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1월 정기산행을 하루 앞두고 잠이 오질 않았다.
유년시절 봄소풍 전야의 그 설레임처럼
온갖 잡념들이 머릿속에 분양도 안되는 빌딩을 세우는 것이다.^^
겨울산행의 묘미는 누가 뭐라고해도 눈(雪)이 펑펑 쏟아져야 제맛이니까...
처음에, 1월 정기산행지가 남덕유산에서,
박종국대장님의 노파심이 계방산으로 산행지 변경을 할 때부터
덩달아 노심초사 걱정이었다.
전에 내린 눈이 바람에 날리지않고 수북히 쌓여 있는지,
아님, 푹한 기온에 녹아버리지는 않았는지
내가 왜 그런 걱정은 하는지, 스스로 반문하면서 며칠을 보냈지.^^
그러다가 지난 일요일 새벽 한시에 퇴근하여 서너시간을 자는둥 마는둥하다가
알람소리에 퍼떡 일어나 계피차 한 통 끓여담고 현관문을 나서니
4층에 사는 집주인이 새벽운동을 다녀 오시길래 목례를 하고
전철을 타려고 신정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면 조금 늦을거 같아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불법U턴을 부탁했더니
얼굴을 씨익 훑어보곤 바로 시행에 옮겼슴다.^^
제 몽타쥬가 불법은 모르게 보였나보다 ㅎ
어쨌거나 40분이나 일찍 도착하여 10번출구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기다렸지.
그리고,지하로 건너와 13번출구앞 편의점을 서성이는데
대전 한밭토요산악회 서경지부 본부장님을 만났다.
"어~꽃구름~! 오늘은 어느산에 가는데? " 물어보신다.
"네에...상고대가 보고싶어 계방산으로 갑니다" 했더니
"여전히 건강하고 아름답네~난 두백산으로 간다...잘 다녀와" 하시고는
58년 개띠 산악회 차로 올라가셨다.
그리고,해찬솔 대장님들이 차례로 나타나고
산우님들도 삼삼오오로 모여들고,
그렇게 7시25분에 사당역을 출발한 해찬솔 전세버스는 어둠을 사르며 강원도 평창으로 달려갔다.
휴게소 두군데를 거쳐 두 시간반이 흐른 후 운두령 고갯길을 S자로 오르니
세상만상에 수백대의 화려한 색칠을 한 대형버스들이 그 쪽으로 다 모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버스노동조합에서 집회 나온 줄 알겠다.ㅎ
계방산은 겨울철에만 만끽할 수 있는 환상적인 설경이
이른 3월 초순까지 이어져 등산인들에게 인기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다 어지간한 산높이에 해당되는 해발1.089m의 운두령에서 정상까지
표고차가 488m에 불과하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이유로,
600고지부터 늘어선 산객님들을 태운 버스가 장사진을 이룬다.어렵사리 운두령에 도착한다.먼저온 산객들이 들머리 계단길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진다 엄청난 인파다.6.25 때 피난길도 그렇진 않을것이다.
등로는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빙판길이고, 양지 바른곳은 눈이녹아질퍽이고 상당이 미끄럽다.아이젠은 필수이고,중간에 많은 산객님들로병목현상을 이루어 떠 밀려가는 형상이다 .산행길이 한산해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능선아래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라면은 기본이고,누룽지에 죽까지...먹을 수 있는 건 다 있다.그리고,깔딱이고개를 오르는데 위장이 터질것만 같았다.울 엄마가, 밥먹고 한 시간은 비스듬히 누워있으라 말씀하셨는데 눈위에 오래 앉아있다간 감기를 더 키울 수 있을거같다.전망대를 지나 정상석으로 가니 인산인해로 정상석 돌멩이는 보이지도 않는다.난 혼자 멀찌감치서 셀카로 찍어 만족한다.
정상에서 눈앞을 보니 사방팔방 막힘없이 일망무제 조망이되고 멀게는 설악산 , 태백산,선자령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처져산객들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계방산(桂芳山)1557m ...단체 인증샷을 찍고 정상에서 하산을 한다.중간중간 싸락눈이 흩뿌린다.기분좋게 콧노래 흥얼거리면서 눈길을 걷는데 또 정체가 된다.반대편에서 올라오는 분들로 병목현상이 생긴다.산길에도 신호등을 설치하고 상,하행길을 만들던지 해야지...들머리 운두령에서, 날머리 아랫삼거리까지, 끊이지않고 이어진 산객들.....하산길은 질퍽해서 미끄러지면 진흙맛사지를 할 수 있다.잘보면 미꾸라지가 나올 거 같았다 .ㅎ그래도, 따뜻하고 깨끗한 날씨덕에 즐겁고 행복한 산행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왜, 겨울이면 덕유산과 태백산,계방산을 먼저 떠 올리게 되는지,,담부터는,야생화가 아름다운 여름 태백산이나,봄철 산철쭉 산행으로 계방산을 가 보고싶다.비록,상고대 구경은 못했으나 하산 후,선홍빛이 먹음직스런 감칠맛 나는 송어회에 술잔 부딪히며 건넨 우정을 맛 보았으니, 그것으로 보상받았다고 생각해요.
2017년 첫 정기산행 공지부터 리딩까지 밤잠 설쳤을 박종국 대장님~! 고생 이빠이 했구요,그 외 윤종각 회장님과 여러 대장님들 노고에 감사 드립니다.그리고,해찬솔의 정많은 산우님들~!!!강원도의 힘으로 또 전진해 나가보아요.달력을 보니,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스산한 정국으로 경제사정이 좋지 않지만 옆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나누며 감기 걸리지 마시고이 겨울을 만끽합시다.
2017년 01월 10일 신정동에서 "彩雲 辛侖庭" 끄적여 봄 ^*^
술먹고 비틀거릴적에 먹지말자 맹서터니
잔잡고 굽어보니 맹서함이 허사로다
두어라 취중맹서를 일러 므삼하리오
주객이 청탁을 가리랴 다나 쓰나 마구 걸러
잡거니 권하거니 양대로 먹으리라
취하고 초당 밝은 달에 누워신들 어떠리
내 말 고쳐 들어 너 없으면 못살려니
머흔 일 궂은 일 널로하여 다 잊거든
이제야 남 괴려 하여 옛벗말고 어떠랴
술 먹지 마자하니 술이라서 제 따른다
먹는 내 그른가 때로는 술이 그른가
잔 잡고 달더니 묻나니 뉘야 그른고 하노라
내 부어 권하는 잔을 덜 먹으려 사양마소
화개앵제하니 이 아니 좋을땐가
어떻다 명년간화반이 눌과 될줄 알리오
{뜻풀이}.......花開鶯啼 : 꽃이 피고 꾀꼬리 운다
..................明年看花伴 : 명년에 함께 꽃을 볼 짝(친구)
KBS 드라마 '겨울연가' OST
When The Love Falls (사랑이 떠나갈 때) / 이루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