름 하나 더 만들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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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서 일기 / 박재삼

잎 하나 까딱 않는

30 몇 도의 날씨 속

그늘에 앉았어도

소나기가 그리운데

막혔던 소식을 뚫듯

매미 울음 한창이다.

계곡에 발 담그고

한가로운 부채질로

성화같은 더위에

달래는 것이 전부다.

예닐곱 적 아이처럼

물장구를 못 치네.

늙기엔 아직도 멀어

청춘이 만 리인데

이제 갈 길은

막상 얼마 안 남고

그 바쁜 조바심 속에

절벽만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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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폭염 / 오애숙

태양이 녹았나

강렬한 태양광에 넋 다운되어

가뭄 속에 들판이 쩍쩍 갈라져

자라 등딱지 되었고

농촌의 앞마당 삽살개는

혓바닥 내밀고 축 늘어져 지나가는 사람도

짖지도 않는 농촌의 풍경

사위어 늘어진 나뭇가지 끝자락에서

어르신들 부채 들고 바람 한 점 구걸해도

끈끈한 더운 바람만 얼굴 따갑게 한다고

절레절레 고개 흔드는 풍경 속에

딸랑딸랑 종 흔들며 지나가는

얼음 장수에 몰려오는 동네 꼬마들로

아저씨만 신바람 났다

우리 동래 우체통 칠은 흘러내리고

지붕 위에 달걀 올려놓으니 삶은 달걀로

둔갑하고 창문 앞에 있는 책상 앞에

막내아들 크레용이 녹아내린다

태양이 녹아내려

아스팔트가 발바닥을 녹여내는가

모두 녹초 되었다 몸도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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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노래 / 정연복

하루하루 찜통더위와

치열하게 싸우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어느새 7월이 갔다.

태양의 열기

아직은 식을 줄 모르지만

이제 한 달만 더 가면

가을의 문턱 9월이다.

세월은 바람같이

오고 가는 것

8월이여 내게로 오라

내 곁에 잠시 머물다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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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솥더위 / 허욱도

올여름은 참으로 길고 덥고

얼마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지

태풍도 피해 간다.

삼복도 모두 지나

처서가 다가오니

이 더위도 곧 지나가겠지

세월 앞에서

계절이나 사람이나

누그러질 수밖에 없구나!

가마솥 열기로

노릇노릇 한 누룽지를 만드시던

할머니의 사랑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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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땡볕의 노래 / 정연복

더워 죽겠다고

날 너무 미워하지 말라

솔직히 나도

더워서 죽을 지경이다.

너희는 나를 피해

그늘의 품에 들 수도 있지만

나는 온몸이 그대로

활활 불덩이나 마찬가지.

한줄기

시원한 바람이여

불어와 어서 불어와

뜨거운 이 몸을 좀 식혀다오.

초록 이파리들의 서늘한

나무 그늘이여 숲이여

나도 잠시 네 안에서

가쁜 숨을 고르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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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게 / 정연복

네가 있어

온 세상이 찜통 같아도

마음만 잘 다스리면

그럭저럭 견딜 수 있어.

너도 한철

살다 가는 목숨인 것을

너를 미워하지 않을래

너를 이기려 하지 않을래.

남들의 눈치 보지 말고

너무 미안해하지도 말고

올해도 너의 할 일

다하고 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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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게 / 정연복

더위야

찌는 듯한 더위야

너랑 동장군이랑

누가 더 힘이 셀까

너희 둘이 한판 벌이면

명승부가 펼쳐질 것 같아.

동장군과 너를 반반씩

섞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러면 아주 사랑스러운

날씨가 생겨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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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열대야 / 박정남

시원한 바람이 피부에

닿은 거 맞지요?

혹시 꿈인가요?

찜통 속에서

출구도 없이

밤낮 헉헉대던 그 세상 맞지요?

선선한 바람에 묻어오는 가을 향기

오늘 밤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군요

꿈에도 그리던 선선한 잠자리

여름엔 겨울이 그립고

겨울엔 여름이

사람 사는 게 만족이란 쉽지 않죠

오늘 밤은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평등한 혜택을 받았습니다

구중궁궐 비단 금침에서도

서울역 광장 노숙에서도

모두 시원하게 단잠들 수 있네요

누구에게나 공평한 자연의 혜택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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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무더위 / 박정재

바람 한 점 없고

활활 타는 태양이

가림막 없는 지구를

사정없이 후려치면

지구는 부글부글 끓는다.

가만히 있어도

피부는 몸부림치고

몸속의 물기를

쥐어짜면

나는 기진맥진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

지나가는 바람을 만나면

잠시 더위를 잊는다.

나무 그늘

지나가는 바람

우리 삶에도 이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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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대야의 장 / 임정수

아지랑이 빛 열대야가

하염없이 쏟아지는 밤 끈적이는

땀 내음으로 밤은 무너져 내리고

후덥한 열기에 추억이 묻히고

밤이 묻히고 마음이 묻힌다

이 밤이 새도록 쉴 새 없이

사라진 한 여름날의 꿈처럼

빛과 달빛의 끊임없는 사연에

아지랑이는 내 고독의 숲에 내려앉으며

뜨거운 바람이 남기고 간 밤의 여백에

잠 못 이루는 그리움을 달래어 본다.

한 여름날의 열기가 가져다준

땀 내음으로

매캐한 밤이 묻히는 꿈처럼

수많은 별들과 달빛을 갈아치우며

고독 속에 내려앉는 그리움이 쌓이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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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속에서 / 도지현

표피가 한 겹씩 벗겨진다.

정수리에서 솟아나는 물은

폭포가 되어 흘러

페이브먼트를 흥건하게 적시고

엿가락처럼 늘어진 빌딩

그 사이로 熱沙의 태풍이 분다.

삶은 언제부터인가

용광로 속에서 부글부글 끓는다

가로는 이제 플라타너스의 무덤

늘어진 시체밖에 보이지 않는데

바람까지 합장을 했나 보다

도회는 공기까지 가둔 섬

이세한 막으로 뒤덮여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부풀어 올라

호흡까지 막는 둔탁한 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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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의 습격 / 백승운

여름 한낮 힘겨움에

바람 없는 나무 그늘 밑에서

뻐끔뻐끔 거칠게 숨 몰아쉬며

물가에 잉어 지쳐 졸다가

따가운 햇빛에 깜짝 놀라

비늘도 버리고 줄행랑

꼬리 치며 깊게 깊게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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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의 입관 / 김분홍

폭염에게 산소 호흡기를 씌워줄까 산소 호흡기를 쓰고 숨이 멎은 나처럼, 여긴 춥고 날카롭다.

어디선가 살쾡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천국과 이승의 경계에서,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 사람에서 사람을 빼면 남는 건 육신인가 혼령인가.

알약을 먹고 뒤척이는 열대야의 밤. 알약을 삼킬 때마다 언젠가 알약이 나를 삼킬 수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염습사가 폭염의 머리를 빗긴다. 뜨거웠던 생을 세척하고 있는 손끝이, 기저귀에 짓무른 엉덩이를 삼베에 싸서 포장한다.

떠난 흔적만 있고 돌아온 흔적이 없는 담쟁이의 외출은 편도다. 누구나 가야 하지만, 아무도 가고 싶지 않은 마지막 여정.

울지 말아요. 나는 그림자를 지운 망자. 사망진단서 한 통에 폭염의 죽음은 요약되고 국화꽃을 맞이하는 조문객. 매듭 풀린 폭염이 영정사진 속에서 웃고 있다.

붉은 혀를 내밀고 노을로 산화해버린 맨드라미의 최후인 양, 몇 달 동안, 물 한 모금 없이, 견딘 폭염의 유언은 무엇일까?

나는 폭염을 만질 수 있고, 폭염은 나를 만질 수 없고, 죽음은 단추를 채울 수 없어 매듭으로 묶여 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관 밖의 나는 관 속의 나를 기웃거린다.

묶여 있던 죽음이 죽음을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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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에 관한 시 / 김정현

더위 먹은 트럭 한 대고 속 도로에 길게 누웠다

따라오던 택시도 덩달아 발랑 눕는다

트럭과 택시가 눈 맞아 세상을 내동댕이쳤다

잔뜩 실은 짐 길바닥에 부려 놓고

트럭과 택시는 사랑놀이에 빠졌다 구경꾼의 시선도 뜨거워진다

구급차 지나간 자리에는 트럭도 택시도 주인을 잃고

검은 땀 길바닥에 쏟아 놓는 다 소리 없이 번지는 더위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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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와의 대화 / 정연복

나 이제

아무것도 없다

알몸뚱이다 홀라당

빤스까지 벗었다.

그게 아니지

좀 더 벗어야 해

보이지 않는 네

마음의 옷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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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볕더위에게 / 정연복

네가 아무리

불같이 뜨겁다고 해도

걷잡을 수 없이

어찌할 수 없이

모진 그리움의

열병을 앓고 있는

내 가슴 속보다

뜨거울 수는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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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에 웃는다 / 김영길

사람의 체온과 동일한

중복의 더위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연속됨에 따라

사람들의 신체리듬에

비상이 걸렸다.

이 와중에도 들판의 벼들은

뜨거운 태양의 열과 찜질하는

더위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씨에 감사함을 표시한다.

이 같은 폭염에 쑥쑥 성장하여

다가올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나를 키워준 농부에게

풍년의 기쁨을 주고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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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밤이 길어요 / 한용운

당신이 계실 때에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에는 여름밤이 길어요

책력의 내용이 그릇되었나 하였더니 개똥 불이 흐르고 벌레가 웁니다

긴 밤은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줄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긴 밤은 근심 바다의 첫 물결에서 나와서 슬픈 음악이 되고 아득한 사막이 되더니 필경 절망의 성(城) 너머로 가서 악마의 웃음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당신이 오시면 나는 사랑의 칼을 가지고 긴 밤을 깨어서 일천(一千) 토막을 내겠습니다 당신이 계실 때는 겨울밤이 쩌르더니 당신이 가신 뒤는 여름밤이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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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통더위 속의 시 / 정연복

뙤약볕 아래

초록 이파리들도

기진맥진해

축 늘어져 있다

가만히 있어도

온몸에 흐르는 끈적끈적한 땀

찜통더위가

죽이고 싶도록 밉다.

아니다

더위는 아무 잘못 없다

그냥 제 일을

묵묵히 하고 있을 따름

폭염을 통과하지 않고서야

어찌 시원한 가을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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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 속의 방랑객 / 윤갑수

햇살이 내려앉은 길섶에 주저앉은

나그네 얼굴엔 땀 범벅된 땟국이

줄줄 흘러내린다.

살갑도록 벗겨질듯한 뙤약볕은

온몸의 땀구멍을 열어 육수를 품어내고

세월의 흔적인 머리카락은 오간데

없이 쓸려 버려 얼굴과 하나 된

민머리 위에도 몽글몽글 땀방울이 맺혔다.

비바람 불어도 피할 수 없는 삶이 녹아

흔적을 지우니 비껴간 세월이

주마등처럼 흔들거린다.

한낮 무더위에 허우적거리다

지쳐버린 중년의 나이에 사막의

모래알처럼 방랑객이 되어 폭염의

한가운데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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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아 쉬어가자 / 권경희

칠월의 뜨락에서

후끈후끈 닳아 오르는 무쇠솥

버선발로 반겨줄 엄마 대신

저녁밥이라도 지을 기세다

쩌렁쩌렁하게 반겨주는

매미의 애절함도

노랗게 타들어가는 텃밭도

물빛 담은 하늘바람이 그립다

울 밑에 축 처진 봉선화

등줄기라도 식혀줄 한 줄기 바람과

담을 오르는 나팔꽃

아침 기도를 위한 가랑비라도 좋고

이글대는 태양을이고 선

실개천에 개망초꽃

타들어가는 입술을 훔칠

심술궂은 소낙비라도 좋다

옛이야기 조잘대던 시냇가

그리움도 고단함도 내려놓고

세월의 곁가지에

도란도란 쉬어갈 단비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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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이 내리는 날 / 최병도

오늘도 어김없이

선잠을 깨우는 알람

반사적으로 알람을 끄고

삐걱거리는 몸을 일으켜

현관문을 나섰다

밤새 식혀져야 할 대지는

눅눅한 습기로 짜증을 훅 토해내며

주말인데도

출근길은 어제와 다름없이

더위는 예사롭지 않으며

연일 이어지는

폭염과 열대야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심신은

삶에 대한 열정도 잃어버렸다

또 타 지역에서는

급속 폭우로

수재민들의 애환의 애달픔이

할퀴어진 상처로 가득하지만

거듭 반복되는 일상에 기억들이 희미해져 간다

폭염 내리는 이 시각

지면은 열기가 가물가물

계란을 프라이하고도

삼겹살을 까맣게 태울 기세로 등등하며

일선에서 나도 모르게

이놈의 날씨가 미쳤나를 외쳐 된다

언제쯤

뙤약볕에 풍성하게 익은 과일을 느끼며

대단했던 그 여름날을

먼 얘기처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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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갈 길은 어디에 / 노정혜

여리고 여린 새싹이 진초록 숲이 되었다

개울이 흘러 흘러 바다로 개울에 동무 그리워

돌아가고 싶은데 길은 어디에

여름이 봄이 그리워 돌아가려니 길은 어디에

우리네 인생 왔던 길 돌아가려니 길은 어디에

세월은 돌아감을 몰라 여름이 알곡을 향하여 달리고 달린다

삼복더위 피해 갈 수 없다 흐르는 인생 끝 닫는 곳은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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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롱나무에 기대어 / 안정권

비 내려야 할 때 햇볕 내리쬐고

햇살 기다릴 때 비 내리는

좀처럼 새벽이 올 것 같지 않은 어둠의 터널

거기,

열대야에 걸린 배롱나무꽃 등불

이미 오래전에 입구를 치웠거나

애시당초 출구를 세울 일도 없는 사람들

눈 둘 데 없어 사방 두리번거리면

거기,

붉은 심장처럼 타오르는 꽃숭어리를 본다

문득 견디고 토 견디는 게 삶이다 싶어

화무십일홍의 내력까지 참아내는 백일홍을 들여다보면

희고 단단한 팔뚝 내밀며 소박하게 웃고 있다

출구 녹아내린 한여름 날의 목백일홍

어디 다음 하나 둘 곳 없어 기대어 서면

스쳐 지나가는 것과는 일은 행성의 거리라는 듯

곤곤한 꽃잎 부스스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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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 속에 드리는 기도 / 정연복

8월 초순

폭염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온몸에 땀이 줄줄 흐릅니다

찬물로 샤워를 해도 잠시뿐

더위를 물리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밤잠을 설치는

열대야도 며칠째 계속됩니다.

주여!

혹독한 무더위를

견딜 수 있는 인내를 주소서

뜨거운 햇살 속에 차츰 여물어 가는

곡식들을 생각하게 하소서

저만치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신선한 가을을 예감하게 하소서

마음을 가만히 가라앉히고

오늘 하루의 삶에 집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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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로 물결치는 열대야 / 안상인

잠을 잊은 밤 아!

잠들지 못하는 삶아!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의 밤,

푸른 피돌기를 다시 시작해

파도 물결로 출렁이는 검붉은 가슴,

하얀 포말의 이슬 가슴으로 꼬박 새워서

을 차렷, 영혼에 생기로 곧추세웠다

열망하는 인생의 꿈이었나,

성취하는 삶의 비전이었나,

이 야망의 계절은

이글거리는 찜통에 가두고

우리를

푹푹 삶아 소독하여 정도(正道)의 길로

우리를

활활 태워 정화하여 사명(使命)의 길로

넌지시 인도하는 도다

하늘의 그분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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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찜통더위 속 이파리의 시 / 정연복

이렇게 무더위가

있는 성깔 다 부리는 날엔

어쩔 도리 없다

묵묵히 참아내는 수밖엔.

온몸 시들해지고

정신 또한 몽롱하지만

괴로움의 날에도

시간은 흘러 흘러가는 것.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에

숨통은 틔고

서산으로 해 기울면

더위도 함께 기울어 가리.

[출처] 더위에 관한 시 1|작성자 cina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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