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鄕愁)에 관한 시모음

내 고향의 향수 - 김영길
산골의 지형 지수 따라
자연스레 펼쳐진 고향마을
높은 집 낮은 집 일조권이
조화롭게 가리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살고 있었다.
큰 마을에 우물하나 새벽부터
두레박 물 떠올리는 소리
양잿물에 삶은 빨래 납작한
돌 판에 올려놓고 방망이로
두들겨 내리치는 소리가
하루 시작을 알린다.
우물가 앉아 채소를 씻으며
유일한 이야기꽃을 피우는
이야기 소리가 그칠 줄 모르는
한 식구 같은 정겨운 시골의
순수한 인정의 사랑이 넘쳐
흐르는 자연의 현상이었다.
이촌향도 현상과 도시화로
아파트 생활은 앞집의 이름도
모르고 살고 있으니 너무나
삭막하다.
#두려움에 관한 향수 /임두고
동지 섣달 내 어릴 적
언덕배기 동무네 집
장독대를 나명들명
동치미 몇 사발로 허기를 달래면
밤 깊은 줄 모르는데
이젠 그만 놀고 가서 자라는
건넛방 할배의 마른 기침소리
허리춤 추스려 찬바람 다독이고
사립문을 나서면
살피 가그레이......
그 여운 사라지기 전에 담모퉁이를 내달리는데
문득 솔가지 뜯는 바람소리
얘기 속의 허깨비 저만치서 춤추는 듯
애써 눈돌려 하늘을 쳐다보면
산마루 가득 쏟아지던 별빛들
#잠들지 못한 향수 /초랑(超郞) 윤만주
고요한 밤
어둠의 그림자
달빛을 삼키고
어스름의 눈을 뜬다.
땅을 짚고
그리움을 더듬는
고독의 술래잡이
잠들지
못한 향수는
애꾸눈을 부르고
반추(反芻)의 문빗장
들추고 있다.
아스름한
오두막의 단칸방
외사랑에 문고리 잡고 숨어 울던
동자(童子)의 아기별 사랑 얘기
향촌의
새벽닭을 울리면
숲 속의 소쩍새 태양을 물고 온다.

#향수 /박세영
아 - 그립구나 내 고향,
익은 들이 물결치는 가을
누르런 들과 새파란 하늘을 볼 땐
생각키느니 내 고향
산골짜기엔 약수
마을 앞엔 푸른 강
강엔 배 띄우고 고기 잡던 옛시절
내 고향은 이리도 아름다워라
산 없는 이곳에서
물 흐린 이 땅에서
흘러 다니는 나그네 몸이 외롭구나
지금은 추석달, 끝없는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저 달
북만北滿의 들개 짖는 소리에 마음만 소란쿠나
고향의 하늘을 날으는 새, 땅에 기는 짐승들도
지금은 따스한 제 집에서 단꿈을 꾸련만
팔려 간 노예와 같이
풍겨난 새와 같이 이 몸은 서럽구나
고추를 널어 새빨간 지붕
파란 박은 實貨같이 넝쿨에 달리고
방아 소리 쿵쿵 울릴 때
이 가을, 이 추석을 맞는 이
아 ! 고향에 몇이나 되노
가라는 이 없건만 아니 나오면 왜 못살며
들은 익어 누르른데 배를 곯리지 않으면
왜 못살더란 말인가?
사랑하는 연인과 결별하듯이
내 고향 떠난 지도 이미 십년
그야 이 내 몸뿐이랴
마을의 처녀들도 눈물지고 떠나들 갔으며
마을의 장정들도 고향을 원망하고 달아났다
그리운 고향은 야속도 하구나
수수이삭에 걸린 추석달
잠든 호숫가에 거니는 기러기
지금은 그 멀리 들릴거라 다듬이 소리
아 ~ 그립고나 이 내 고향!
#향수1 /진의하
- 사모
천발
만발
동앗줄로 꼬아내는
사모
철들수록
눈물로 가슴 적셔
꼬아내는
사모
몇 천
몇 만발 더 꼬아야
당신의 품
그중 깊은 곳
사랑에 닿으리까
어머니
당신은
목마른 생을 적셔주시는
마를 줄 모르는
영혼의 샘
#향수 /송정숙(宋淑)
안개 바람길로
지나가는 기차
봄꽃 피는 가 했더니
단풍들고 낙엽 지니
알싸한 향수에 젖게 하는 계절
사람에 인연처럼
오고 가는 가을이지만
언제나 첫 만남에 설렘
햇살 틈새로 여물은 바람
흰머리 몇 올 세다 거침없이 사라진다
안개 바람길 기차 소리만 허공에 남겨지고
한 장 낙엽은 가슴에 남겨지고
#향수 /김진곤
수몰에 한이 서려
조상님의 넋을 위로나 하듯
슬피우는 물새 한 마리가
공중을 비행하며 조잘댄다
골짝물이 합류하여
수심 깊은 악마로 변하여
나 어릴적 한서린 추억이
고스란히 수장되고 말었네
내 고향의 향수가
그윽하게 풍겨 오련만
시름을 달래려고
내달려 왔건만
물고기의 천국이
되었구나
저편에 전답 일구어
이리야 어서가자
이놈의 소야 저 저
호령도 호통도
다그쳤는데
사레 긴 긴 논밭을
언제 갈려고
해는 져서 어두운데
아 그때가 옛날 이었던가
물결 위에 물장구
놀아난다
저 멀리 멀리서
메아리 만 남겨놓고
내 설움에 발길을 돌리려고
아 아 맺친 눈시울이
따갑게 도시리
이 설움아

#향수 /오장환
어머니는 무슨 필요가 있기에 나를 맨든 것이냐!
나는 異港에 살고 어메는 고향에 있어
얕은 키를 더욱더 꼬부려가며
무수한 세월들을 흰머리칼처럼 날려보내며,
오 어메는 무슨, 죽을 때까지
윤락된 자식의 功名을 기두르는 것이냐.
충충한 세관의 창고를 기어달으며,
오늘도 나는 부두를 찾어나와
쑤왈쑤왈 지껄이는 이국 소년의 會話를 들으며,
한나절 나는 향수에 부다끼었다.
어메야! 온 세상 그 많은 물건 중에서 단지 하나밖에 없는 나의 어메!
지금의 내가 있는 곳은 광동인이 싣고 다니는 충충한 밀항선.
검고 비린 바다 우에 휘이한 角燈이 비치울 때면,
나는 함부로 술과 싸움과 도박을 하다가 어메가 그리워
어둑어둑한 부두로 나오기도 하였다. 어매여!
아는가 어두운 밤에 부두를 헤매이는 사람을, 암말도 않고 고향,
고향을 그리우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모다 깊은 상처를 숨겨가지고 ......
띠엄, 띄엄이, 헤어져 있는 사람들.
암말도 않고 검은 그림자만 거니는 사람아! 서 있는 사람아!
늬가 예 땅을 그리워하는 것도,
내가 어메를 못 잊는 것도,
다 마찬가지 제 몸이 외로우니까 그런 것이 아니겠느냐.
어메야! 오륙년이 넘두락 일자소식이 없는
이 불효한 자식의 편지를,
너는 무슨 손꼽아 기두르는 것이냐.
나는 틈틈이 생각해본다.
너의 눈물을 ......
오 어메는 무엇이었느냐!
너의 눈물은 몇 차례나 나의 불평과 결심을 죽여버렸고,
우는 듯, 웃는 듯, 나타나는 너의 환상에
나는 지금까지도 설운 마음을 끊이지는 못하여왔다.
편지라는 서로이 서러움을 하소하는 풍습이려니,
어메는 행방도 모르는 자식의 安在를 믿음이 좋다.
#향수 /한하운
내 고향 함흥은
수수밭 익는 마을
누나가 시집갈 때
가마타고 그 길로 갔다
내 고향 함흥은
능금이 빨간 마을
누나가 수줍어할 때
수수밭은 익어갔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아버지가 문둥이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서러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처구니없는 사람이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닌
성한 사람이올시다.
#향수2 /진의하
아득한 옛
그리움 풀어내면
하마
고향에 닿을까
가슴에선
항시
범남을 예비하는
사향의 봇물
그 범람을 지키는 나는
수문장이다
안전핀을 뽑아든
손엔
박하향으로 터지는
사향탄
자폭한 내 혼은
구름을 타고
고향으로 간다.
고향의 향기 . 2 /장은수
-향수에 젖어
폭염 쏟아지는 여름날
엄마 머리에 나락 한 말 얹어
흐르는 땀 행주치마 적시는 줄 모르고
물방아거리 걸음이 바쁜데
치마꼬리 붙잡는 아이
잿마당에 낙조가 내려앉아
익어 가는 소녀들의 유희 속에
무슨 심사로 번개처럼 달려가
고무줄 잘라 도망쳤는가
빛나도록 삭발한 머리 위에
까만 중학 모자 눌러쓰고
오솔길따라 이십 리 길
보은에 중학을 다녔네
대낫들 주막집 문풍지 사이로 새어나오는
아버지 덕담은 삼경을 잊고
뒤뜰 감나무 달 그림자 진 지도 오래건만
엄마 가슴은 호롱불 심지 되어
애간장 다 녹여도
정월 대보름 하얀 달빛 받으며
물탕골에 금기줄[禁忌繩] 치고
촛불 밝혀 엄마 치성 드린 덕에
삼대 독자 장가가서 아들딸 4남매 두었네.
#향수 /임화
고향은 이제 먼 반도에
뿌리치듯 버리고 나와,
기억마저 희미하고,
옛날은 생각할수록 쓰라리다만,
아아! 지금은 오월 한창때다.
종달새들이 팔매친 돌처럼
곧장 달아 올라가고,
이슬 방울들이 조으는,
초록빛 밀밭 위, 어루만지듯
미풍이 불면, 햇발들은
花粉처럼 흩어져.
두 손은 벌려, 호랑나비를 쫓던
또랑가의 꿈이, 아직도
어항 속에 붕어처럼 맑다만.
지금은 오월 한창때
소낙비가 지나간 도회의 포두 위
한줌 물 속에,
아아! 나는 오월의
푸른 하늘을 보며, 허위대듯
잊기 어려운 나비를 쫓고 있다.
#향수의 고향 /안영준
반주 없이 제멋대로
뽑아내는 매미의 떼창에
구름은 걸음 멈추고
아름다운 하모니 감상한다
더위 먹은 잡초는
맥 잃은 듯 늘어져 있고
물 논에 웃자란 쌀나무
실바람에 흔들흔들 춤춘다
살랑거리는 바람결에
들녘에 촌부는 진땀 식힌다
두엄에 풀벌레 구슬프고
어둑어둑 달그림자
마당을 거닐 때
먼 하늘 바라보니
농익은 달님이 웃고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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