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단상에 관한 시모음 ]
가을 단상 /김길남
붉다
아니 선혈이 낭자하다
드넓은 산자락도 모자라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울릴 법한
山寺 가는 길이며
계곡까지도 붉으레 핏빛이다
가을이 간다
오는가 싶더니
벌써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언제나 그랬다
갈 길 바쁜지
가을은 늘 미련도 없이 그냥 떠난다
미리 좀 알려주고 가면
못가도록 막아 설 까봐서 그런건지
가을의 단상 /치악 김동철
한 순간
쏟아지는
태양의 손을 당겨
가을의
들녘에는
쓸쓸한 허수아비
콤바인
지나간 자리
어둠이 내려오고
바람도체온내려
가슴을 쓰다듬고
어둠은 등을 밀고
물새도 물소리도
깊어져 가는 가을밤
귀뚜리 울고있네
뭉게구름 피어나 산 그림자 드리우고
부엉이 머물 때면 서산마루 노을로
울림의 메아리 되어
가슴까지 흔들고
만남은 인연이요
이별은 숙명이니
계절에 순응하는
생명의 몸짓들은
오색 찬란한 가을밤
슬픔으로 느끼네
진실된
자신의 색
숨결로 토해내며
이별을
준비하는
가을의 나뭇잎은
한 줌의
거름이 되어
계절을 반추하고
못다한 삶의 얘기
가을의
언저리에
무언의 서신띄워
사랑을
고백하고
충혈된 눈을 닦으며
별들에게
전하네

가을단상(斷想) /정병옥
뜨거운 태양을 약올리는것은
살포시 불어오는 바람의 장난으로
스치며 지나가는 투명한 소리에
시원해진 가슴으로 노래를 담는 것.
코끝으로 가을을 느끼며
가냘픈 코스모스의 유혹에 찡긋거리니
땀 흘린 사간을 보상이나 하듯이
싱그런 햇살에게 나를 맡긴다.
숨어 돌던 바람소리에 잠을 깨우고
이글거린 태양이 한눈을 팔 때
곰살궂게 다가온 바람 한 점이
축축해진 살갗을 말리고 있는데
터벅 터벅 걷는 무거운 발걸음에
해거름의 노을이 다가와 미소 지으니
하루를 엮어 세월에게 묶으니
속삭이듯 가을에게 기대어본다.
가을 단상 /오남일
여윈 햇살이 가슴에 안겨서
그대를 사랑하려 합니다
가슴에 두고 두고 간직할 것이 있다면
오직 한 사람, 그대였으면 좋겠습니다
먼 산에 걸린 노을로 짙어지는 하늘.
찬 바람에 마음도 시리고,
아무 이유없이 울컥하며
보고포고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가을 단상 /박소향
나는 너에게
목화 꽃처럼 피어나는
뭉개 구름이면 좋겠다
순백의 향기로
가슴 가득 떠다니는 솜털 같은 기다림과
잊지 않을 사랑 하나
혼자 못할 이별의 아픔이면 좋겠다
먼지 나는 길 위에
나뭇잎만 벗이 되는 쓸쓸한 하늘
눈 속에 멈춰지는 시인의 넋처럼
이니스프리의 호도위로 떠도는 빛
비애로 젖은 물 위에
가슴을 씻어 내리며
나는 또 운다
누군가의 몫으로 거기 남은
목마른 사랑의 빚
슬픔의 껍데기를 계절의 옷처럼 갈아입고
한맺힌 노래를 그리움처럼 부르다가
나는 또 끝내
목메이게 아파할지 모른다
마음 속을 물들이는
가을 숲의 영혼
하늘 밑을 수놓는 낙엽의 수만큼
사랑할 수 있을까
빛 고운 이 가을
나는 너에게
언제라도 잊지 않을
긴 그리움이면 좋겠다
가을 단상 /권승주
아침에 창문을 여니
산과 들
거리에는
붉은색 노란색으로
물들여진 나뭇잎
가을에 빠진
세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차가운 바람이
낙엽을
정원 구석에
산비탈에 모아
가슴을 아프게하지만
내마음 불타 오르게하는
단풍잎은 행복입니다
시집간 누님의
색동저고리가
저 넓은 가을산 능선에
여기 저기 널려 있어요
초등학교 운동회 날처럼
운동장에 휘날리는
만국기가
숲과 거리에는
가을바람을 타고
온종일 펄럭이는 가을입니다
조금 있으면
추운
겨울을 맞이할 준비에 분주한
너를 보면
힘이 솟아나는
가을 입니다
가을 단상 /은파 오애숙
농부의 구릿빛 땀방울
송글송글 맺혀있는 모습
내 진정 맘속에 아름답게
펼쳐지는 이 가을걷이
이룬 것 하나 없다싶어
해 질 녘 풀벌레 소리에
소스라친 심연 쥐구멍만
찾는 이 현실의 비참함
새삼스레 화살같은 세월
아쉬운 심연의 물결 속에
온누리 금빛의 가을 영상
화알짝 펼치어 보노라니
가을 서정 가슴 속으로
넘실넘실 물결 쳐 오나
구릿빛 수고 고개 숙여
감사함 날개 펼쳐보며
이 가을 탐스러운 열매
한 아름 가슴에 안는다면
바랄게 없어 계수하고자
진실의 날개 펼치는 맘
고통의 풀벌레 소리가
기쁨의 하모니로 바뀌어
감사의 꽃 향그럼 속에서
마음껏 취하고 싶습니다
가을 단상 /전선희
그리움을 담은 햇살은 가을 하늘을 거닐고
푸르른 나뭇잎은 고운 빛깔로 물들어가는데
내 마음에 시를 쓰듯 삶을 잔잔하게 그려내는
이 계절은 나의 가을입니다
오색단풍 물결치며 색의 향연은 깊어가고
삶의 언저리 바람에 사그락사그락 흔들리며
은빛 물결의 속삭임을 듣는
이 계절은 그대의 가을입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멋진 날
사색의 낙엽길에서 가을 향기에 젖어
수많은 이야기를 꽃편지에 띄우는
이 계절은 우리들의 가을입니다
그윽한 감성의 빛깔로 축제를 열어
가을시 하나 오롯이 남기며
아름다운 행복으로 물드는
이 계절은 진정 그대와 나의 가을입니다
가을 단상 /김재덕
갈대 가슴속 울음이 노을에 걸려
귓전에서 비틀거리는 가을 녘
단풍나무 아래 세 그림자
가을 몸부림에 흔들린다
구름에 가려도 유유자적 흐르는
해와 달 불변의 이치로
연초록이 단풍으로 물들었건만
어찌 세월만 야속 타 하랴
수시로 들락이는 관념으로
깊은 한숨을 놓는 날도 많다지만
삶이 고달플수록 더 절절한 행복을 알았고
아픈 이별에 사랑의 깊이를 알지 않았던가
새초롬한 여린 눈으로 세상을 보다가
어느덧 고운 단풍 되어 휘날리니
부러운 시선들로 흐뭇한 나날들
언젠가는
무언의 서사시처럼 떠날 것을 알지만
달빛 아래서도 흔들리며 물드는
나의 가을을 사랑하련다.
*세 그림자: 나, 나무, 추억.
가을 단상 /정태중
노오란 은행잎이 손짓하며 부를 제
타는듯 마음자락 홍엽에 올려노메
이 한 몸 어디에 올라 애달다 하오리오
낙락장송 곧은 마음 변함이 없는데
불어오는 소슬바람 애간장 태우고
해거름 바람난 입술 대지에 스며드니
세월은 기약 없이 석양을 짊어지고
어둠 속 그림자는 서산에 묻히노니
새벽녘 이슬을 품은 낙엽을 어이하리
가을단상 /장수남
햇살 젖은 아침
금빛 숲 가슴 열리고
붉은 잎 이별의 입맞춤에 이슬이
발갛게 적셔있다
짙어지는 가을 향
뒤 뜰 단감들이 볼그스레 익어 갈 때
해바라기 먼 산 바라보고
코스모스 바람타고
너는 어디쯤 왔을까.
수즙은 우리 누부야 젖가슴 흔들어놓고
초가을 해거름녁 노을 뿌린다.
가을단상 /김용수
오늘도 하늘은 높고 푸르며
양떼구름은 산등성이를 넘어 옵니다.
산은 산대로 제 격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고
계곡의 맑은 물은 허락도 없이 내 가슴속을 쓸며 지나갑니다.
바위틈 쑥부쟁이며 구절초며 소박한 가을꽃들은
저마다 고운 향기를 내어 누구에게나 나누어 주고
먼발치 가을알곡이 차곡한 들판에 자연과 이야기를 나누는
농부의 마음에서 참된 진리를 읽어 봅니다.
삼삼오오 가을 산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도심속에서와는 달리 어두운 구김살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고 함박꽃 같은 웃음뿐입니다.
가을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까지도
환하게 만드는 신비를 가졌나 봅니다.
이렇게 가을이 산들산들 익어가는 날 산중턱에 앉아
나직한 목소리 가다듬어
당신께 보낼 행복한 가을시 한편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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