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詩心에젖어

꽃 향기에 관한 시 모음

꽃 향기에 관한 시 모음 

들꽃향기  /민경대

 

나는 종종 인사동에 온다.

시간의 배를 타고 늘 이곳에 오건만

새로운 바다가 열리고 산이 열리고

변하는 곳은 하나도 없어도

배가 멀리서 가면 산도 멀리 가고

사람도 멀리가고

인사동에 오면 들꽃향기에서

고향 해남의 향기도 강릉 바다의 내음도

이곳에서 만난다.

 

 

들꽃향기 2         /민경대

 

인사동에 오면 도심의 중심에서

들꽃향기를 맡으며

한나절 세월을 바라보며

여기는 지금 하루가 아니라

10년이고 100년 같은 시간이 흘러가고

우리는 한번 만나

민들레처럼 흩어져도

그 꽃망울 같은 눈망울들이 어둠을 밝힌다.

 

 

들꽃향기 3       /민경대

 

들꽃향기에 오면

들꽃향기보다 먼저 와 있는 여인이 있다

때로는 들꽃향기가 날 때도 있지만

늦여름 짙은 향기 같은 냄새가

도심을 향기로 불 사를 때

모깃불 속에 타오르는 들꽃향기를

인사동 사거리에서

우리는 서로향기기 되어

즐거움 만남을 통하여

사팔통달의 길목에서

불이 꺼지면 뚜렷하게 갈 길을 없어도

노란 단풍잎사이로 단 두개의 길을 망설이며

선택을 한다.

잠들기 전에 가야야 할 길이 있다

 

 

들꽃향기 4          /민경대

 

바람으로 살기를 오늘은 약속하지만

나는 바람도 눈꽃도 들꽃도 되지 못하고

너는 나에게 피어나는 들꽃

오늘은 바람도 눈물도 아닌

언덕너머 신기루 같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퍼내고 하루 종일 가슴속에서

구름보다 짙은 회색연기를 품어낸다

 

 

들꽃향기5          /민경대

 

이름도 없는 무명인이 들꽃향기 맡으며

이 시대의 허수아비처럼 서있네

인사동골목에 들려오는 소리를 다 듣고

들꽃향기되어 박제된 어머니같은 모습으로

들꽃향기 서 있는 그림하나 계단을 올라와

자리잡고 인사동에서 하루를 본다

그림이 없는 시대의 그림이 들곷향기맡으며

때로는 Jesus Wept라고 볼수도 있으며

어둠속에 Mamma, May I open the light라고

나즈막이 입을 열며 서있네 2008년을 기다리며

 

꽃향기         /趙東天

 

잔바람이 지나가고 햇빛이 얼굴에 와 닿고

새봄에 새싹이 솟아나 오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아름다운 꽃 피고 노랑나비가 날아다니며

이 꽃 저 꽃에 인사합니다.

 

봄아 아름다운 좋은 소식 들려주렴

그동안 고생한 일 다 잊고 슬며시 찾아와

꽃 피우고 잎이 피어나 꽃향기 날리며 찾아와

우리 마음은 꽃과 함께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하며

꽃향기로 가득히 넘쳐나는 푸른 봄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꽃향기        /이선명

 

당신의 삶엔 꽃 한 송이가 피어 있어

대화를 할 때도 향기가 나고

함께 걸을 때도 향기가 납니다

 

남자와 여자는 놀이터에서 만났습니다 신나게 놀고 나니 어느새 손도 잡고 있었습니다

때론 힘겨운 오르막길을 걸을 때도 있었고 사방이 막힌 골목길에 서 있기도 했었지만

꼭 잡은 손을 놓지 않고 함께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두 사람을 사랑이라 불렀습니다

사랑은 처음부터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삶엔 꽃 한 송이가 피었습니다

꽃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꽃은 향기로웠습니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사랑이라 불렀습니다

함께 노래할 때도 향기가 나고

함께 식사를 나눌 때도 향기가 납니다

사랑은 서로에게 향기가 되어 주는 것입니다

 

 

꽃향기          /鞍山백원기

 

요만치 서 아장아장 봄이 걸어올 적에

둑길 따라 하얗게 꽃이 피더니

향기롭던 아카시아 향기는 사라져갔다

아카시아 향기는 아이들 냄새

달콤한 냄새 맡으며 키웠던 아이들

봄바람 불면 돌아올까

아니면 때가 되면 돌아올까

그리운 향내만 가슴속에 진동해

이제 오나 저제 오나 기웃거린다

 

아파트 담장 따라 길가에 꽃이 핀다

하얀 찔레꽃은 엄마 냄새

빨간 장미꽃은 당신 냄새

무료함 달래는 길섶에 서서

철없이 맡아보는 엄마 냄새 당신 냄새

여기다가 금상첨화라고

아이들 냄새까지 보태면 얼마나 좋을까

 

 

백향목 향기      /창산 박환종

 

구름은 산 너머

갈 길이 아득하고

수척한 들녘은

발등이 시리다.

 

지나던 길손이

우물가에 머물러

고독이 연륜 마냥

사색에 잠기고,

 

실꾸리 푸는 세월

슬픔에 진 뭉겨

시름 더욱 감긴다.

 

꽃향기 그리워

빛바랜 비단 날개

벌 나비 부르니

 

백향목 향기가

내 맘에 안긴다.

 

 

꽃향기가 되어     /김덕성

 

당신으로 인해

상처 많은 나약한 내게

삶의 원동력이 생겨

뜻을 이루면서

힘찬 삶은 산 것은

진정 감동의 삶이었습니다

 

당신 때문에

방황하지 않았으며

헛된 꿈을 꾸지 않았으며

손가락질 받지 않았으며

세월을 낭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신으로 인해

싱그러운 가슴으로

당신의 꽃향기가 되어

높낮이 없이

구석구석 향을 풍기며

보다 겸손하게 살겠습니다

 

 

칡꽃 향기       /류인순

 

덩굴식물의 왕

더 멀리 더 높이 쭉쭉 뻗어

온 산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

손 닿는 대로 휘감는 작태에

농부 손에 뜯어지고 베어지고

천덕꾸러기 신세 면하지 못하지만

보란 듯이 향기로운 매력 뿜어내네

 

얽히고설킨 엄청난 덩굴 속에서도

청순함으로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

자줏빛 얼굴 샛노란 눈동자

한들거리는 보랏빛 고깔모자 쓰고

고운 미소 머금은 도도한 모습

달콤하고 매혹적인 진한 향기에

설렘으로 발길 멈추게 하는

칡꽃

네가 바로 왕이다.

 

 

라일락 꽃향기     /靑山 손병흥

 

달빛아래서도 향긋한 미소를 잃지 않는

연보랏빛 가득한 꽃망울 피어나는 봄날

그리움 묻어난 꽃향기에 흠뻑 취한 달밤

 

달이 뜨고 별이 지듯 떠오르는 그대모습

벌 나비도 잠이든 밤에도 향기 발산하며

흰색 분홍색 물기 촉촉이 스며든 청초함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란 꽃말 간직한

잊을 수 없는 아련한 기억되어버린 몸짓

은은한 향길 내뿜는 봄소식 눈부신 햇살

 

 

가을 꽃향기       /初月 윤갑수

 

하얀 꽃섬 개울가 둔덕 너머

살랑 이는 물결위에 들국화 향기

넘실대면 우리임 오실런가.

 

졸졸졸 흐르는 냇가엔 목말라

애타게 기다리는 송사리 떼

세상 밖을 뻐끔대며 삶을 들이킨다.

하늘을 우러러 비 오기를 鶴首苦待

하지만 하늘은 쪽빛이다

 

햇볕 따가운 한낮 열기에 들꽃은

고개를 저미지만 들국화 너만은

도도하리만큼 햇살 맞는 절개가

어찌 그리 곧을까

비릿한 세상에 비접할 삶만큼은

들국화 향기이고 싶다

바람 부는 언덕너머 가을빛 하늘이

쪽빛물결로 향기가 흐른다.

 

 

천리향 꽃 향기   /황인숙

 

봄이 오려면 멀었는데

아침에 나오다 화단에

천리향 꽃 맹아리가 맻혀서

날씨가 따뜻해 지면

 

금새 활짝 꽃잎을 열어

천리까지 향기를 품어 날릴 기세다

제비 빨리 날라 오라고

천리향 꽃향기 바람에 실어

 

봄소식 전하려는가

아직 차갑고 쌀쌀한데

천리까지 풍길 준비하는

꽃 맹아리 금새 열릴거 같은

 

천리향 꽃 맹아리가

오들 오들 떨고 있는 듯 하다

 

 

연꽃의 향기     /草岩 나상국

 

허구한 날 마음 잡지 못하고

무슨 역마살이 낀 듯

어둡고 질펀한 방탕한

냄새 진동하는

시궁창 같은 삶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깊은 수렁에서 건져낸 내 딸처럼

피어난 꽃이여

 

하루도

단 하루도 편안한 날 없이

노심초사 조바심치며

탑 돌이 하듯 종종 걸음질 치며

뜨거운 모정의

간절한 눈물기도

하늘에 닿았을까?

 

어쩜! 저리도 곱게 피었을까?

시궁창 같았던 연못에서

새벽 정화수 한 방울

또르르 굴리며

떠받들어 피었는지

연못도 연꽃 향으로 피어나네

 

 

꽃향기에 젖어    /김덕성

 

오랜 땅속애서

하늘을 우러르는 듯 되살아나는

귀한 생명들

 

기다림이 헛되지 않아

사랑의 그리움이 낳은 예쁜 꽃에서

그윽한 꽃향기에 그만

붉기며 웃음 짓던 그녀가

그리워지네

 

가슴속에 사랑을 깃들어

꽃향기에 사랑을 나누던 그녀

벌 나비처럼

내 사랑 꽃향기 안고

너의 가슴속에 안기고 싶어라

꽃향기에 젖어

푸욱...

 

 

배롱나무 꽃향기 따라    /정민기

 

2019년 7월 31일,

배롱나무 꽃향기 따라

해피빈 기부를 시작으로

종종 후원하는 고흥군장애인복지관에 갔다

미리 연락 드리고 갔지만, 내 시 한 편을

복지관 <새뜸드림> 하반기 소식지 첫 장

'마음을 엽니다' 코너에 실어주신다고 하신

유 사회복지사님께서는 휴가 중이라 만나지 못했다

 

정 관장님만 뵙고

내 시선집, 동시선집 사인본과

새로 만든 명함을 드렸다

복지관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군립중앙도서관에서 쉬다가

도서관 앞, 고흥동초등학교 교무실에 가서 교감 선생님이신

이 시인님을 만나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전에 박지성공설운동장에서

우주항공축제 시화전을 함께 했었는데

어제도 고흥동초에 들려 이 교감 선생님,

교무행정사 여직원 두 분께 내 명함을 드리고

이 교감 선생님과 둘이서

식당에서 장어탕으로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북카페에서

벌교 출신 송경동 시인님의 시집 한 권을 읽으며

커피 향기에 푹 빠졌었다

 

 

산국 향기      /이정자

 

노란 산국을 따서

책갈피에 끼워 넣었다

 

햇살과 달빛

이슬 머금은

산속의 적막과 고요가

책갈피에 숨어 따라와

방안 가득 퍼진다

 

가없이 쓸쓸한 날들을

산국의 향기인 듯한

당신 이름 하나로 견디었다.

 

 

꽃향기    /이남일

 

꽃을 보고 있으면

향기는 소리 없이 다가오고

귀 기울이면

두근대는 숨소리가 들린다

 

누가 알까.

꽃은 말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꽃길을 지나거든

가까이 다가가 마주보라.

꽃향기만으로

아름다운 고백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