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맑음
북한산 숨은벽 능선
친구랑 둘이...
산행코스:효자2동-국사당-밤골-루트길-사기막골능선-해골바위-숨은벽안부-호랑이굴-바람골-백운산장-경찰구조대
-하루재-백운 제2공원지킴터-우이동버스정류장(간식,중식포함 6시간30분소요)
목요일 아침10시..
불광역 전철역에서 승하를 만나 횡단보도 건너니 구파발을 경유해서 효자2동까지 운행하는 704번 버스가 온다.
얼른 버스에 올라타고 앞뒤를 훑어보니 모두가 산행차림의 산객뿐이다.
일반 사복을 입은 사람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고
마치 정기산행을 하는 산악회 전세차량 같았다.^^
정류장을 지날때마다 타기만 하고 하차하는 사람이 없으니 순식간에 콩나물 시루가 되고 온 몸엔 진땀이 난다.
달리는 차창밖으로 가로수가 빨갛게 치장을 하고 눈을 즐겁게 하는동안에 북한산성입구를 지나니 3분의2가 하차를 한다.
혼잡한 버스가 가벼워진다.
친구와 난 효자2동(밤골)에서 하차를 하여 국사당으로 올라가니
노란 은행잎이 입구부터 화사하다.
인간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자연의 순수한 컬러가 온 몸으로 전해온다.
등산화 끈을 조여매고 두 가래길 중에서 오른쪽 밤골로 향해 발걸음을 옮겨본다.
들머리부터 계곡이 나오고 수정처럼 맑은 물위로 빨간 단풍잎이 그림자 놀이를 하고있다.
주중인데도 올 가을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 온 산객들로 웅성거리고
각시폭포에서 인증샷을 날리고나니 바로 총각폭포가 나온다.
일명 숨은폭포라고도 한단다.
온 산이 오색단풍과 어우러져 화려하다.
거친 숨소리가 시작되고 겉옷을 하나씩 벗는다.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다.
일주일간 쌓인 모든 스트레스가 땀과 함께 배출되는 느낌이다.
사방팔방으로 눈만 돌리면 곱게 물든 단풍들이 보인다.
여기저기서 디카셔터소리와 감탄사들이 연발~~!!!
그런데,계곡으로만 올라가다보니 숨은벽을 측면에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승하가 탐방로를 바꾸잔다.
에헤이~~왼쪽으로 길이 안 보이는데 어쩌지..?
그냥 예전 황정산에서 오지산행햇던 기억을 되살려 무작정 숲속을 가른다.
진한 흙 내음이 후각을 마비시키고 도토리들이 마구 발에 밟힌다.
10여분을 가는데 앞에서 사람소리가 난다.
순간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조금 더 가니까 남자 한명과 여자 세 명이 우리와 같은 신세란다.
그래도 오지를 함께 개척해 나갈 산벗이 생겨 다행이다.
남자분을 앞장세워 15분정도 오르다보니 길이 보였다.
돌계단이 나오고 바로 숨은벽과 염초봉이 살짝 보였다.
오메~~! 단풍 들었네~!!!
김영랑 시인의 싯귀가 마구 떠 오른다.
해골바위를 지나 마당바위에 도착하니 인산인해다.
올해 최고로 단풍이 아름답다고 매스컴으로 떠들어대니 초보산꾼들이 릿지를 방해한다.
바위만 나오면 정체가 되어 잠깐 쉬기로 한다.
승하가 메밀가루를 넣은 야채 부침개를 꺼내고 자두를 꺼내준다.
온 몸은 뜨거운 육수가 흐르고 다리는 뻐근하지만
메밀부침개와 복분자 한 잔의 맛은 일미다.
숨은벽과 백운대 사이의 파랑새능선의 단풍빛깔이 우리집 카페트 무늬보다 더 곱다.
잘 다져진 근육질의 남성보다 더 각을 세운 숨은벽,인수봉의 설교벽,백운대로 이어지는 염초능선이 장관이다.
순간 숨이 멎을것만 같았다.
한 걸음 걸음 옮길때마다 단풍들이 자꾸 붙잡는다.
그러나,우린 갈길이 바쁘다.
숨은벽은 그저 바라만 보고 우회를 해서 호랑이굴을 오르니
언제 생겼는지 나무계단이 야무지게 설치되어 있었다.
작년에만 해도 호랑이굴은 위험해서 숨도 안쉬고 기어서 올랐는데...^^
암튼 호랑이굴을 빠져나가 백운대 뒷쪽 양지쪽에 자리를 펴고 행복한 런치타임에 들어간다.
여기저기서 건배 구호를 외치느라 산속이 장터같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하산을 준비한다.
인수산장으로 바로 내려오는데 단풍이 더 싱싱하다.
산악경찰구조대를 지나 하루재로 넘어오는데 정말 아름다운 단풍길이다.
어쩜 빛깔이 저리도 고운지 ~~~~초록 융단에 울긋불긋 물감을 칠한것처럼 이뻐도 너~~무 이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도란도란 애기 나누며 북한산 정기를 받았으니 집에와서 열심히 살아야겠지.^^
2012년 10월 25일 신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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