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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心에젖어

6월의 시 모음 2

+ 6월 / 고은영 

네가 푸르면
문득 내가 더 푸르러지고

네 가쁜 숨결로
찬연하게 내뿜고 사정하는
애액만으로도

이 얼마나 찬란한 행복이냐
이 얼마나 황홀한 전율이냐

태초부터 너는 날 위해
만들어진 지극하 사랑
부족한 날 위해 준비된 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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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반기룡 

푸른 제복 입고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푸른 면류관에
치렁치렁 매달린
연둣빛 이파리가
벙긋 인사를 하고

거북등처럼 투박했던
갈참나무 등허리도
함지박만 한  잎사귀
코끼리 귀 나풀거리듯
시종일관 바람에 맞춰
진양조장단으로 춤을 추네

푸른 숲을 헤치며
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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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박건호 

이 세상 슬픈 것들은 모두
6월의 산하에 갖다 놓아라
여름으로 접어드는 길목
신록은 우리의 아픈 곳을 덮어 주리라
하늘과 바다와 땅이 온통 하나의 색깔로
노래하는 계절
가난하고 약한 자의 설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나
가슴 터지 것 같은 그리움도
풀잎 끝에서 부는 바람이나 되어라
이 세상 슬픈 것들은 모두
6월의 산하에 갖다 놓아라
저 마약과 같은 폭염 속을 걸어가기 위해
일간 여기쯤에서 통곡할 자는 통곡하고
노래할 자는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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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엄원태 

1
이 초록 공단엔 소음과 매연이  없다
삼 교대 작업반이 연이어 투입된다
소리쟁이 밤과 교대한 지칭개 반이 대충 일을 마칠 무렵이면,
어느샌가 뽀리뱅이 작업반이 한창 작업 중, 뭐 그런 식이다
당연히 태업이나 파업 따위도 없다
일단의 두상화들 수정 공정이 끝나면 전심전력,
꽃대 밀어 올리기 작업이 진행된다

2
촛불집회가 오십 일재 계속되자,
조뱅이 노조원들이 목화 솜털 같은 두건들을 쓰고 침묵시위에 들었다
소리쟁이 작업반장은 끝내 분신을 기도했다
'대토대물' '딱지'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모퉁이 담벼락 아래,
햇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3
포도밭엔 콘크리트 기둥들만 남았다
망월동 묘역이거나, 국립묘지 같았다
하지만 애도와 추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망초 전경 열 개 중대가 원천봉쇄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구 살포해 놓은 소화기 분말 같은 흰 꽃송이들만 자욱했다
연  밭엔 부평초들이 가득했다
시청 앞 광장 같았다

4
조립주택 별장 마당엔 접시꽃 기지국이 있었다
서술한 브록담 너머 기우뚱, 쓰러질 정도로 부쩍부쩍 키만 키우는 타전이 있다
마당 한 귀퉁이 능소화도 한창이다
접시안테나로는 미진한 듯
트럼펫 같은 전언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오래 거기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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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 이명희 

통퉁 살이 오른 비상의 꿈을 향해 깃을 세우며
소리 없이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초여름 창을 열어 놓습니다
그대 누구를 힘들게 한 적이 있었다면
편안한 느낌으로 저벅저벅 숲으로 걸어가
악수를 청 하십시오
뜨거운 맥박을 식히며 쥐똥나무 푸른 꿈을 꾸는 듯
초원을 도닥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습니까
놓치면 안 되었던 안타까운 순간들이
나무 등걸에 꽂혀 푸른 열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푸름으로 치장한  숲 길에 꽃을 피운 찔레꽃 향기
하얗게 번지는 6월에는
바람의 그리움을 따라 걷고 싶습니다
미로처럼 어지러워 몽롱했던 아픔 부풀어 오를 즈음
우렁우렁 서있는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싶습니다
화평의 숲에서는 지울 수 없는 것도 없고
용서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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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임영조 

언제쯤 철이 들까
언제쯤 눈에 찰까
하는 짓이 내내 여리고 순한
열댓 살 적 철부지 아들만 같던
계절은 어느새 저렇게 자라
검푸른 어깨를 으스대는가
제법 무성해진 체모를 일렁거리며
더러는 과격한 몸짓으로
지상을 푸르게 제압하는
6월의 들녘에 서면
나는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
가슴속 기우를 이제 지운다
뜨거운 생생의 피가 들끓어
목소리도 싱그러운 변성기
저 당당한 6월 하늘 아래 서면
나도 문득 퍼렇게 질려
살아서 숨 쉬는 것조차
자꾸만 면구스런 생각이 든다
죄지은 일도 없이
무조건 용서를 빌고 싶은
6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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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조연호 

계집애들이 쪼그려 앉아 맑고 투명한 땀을 쥐며  공기놀이에 열중한다
얼굴을 만져주던 면사 같은 잠이었다
덥고 더럽고 지켜야 할 것 많은 6월
물웅덩이가 바람개비처럼 어린 모기들을 훅훅 창가로 날려 보낸다
타인절대금지,라고 써넣은 팻말을 화장실 문에 못질하던 노인의 손이
오늘은 붉은 애호박에게 끈이 달아준다
많은 자식들에게 그는 그렇게 못질을 하고 끈을  고쳐 매 주었을 것이다
애정 없이, 허기진 기억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어리고 어질고 어지럽혀진 6월
문 밖을 나서면 어미새처럼 둥지 주위를 맴돌다 푸드덕 날아가는 골목길이 
자기 울음보다 더 밝아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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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바람 / 성백균

바람이 분다
6월 바람
봄과 여름 샛길에서 이는
틈새 바람이 분다

봄 꽃향기 대신 여름 풀 내가
내 몸에 풀물을 들인다
이제는 젖내나는 연두 아이가 아니라고
짝을 찾는 신랑 신부처럼 초록이
내 몸을 핥고 지나간다

풀들이 일어서고
이파리가 함성을 지르고
나는 그들과 함께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바람을 맞으며 심호흡을 한다.
하다, 바라보면
어느 것 하나 주눅 든 것이 없다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잘 섞인 신록이다
서로의 공간을 내어주며 배려하는 적당한 거리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넉넉한 모습이다
6월 바람이 만들어낸 싱싱함이다

 서로 사랑하고
때로는 미워하지만 그게 사는 모양이라서
막히면 안 된다고,
벌컥벌컥 봄 여름 소통하느라
6월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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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에는 /  김근이 

6월에는 
5월의 들뜬 기분에서 벗어나 
엄숙한 마음으로 
호국 영현(英顯)들을 기리는 
가벼운 묵념으로 
새로운 아침을 맞아보자 

6월에는 
찬란한 아침햇빛이 주는 
감격으로 
두 팔 힘차게 
허공에 펼치고 
그들의 의지를 담은 
새 희망을 외처보자 

깊은 계곡 
울창한 숲 속에서는 
아직도 들릴 것 같은 
고뇌에 찬 함성이 
울려 퍼질 것 같은 

6월에는 
호국 영현들의 넋을 위해 
작은 감동에도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하는 감사를 해보자 

6월에는 
아침을 내리는 태양빛에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담겨 
소리 없는 함성으로 
이 땅에 내리고 있으니 

6월에는 
내가 아닌 우리에게 
권력이 아닌 사랑으로 
해쳐진 옷자락 
겸손하게 여미고 
조금은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나서 보자 
이 황막한 세상에 
새롭게 피어날 꽃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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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에는 / 나명옥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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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꿈 / 임영준 

앙 
깨물어볼까 
퐁당 
빠져버릴까 

초록 주단 
넘실대고 
싱그러운 추억 
깔깔거리는데 

훨훨 
날아보아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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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숲 / 이영지  

6월의 숲은 
웃자란 싱싱한 웃음꽃이 
땅이 안 보이도록 
빼곡히 들어선다 

웃음 키가 한창 웃자라 
파아란 세상을 만들어 놓고 
햇빛 꽃을 반짝반짝 피운다 
은색 꽃을 우아하게 펼치며 
파아란 파도로 쏴아아 숨 쉬는 자랑 

숨 쉴 때마다 
새로 돋는 새순이 앞 장서 
지휘할 때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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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기도 / 정태중

저만치서 푸른 나뭇잎들을 보다가
고개 들어 봅니다
가을 하늘처럼 드넓은 곳에
한 통의 편지를 써서 바람 편에 보낼까 합니다

우선 사랑한다고 쓰려는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아마도 못다 한 아쉬움의 지난날들이
먼저 스쳐 가기 때문일까 합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떨구지만
용기를 내어 기도합니다
푸른 하늘과 푸른 잎들과 푸른 풀들을 보면서
한 사람 눈물 흘리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내게 기도를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살아가면서 하나씩 채워 가겠노라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모든 것 주겠노라고
6월의 푸른 하늘 아래,
푸르게 살아 있는 모든 생명 앞에서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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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노래 / 신석정 

감았다 다시 떠보는
맑은 눈망울로
저 짙푸른 유월 하늘을 바라보자

유월 하늘 아래
줄기 줄기 뻗어나간
청산 푸른 자락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청산 푸른 줄기
골 누벼 흘러가는
겹도록 잔조로 운 물소릴 들어보자

물소리에 묻어오는 하늬바람이랑
하늬바람에 실려오는
저 호반새 소리랑 들어보자

유월은 좋더라, 푸르러 좋더라
가슴을 열어주어 좋더라

물소리 새소리에 묻혀 살으리
이대로 유월을 한 백 년 더 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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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녹음 / 진의하 

6월의 녹음은 
고공을 꿈꾸는 
새였다. 

한사코 파닥이는 날개 짓 
제 어둠의 그림자를 
새까맣게 털어놓고 있었다. 

우우 
하늘을 우러러 
어제보다 한 치씩 
웃자란 목을 빼고 
싱그러운 물빛 번쩍이며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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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달력 /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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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의 동요 / 고재종 

6월은 모내는 달, 모를 다 내면
개구리 떼가 대지를 장악해 버려
함부로는 들 건너지 못한다네

정글도록 땀방울 떨구어서는
청천하늘에 별돌밭 일군 사람만
그 빛살로 길 밝혀 건넌다네

심어논 어린 모들의 박수받으며
치자꽃의 향그런 갈채받으며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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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언덕 / 성백균

발밑
골짜기를 바라봅니다
울퉁불퉁 초록들이
바람에 출렁출렁 너울집니다

내 안에
갇혀있던 까닭 모를 그리움들이
이유도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여기가 정상인데
갈 곳도 없는데 어디든 가야겠다니
거기가 어디입니까

저 초록 구렁에
몸을 맡기면 소록소록 잠이 올까요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아나 바람이 일까요
언덕을 침대 삼아 몸을 누이고
초록 꿈을 꾸고 싶습니다

싱싱한 여름을 위하여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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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향기 / 박기숙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져 가고
이만치 돌아서면 다가와 주던
6월의 그리운 그 사람이
첫사랑의 향기로 매달린다

눈을 감아도 거리를 걸어도
이내 뒤따르던 그 사람의 그림자
그 사람 지금은 무얼 하고 지낼까
전화기 넘어 목소리 한번 들을 순 없을까

첫눈에 사로잡힌 건 아니지만
스치는 손길에
다가서는 숨결에
이내 종잇장 같은 떨림...

그 사람도 지금에 나처럼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새초롬한 새벽 별빛만이
허한 가슴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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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속에 피어나는 내 사랑아 / 오애숙

내 그대여 6월에는
나 그대에게 있어서
메마른 가슴에 피어나는
그대만의 향그러움 속에
피는 그대 꽃이고 파라

​내 그대여 6월에는
나 그대에게 있어서
삶의 여울목 속에서도
해맑게 피어나는 향기롬
나 그대 품에 슬고 파라

​내 그대여 6월에는
나 그대에게 있어서
나 그대 맘 속 해그림자로
피어나는 수채화이고파라
내 사랑아 나의 사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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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 김용화 

산앵두
종일 해바라기 하다가 들켜
낯 붉히며 초록 이파리 뒤 숨는데
아까 입맞춤하려다 따귀 맞은
바람이 가지 후려치고 휙 돌아선다
그 바람에
이미 농익은 이스랏*이 후드득
풀잎이라도 파고든다
점점 달아오르는 유월의 햇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어린 모과열매를 마구 찔러댄다. 덩달아
신열에 생몸살 난 바람이 회오리를 일으키다가
뱀딸기 눈알 새빨갛게 핏발 세운다
밤꽃이 산 아래로 소로소로*
비린내를 내려보내면
칡넝쿨들 서로 한몸으로 엉켜
산을 오른다

​* 아스랏: 앵두의 옛 이름
*소로소로: 살금살금의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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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은 / 박건삼 

라일락 꽃향기 사라지고 
아카시아 흰 꽃 늦은 봄바람 불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면 
계절의 여왕은 당신의 포로 
갓난아기 손같은 은행잎이 
백일 지난 아기의 웃음으로 퍼지면 
연둣빛은 초록으로 달려가고 
파도가 꿈꾸는 철 이른 바닷가엔 
이중섭의 유화 속으로 개헤엄 치는 아이들이 즐겁다 

​진달래 꽃 필 무렵에 오마던 그 약속이 
오월 단오 창포 꽃 하도록 가뭇없는데 
설레며 살아온 계절, 탓한들 한번 가버린 님이 올까만 
붉은 꽃잎 떨어진 오후 
애잔한 열정을 유혹하는 당신은 
차라리 장미의 붉은 입술이다 

​첫 소나기 지나간 오후 무지개 걸린 산하 
반쯤 먹다 남은 솜사탕 같은 구름 한 점 산허릴 휘감고 
찬란한 유혹으로 
잃어버린 청춘을 꼬드기는 당신은 
오만해도 아름다운 이름 
모란꽃이 피면 
어디선가 성미 급한 매미가 파도를 부르고 
황포돛배가 사라진 무심한 한강 위로 유람선이 흐른다 

​유월이여! 
당신은 얼마나 큰 마법의 가슴이길래 
계절의 여왕을 포옹하고 구룡포 가는 길 
노고지리 치솟는 오월의 푸른 보리밭을 
저리 고운 황금빛으로 바꿔 
꿈꾸는 푸른 바다마저 춤추게 하느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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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장마 / 허정인

초록색 하나로도
풍성하고
겹겹 힘차던 유월이
꽃들 보내고
빗물로 밤새워 운다

​네 울음은
열매를 위한 기도
초록잎 사이사이
동그란 열매 가득 놓고
유월이 간다 울며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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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유월 / 목필균 

내게도 
저런 시퍼런 젊음이 있었던가 

​풀빛에 물든 세상 
떠들썩한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다 

​흥건하게 번져오는 녹음이 
산을 넘다가 풍덩 강에 빠진다 

​푸르게 물든 강물 
푸르게 물든 강물이 
또르르 아카시아 향기 말아 쥐고 
끝없이 길을 연다 

눈으로 코끝으로 
혀끝으로푸른 혈맥이 뛰며 
펄펄 살아 숨 쉬는 6월 속으로 
나도 따라 흐른다 

=================
+ 유월의 꿈 / 이원문

바람 시원히 저무는 오월
뽕밭의 오디 하루가 다르고
퍼렇던 앵두 벚 붉게 물들인다
지는 꽃 피는 꽃 기다림의 유월
유월은 어느 꽃이 어떻게 수놓을까
그렇게 기다렸던 봄이었었는데

떠나는 오월 찾아 오는 여름 문턱
누가 먼저 두드릴 여름의 문턱일까
먹을 것 많은 달 밤골 밤꽃 수놓으면
그 향기 뽕밭 자락 울타리로 스며들 것이고
모내기의 누렁이 소 어찌 그 향기를 모를까
보리밭 양지 녘 햇살 따갑다

웃음 가득 하나 둘 저 아이들 찾는 뽕밭
한 곱이 넘기는 보릿고개의 즐거움인가
꽃동산의 파란 하늘 초여름 꽃 아름답다
아쉬움에 떠나는 봄 구름 위에 얹어지고
저 춤 띄우는 버드나무 바람에 즐거우니
떠나는 봄 오는 여름 노을빛에 젖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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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비 / 김세웅 

여름의 서두를 적시는 비는 아름답다. 
하찮은 질경이풀도 흙 속의 스커트를 들어 올리며 
종종걸음으로 즐겁다. 
멀리 가는 사람은 멀리 가서 즐겁고 
돌아오는 사람은 돌아오면서 흥겹다. 
하늘이 좀더 가까워진 세상에서, 빗물을 따라 
소원을 실타래로 풀며 가다가다 보면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닿는 
지름길도 있겠다. 
땅속의 온갖 주검들이 빗물로 살을 삼아 
흙을 일으키는 
마당굿도 있겠다. 
내민 손에 새겨지는 빗방울은 
편지처럼 곧장 가슴속을 파고드는데 
죽지 않을 누가 있어 
오늘의 뜻을 영원하게 할 것인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오늘의 뜻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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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비 / 김세웅 

여름의 서두를 적시는 비는 아름답다. 
하찮은 질경이풀도 흙 속의 스커트를 들어 올리며 
종종걸음으로 즐겁다. 
멀리 가는 사람은 멀리 가서 즐겁고 
돌아오는 사람은 돌아오면서 흥겹다. 
하늘이 좀더 가까워진 세상에서, 빗물을 따라 
소원을 실타래로 풀며 가다가다 보면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닿는 
지름길도 있겠다. 
땅속의 온갖 주검들이 빗물로 살을 삼아 
흙을 일으키는 
마당굿도 있겠다. 
내민 손에 새겨지는 빗방울은 
편지처럼 곧장 가슴속을 파고드는데 
죽지 않을 누가 있어 
오늘의 뜻을 영원하게 할 것인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오늘의 뜻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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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숲 / 강진규 

흙빛 산마루 위로 
무성한 푸른 깃발을 흔든다 
골짝마다 메우는 
새 생명의 끝없는 함성 

​푸르른 눈부심으로 
파도처럼 밀려와 
헐벗은 가슴 씻어내는 
유월. 

​풀내음 청청한 
기억의 옷을 입히고 
한없는 짙은 강이 되어 흐른다. 

​산등성 골짜기마다 
푸른 파도 일렁이는 
찬란한 넋들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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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의 유월 / 유한나 

유월의 숲은 
돌 보는 이 없이도
푸르게 뻗쳐오르고
나는 꽃그늘 아래서
뻘겋게 뭉개지며
한숨만 구름처럼
얕게 흩고있습니다
고운 목소리로
그를 찬미하여도
오리의 걸음처럼
유월은 기우뚱거립니다
가파른 계곡의 물처럼
황망스럽게
쫓기우듯
나는 가지만
머물며 행복한 것들은
얄밉게 웃고 있습니다
꽃피고 져도
쓸쓸했던 숲 가득이
연한 잎사귀들 새록새록 넘쳐나도
나는 홀로 눈물의 유월입니다
억센 풀잎처럼 가슴을 베며 스쳐가는
유월은 핏물 묻어나는 상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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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개꽃 / 김남복 

여왕의 햇살 아래 
연분홍 손은 
언제부터인가 
찾는 이 없어서 
반기는 이 없어서 
몸뚱이는 쪼글쪼글 
핏기 없는 산들바람 
떠나가는 상여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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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꿀벌 / 김내식 

여왕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벌들은 제 몸을 돌보지 않는다 

​정든 고향 멀리 떠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남쪽에서 북쪽으로 붉은 꽃잎 속으로 
피보다 진한 꿀을 따 가득 채운다 

​벌통에 접근하는 적을 향하여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다 
어느 날 말벌이 대문에 나타나면 
모가지가 댕강댕강 잘리면서도 
독침을 쏘고 죽는다 

​벌통의 주인은 모이는 꿀을 털어내다 
장마가 찾아오면 설탕물 넣어주나 
용감하고 진실한 벌들은 
여왕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제 한 목숨 다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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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바다 / 오필선

노을이 떨어지는 저녁
붉게 물드는 수평선을
홀로 바라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것이 유월의 바다라 할지라도

몽돌을 맨발로 밟거나
무너지지 않을 모래성을 쌓거나
맥없이 부서지는 포말을 눈에 담으면
자칫 석양에 데는 것도 모자라
붉은 태양을 용암으로 토할지도 모른다

뜨거움을 재우려 잠기는 불덩이를
무심히 뒤돌아본 서쪽 바다로
하마터면 너의 얼굴같이 붉어진 갈증을
울컥 쏟아 낸 적도 있었음을

그 치명적인 심연의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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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빗길 / 고은영 

가게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도심의 어둠 속 아스팔트에 
격정적 의문으로 꽂히는 빗물을 바라본다 
서글픈 자동차 경적이 빗물에 아스라이 묻혀 간다 
구멍 난 가슴으로 뭉클 차오르는 그리운 것들의 부재 

​피와 주검을 부르는 광폭한 정사(政事)여 
원망과 조롱, 희망없는 시대를 부르짖는 울음이 
유월의 섬세한 가슴을 핏빛 혼돈으로 물들이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며 그리고 너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나의 이력이 비루한 가난이라 너의 기쁨이 될 수 없다면 
세상이 무슨 소용이냐 

​저 초록의 살랑거리는 실루엣 
넓이와 깊이를 헤아려 걷는 사랑의 보폭마다 
믿음과 신뢰로 안부 하는 유월의 중심에 
푸른 녹음을 어우르는 비가 내린다 
초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해갈의 긴 울음처럼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치닫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 
저 굽이치는 빗물이 흐르는 소리에 
내 영혼을 씻을 수 있다면 
지금에 와서 나는 못 견디는 슬픔을 묻지 않으리 
좌초된 현실에 삭아 지분거리는 기억들 
이미 부식해 간 청춘의 후회스럽더라도 
치근대는 눈물을 묻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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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사랑 / 박효찬 

유월의 첫 만남 
아침 햇살 뜨거움으로 
하루의 문을 열고 

​푸른 숲 사이 
빨갛게 고개 내민 
장미 꽃망울에 인사하며 

​뜨거워져가는 아스팔트 길 
열기 속에 헐떡거린다 

​만원 버스 속을 헤집던 
그 여름날 
갓 피어난 장미에 
넋 놓아 울던 사랑 
흔적은 바래지고 

​습한 공기가 느껴지는 
유월의 첫 만남은 
왠지 
날 슬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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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언덕 / 김영수

오월의 환호 소리 잦아들 때
인동 넌출이 살며시 담장 너머
금은화 꽃을 피워 오는 유월

투명해서 잊혀진 계절 유월은
두 볼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빨간 앵두처럼 조용히 와있다

청산의 푸르른 언덕 떨기 속
애달프게 울어 대는 뻐꾸기 소리
청아한 마음이 왠지 서글프다

유월은 우리의 가슴에 설움이
꿈틀대고, 슬픈 것들은 모두 다
진혼곡으로 영혼들을 위로할 때

그래서 모두가 침묵한 고뇌 속에
소리 없이 내리쬐는 햇살의 애무와
장대비로 무뎌지는 슬픈 언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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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의지 / 황다연

유월의 싱그러운 풀잎을
장난꾸러기 바람이
이리저리 흔들어봅니다

굳센 심지에
유연성까지 갖춘 풀잎이라
어찌 호락호락할까요

심오한 각오함이 있으니
잠시 바람에 흔들릴 뿐
꺾일 리 만무입니다

애당초 품었던 뜻으로
꽃피워 열매 다는 것
땡초만큼 매운맛쯤 참는 거지요

꿋꿋이 견디 다 보면
바람이 대려 박수를 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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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이유 / 김종제 

비단으로 수놓은 이 땅의 
유월에는 
종이 위에 문자로 쓰여진 
낡은 경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의 말씀보다 더 좋은 것이 
우리 마을마다 동네마다 
아직 서낭당으로 솟대로 서 있다 
대문 열고 들어오면 
천장에도 부엌에도 장독대에도 
그런 말씀보다 좋은 것이 그득하다 
이 땅에 있어야 할 것은 
무지갯빛으로 찬란한 이념이나 
붉은 깃발로 눈 어지럽히는 
사상이 아니다 
우리의 산하에는 
들꽃 무리 지어 핀 다음에 
그 고운 향기가 우물까지 빨래터까지 
멀리 퍼져 나가야 하고 
우리의 들녘에는 
과수 무럭무럭 자라난 다음에 
튼실한 열매 맺어 
다리 밑까지 달 아래까지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쇠 녹이는 그 향기로 
생 있는 것마다 고루 쉬어야 하고 
마음 죽이는 그 열매로 
명 있는 것마다 길게 나누어야 하고 
이 땅에 유월이 있어서 
무기의 계절이 없어야 하고 
금을 그어놓은 철책이 없어야 하고 
비무장의 눈빛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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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장미 / 권정자

저 태양의 분노를 피해 
그늘에 서면 
도전인 양 다가오는 
네 곤혹의 눈빛 

​절절한 설움 빛깔로도 
다스릴 수 없는 정염(情炎)은 
온 땅에 사무쳐 
가시로 돋고 

​모순의 불을 밝혀 
잿빛 세월을 휘감아온 
애틋한 넋이 

​뙤약볕 아래 
사위어가는 
이유도 모른 체 

​나는 네 꽃잎을 떼어 
바람에 날리네 

​벙어리로 자란 진실만 
향기로 남아 
누군가의 코에 스밀 때 

​그는 기억하리라 
너의 순결한 그림자와 
잠들지 않는 
투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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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장미 / 김세실 

그 붉게 타던 꽃이파리 
다 어디로 가는가 
그 아름답고 고귀한 꿈 
이제 어디로 
떠나 보내는가 

그대 
짧은 시간 피우기 위해 
긴긴 날 인고의 불 안고 
혼신을 다해 삭혀 왔던 삶 

​이제 
너의 열정 고요히 접어 
깊고 푸른 심연으로 
시간의 여행 띄워 보낸다 

​그러나 그대 
슬퍼하지 말아요 
또 한해가 가고 
봄빛이 뽀송이 영글면 
그대 타는 입술로 
생을 노래하며 

​온 담장을 
붉은빛 사랑으로 
물들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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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하오 / 권복례 

남쪽 운동장 맨 끝으로 
그네 위에 
온몸 내던지고 
그넷줄이 당겨주는 대로 
고독의 상념 속으로 
실려가는 
얘야, 

​바람도 구름과 한통속이 되어 
시 한 구절 만들고 
나무들도 
큰 이파리들이 작은 이파리 다독여 주며 
잔 걱정 털어버리고 
뻐꾸기 노랫소리와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에 맞추어 
근심 걱정 내던져 버린 
이 한가한 시간에 

​얘야, 
당당하게 일어나 보렴 
땅 위에는 
높고 푸른 하늘이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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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한낮 / 김영천 

유월 하순의 오후는 새벽보다 하얗고 
더 가볍다 
공기는 모두 부풀어 하늘까지 오르고 
텅 빈 길로는 한것 작아진 그림자들이 
도시의 그늘에 제 가벼운 몸을 눕힌다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 
햇살처럼 가볍게 앉으면 
마침내 노곤한 잠이 내 콧등을 건드리고 
나는 어느덧 동그랗게 부푼 한낮의 공기를 따라 
한없이 가벼워진다 

​지금쯤 하나님도 점심을 드시고 의자에 기대어 
꾸뻑 조실까 
난데없은 자동차의 굉음에 깜짝 놀라 일어나면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빈말처럼 귓속에서 웅웅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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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이 오면 / 김낙필

푸른 강으로 흐르는 
유월이 오면 
깊은잠에서 깨어 
하늘 오르는 기지개를 켜고 
몸에는 물이 거슬러 오른다. 

​사랑을 하자며 꼬드기는 
초록이 유혹을 해대고 
솜털같이 훈훈한 바람이 
겨드랑이를 간지르며 
마른 입술에 입마춤을 한다. 

​발끝으로 다시 
충만한 생명이 살아나 
유월의 손자락을 잡고 
들길로 나서면 
생이 미루나무 잎처럼 푸르르다. 

​자갈 바닥이 보이던 
혈맥이 다시 살아나 박동을 하고 
이쯤엔.. 
다시 사랑을 시작해도 좋겠다. 

​오지 않을 사람을 
찾아 나서도 좋고 
떠나간 사람을 
소리쳐 불러도 상관없을 
은혜로운 유월이여.. 

​살아있는 모든 것들 
손을 잡고 들판으로 나서자. 

​그리고 푸른 유혹을 
모르는 척 기꺼이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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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의 꽃창포 /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비 사륵사륵 
소담한 산수국 등허리 적시고, 

​푸른빛 밟고 넘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물봉선 연둣빛 웃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시절, 

​밭둑 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노란 민들레 
꽃술에 새벽 별이 흐르면 
또르르 영롱한 물방울이 그리움으로 속삭이고, 

​구름을 물고 흐르는 샛강 
낯익은 징검다리 반질반질한 얼굴마다 
유장(悠長)한 세월이 눌러앉아 등 시린 추억을 다독이고 
그제야, 
애환의 세월 피워 올리는 유월의 꽃창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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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전선의 유월 / 김순진 

송홧가루, 아카시아 꽃잎이 
화약연기처럼 
날리거니 

​박격포의 폭음이 
저 철의 장막 노루 토끼 귀엔 
아직도 들리거니 

​그래서 
육군 김 상병은 
소총을 받들어 섰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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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피는 장미꽃 / 김종원

또 수탉들 세상이 오나 보다 

​병아리 암탉들 밟고 올라 
담장 위로 쫑긋 세운 닭벼슬 

​피는 피를 불러 신명나는 닭싸움 
닭벼슬 붉게 물든 담 너머 
천하의 수컷들 기싸움 눈싸움으로 웅성거리면 
천륜은 반백 년을 잦아들고 
해마다 엎드려 땅을 치는 동작동 

​피 먹지 않은 산이 어디 있으랴 
유월 청산은 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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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장대비 추워라 / 김숙경 

꽃향기 진동하는 유월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지구촌 곳곳이 어둡고 추워라 
불 밝히려는 이유조차 잠시 숨을 죽인 채 
아슴푸레한 그림자로 어룽이는 초여름 한기 
가슴정수리에 허한 동굴이 패인 까닭은 무엇 
강대한 여유가 약소의 의미를 강압하는 탓에 
의식이 잠들지 못하는 비감 미망에 추워라 

​고였다가 사라져가는 전설 속의 파도처럼 
갈피 못 잡은 수장의 말을 못 찾는 애석함에 
왜 또 하늘 쪼개지듯 천둥 뇌성에 장대비까지 

​한계의 벽에 호소코자 추운 손에 창백한 촛불 
짐승의 포효와 절규보다 더한 울부짖음으로 
유월 장대비에 몸 맡기는 작은 빛들의 행렬 

​장마에 이사를 떠나는 노숙자의 심정이 이럴까 
시도 때도 초월한 생존의 엄위를 고하는 의미여 
꺼이꺼이 울음일랑 삼키지를 마라 빛의 빛이여 
다들 하는 회억에다 살가움까지 기억 못 하고 
무위한 경계의 선을 그어 단절의 고배를 드는가 
추락하는 썩은 동아줄을 그리 쉽게 수락은 왜? 
병 약의 처방으로 약소국들에 떠안기는 무례를 
채집될 수 없음에 억압의 초여름 밤 추워라 
누군 잠을 청하고 누군 정중하게 꿈을 부르지만 
지금은 온 지구촌의 선량들이 역지사지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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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느끼는 바람의 물결 / 안상인

6월을 유월(逾越)로 생각해 본다 
유구한 시류(時流)를 추월하며 
유유히 흐르는 삶의 물결은 이러했다 

농업화로 먹거리 물결을 이루더니 
산업화로 편리함 물결로 치닫고 
정보화로 더 많이 더 빨리 물결, 

​이젠 창조적 다원화의 물결로 
오롯한 하나의 원으로 엮는 
글로벌 시대, 지구촌 한 가족, 
큰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 시대적 시인의 사명은 
창의적 사유(思惟)의 고뇌를 
세미한 가슴결로 느껴 
유연한 바람결 파문을 일으켜서 
보고 듣는 시물결 파동을 
삶의 원동력, 진원이 되도록 
시문화를 키울때임을 자각함이 

​유월에 느끼는 바람의 물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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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가슴에 6월이 오면 / 이해인
 
사는 일이 힘들어도
아니 살 수 없는 사람이여
저 바람인들 불고 싶어서 불겠는가마는
성숙이 아니라면
하늘 비는 어느 땅을 적셔야 하리

세상이 야속하고
사람이 섭섭해도
해님은 마냥 눈부시고
꽃들은 그저 웃기만 하는데
아침의 신부는 다만 공허한 저녁이네

나무를 보고 숲을 알지 못하고
숲을 보고 산 말하지 못하니 
한평생 부르는 사람의 노래가
한 낱 새소리만 못함이던가

물을 보고 강을 헤아리지 못하고
강을 보고 세월을 가늠치 못하니
인간사 제아무리 위대하여도
자연만 못함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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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을 울어대는 개구리 / 한천희

유월의 밤을 지새우는 개구리울음은
지나온 세월을 아파하는 후회인가
지울 수 없는 상처들만 기억하는 삶이
서글퍼질 때 뿌려대던 눈물을 멈출 수 없이
흔들어 대던 바람아 가끔은 멈추어다오
돌아보면 남겨진 것에 대한 이별이 아프다
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을
세월로 덮고 또 덮어온 고달픈 과거를 잊으려
눈물 마른 유월을 푸르름이 가리고 또 가려도
개구리는 울음소리뿐 흘러내리는 눈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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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그림자 부메랑 되는 유월 / 오애숙

금빛 햇살 쏴~아라라라
살랑 이는 유월의 아침에
갈맷빛 휘모라 치는 유월

잘 직조 된 날실과 씨실의
하모니에 물과 빛 공기가
만들어 내는 기상 현상 중

천상의 아름다운 예술로
부채처럼 활짝 핀 무지개
가슴에 품고 들판 날지만

바람 따라 강물 따라 흘러간
세월의 아픈 상처 유월 속에
동족 상단의 한 부메랑 되어

겨레의 숨결에 희도는 애환
살아 숨 쉬고 있어 계속되는
그때의 악몽 악의 축 됐는지

꼬릴 물고 정치 판 뒤엎으며
술렁 되던 오월의 물결 지나
유월의 우둠지에 넘치는 평강

쏴~아라라 싱그럼 살랑이나
유리창에 비치는 유월의 잔상
아 어찌 잊으랴! 세월 흘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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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을 보내고 유월을 맞으며 / 김경렬 

가시 많은 장미는 요염하게 꺾지 말라네 
아카시아 스위트향에 볼품없다 외면하니 
피 끓는 오월에 텅 빈 향연 뒤로 보내네 

​유월에 제비더러 박 씨 물어 오라 할까 
포성 속 혼을 태워 지킨 골 정기받아 
유월엔 치국형세를 굽어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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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월, 그 찬란한 숲으로 가자 / 양해희

청포도알 가득 실은 그리움 안고
은근히, 새파란 초생달로 배 만들어
너울거리는 사랑의 바다, 그곳에 네 전부를 띄워
유월, 그 찬란한 숲으로 가자.

한 갈피 한 갈피 추억만 닦고 있는 이여
뿌-연 허공만 매만지는 이여
서둘러라 , 어서 가자
물음표 같은 시선 안고, 어르며
꽃 같은 그리움 애써 다 태우려 하지 말자.

먼지처럼 머물지라도
지난날, 묻어 두었던 추억의 잔상
침묵의 바위 깨고,
완숙한 그리움으로 훨훨 비상할 날 있겠지.

절실함으로 가득 찬 바람빛 그리움
강물처럼 깊어져,
아차.  너를 두고 가기 전에
초록 풍경의 이름으로 엮어낸 간절함으로
유월, 그 찬란한 숲으로 어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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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의 선율과 6월의 오르가슴 / 고은영


6월의 골을 거쳐 바람은 푸른 잎새들을 아우른다네 
오디오에서 들리는 쇼팽의 황홀한 선율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태양은 내 지붕 위에 그리고 미지의 
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정수리에 작열하고 
자연도 무형의 꿈을 꾸는 푸르름 만 깊어진 6월 
세상은 하나같이 초록 물결이라네 

한적한 오후의 가슴에 가만히 누워 고요를 즐기고 
나는 내 방에서도 이름없는 작은 풀꽃들을 그려 보노 라네 
스치는 바람결이 차가울수록 밑변 없이 젖어드는 선율 
아, 비애를 다스리는 음표 들이여 
견딜 수 없는 사랑들이여 

 최고조의 행복의 밀물 위에 맨발로 섰나니 
공명하는 벅찬 감흥의 덩어리여 
알몸으로 나를 벗어 던졌나니 
올림푸스 신전의 웅장함도 
세상을 통치하던 제우스의 신전에 
재물로 뛰놀던 성욕과 바람도 
지금은 외로운 그루터기만 남아 시간을 연명하나니 

감성으로 불거지는 몽환의 가지마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로 인적 없는 숲의 심장에 
물푸레나무로 살랑이나니 엎딘 가슴으로 살랑이나니 
뜨거운 입맞춤에 젖어 황홀한 선율 속에 
6월의 오르가슴이 시방은 가슴에 가득 피어오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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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태양이 어둠 속에서 잠들면 / 조철형

유월의 고운 햇살이
바람과 함께 들녘을 달려오더니
그리움 한 줌 내려놓습니다

바람은 오늘도 잠을 설치며
임이 오시길 기다려요
가끔은 임이 밤새 다녀 가시지 않았나
주변을 살펴봅니다

그리운 임은
바람부는 겨울은 추워서 오시기 힘드셨지요
이제 따뜻하고 푸른 여름날이 되었어요
푸른 꿈속에라도 한 번쯤
오롯이 오실때가 되었네요

서산 노을을 바라볼때면
바람의 가슴이 점점 아려와요
임과 함께 무지개빛 노을을
한 번도 같이 바라다보지도 못한 세월이 아쉬워
가끔 먼 산 바라보며
임의 다정한 얼굴 떠올리려고 애씁니다
임의 사랑스런 말 한마디
들려올 듯 한 날입니다

임께서는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엔
어디 계시나요
유월의 태양이 어둠속에서 잠들고
그믐달이 천천히 떠오르는 밤이면
바람의 가슴이 임을 향한 그리움에 출렁거립니다

임께로 가는 길 아직도 멀고
가슴에 쌓인 아쉬움 사라지기도 전
또 하나의 그리움이 자리합니다

낙엽 지는 가을이 이제 또 다가와
바람의 심장에서 흔들거리겠지요
임께서 푸르고 고운 모습으로
바람의 곁에 다가와 주실까
잠 못드는 밤은
바람이 또다시 새벽을 꿈꾸는 시간이지요

임의 꿈
바람이 대신 꿀 수 있는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
아쉬움과 그리움을
바람의 가슴에 안고
고운 임 오실 날 기다리겠습니다
고운 임께 가는 날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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