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心에젖어 썸네일형 리스트형 목필균 詩모음 -12월의 기도/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제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1월에는/.. 더보기 <사랑 시 모음> 최승자의 '너에게' 외 최승자의 '너에게' 외 +== 너에게 == 마음은 바람보다 쉽게 흐른다 너의 가지 끝을 어루만지다가 어느새 나는 네 심장 속으로 들어가 영원히 죽지 않는 태풍의 눈이 되고 싶다 (최승자·시인, 1952-) +== 사랑의 나라 == 하루를 살아갈 그 어떤 희망도 없이 천만 번 사랑의 맹세 주고받을 약속도 없이 남자와 여자 함께 손잡고 걸어간다 아득히 꽃눈 내리는 눈물길 길 없는 길의 나라 그리움뿐인 먼 나라 (이병금·시인, 서울 출생) +== 저기, 저 흙을 보아요 == 저기, 저 흙을 보아요 모든 것들이 다 제 안에 있어도 한꺼번에 드러내어 다 말하지 않고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꽃송이 하나 서 있는 만큼만 그 하늘만큼만 제 안의 큰사랑 보여줍니다 우리가 서 있는 땅 이 땅의 어디를 보아도 저마다 그.. 더보기 5월의 詩 모음 오월의 노래(1) / 괴테 오오 눈부시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의 지저귐 넘쳐 터진는 이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크나큰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그리고 한가로운 땅에 넘친다 소녀여 소녀여.. 나는 너를 사랑한다 오오 반짝이는 네 눈동자 나는 너를 사랑한다. 종달새가 노래와 산들바람을 사랑하고 아침에 핀 꽃이 향긋한 공기를 사랑하듯이 뜨거운 피 가슴치나니 나는 너를 사랑한다. 너는 내게 청춘과 기쁨과 용기를 부어라. 새로운 노래로 그리고 춤으로 나를 몰고 가나니 그대여 영원히 행복하여라 나를 향한 사랑과 더불어.. 5월 아침의 노래 / 밀턴 마.. 더보기 2월의 詩모음 ☆ 2월 ☆ 서 윤덕 봄 맞이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얼름아래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동백꽃망울 기지개 켜는 모습 상급 학교에 갈 채비하며 의젓함을 여미는 이월 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다가 아지렁이와 함께 오는 훈풍에 꼬리 내린다 봄 맞이 길을 여는 이월 고맙다. ☆ 2월의 시 ☆ 최 규학 2월은 먼동이다 새벽 하늘을 찢는 아픔이 없이 어찌 눈부신 아침을 맞을 수 있으랴 2월은 애벌레다 제 껍데기를 찢는 고통이 없이 어찌 나비가 되어 날 수 있으랴 2월은 꽃봉오리다 제 가슴을 찢는 고통이 없이 어찌 꽃이 되어 향기를 뿜을 수 있으랴 2월은 제 스스로 가위가 되어 제 살가죽을 잘라내야만 찬란한 봄을 낳을 수 있다 ☆ 2월의 시 ☆ 함 영숙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 더보기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정하 - 창가사이로 촉촉한 얼굴을 내비치는 햇살같이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려주며 이마에 입맞춤하는 이른 아침같은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드러운 모카 향기 가득한 커피 잔에 살포시 녹아가는 설탕같이 부드러운 미소로 하루시작을 풍요롭게 해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분분히 흩어지는 벗꽃들 사이 로 내 귓가를 간질이며 스쳐가는 봄바람같이 마음 가득 설레이는 자취로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메마른 포도밭에 떨어지는 봄비 같은 간절함으로 내 기도 속에 떨구어지는 눈물 속에 숨겨진 사랑이 다른 사람이 아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내 삶 속에서 영원히 사랑으로 남을.. 어제와 오늘.. 아니 내가 알 수 없는 내일까지도 함께 할 수 있는.. 더보기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이기철 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가꾼 삶이 진흙이 되기에는 저녁놀이 너무 아름답다 매만져 고통이 반짝이는 날은 손수건만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널고 덥석 편 자리만큼 희망도 펴놓는다 바람 부는 날은 내 하루도 숨가빠 꿈 혼자 나부끼는 이 쓸쓸함 풀뿌리가 다칠까 봐 흙도 골라 딛는 이 고요함 어느 날 내 눈물 따뜻해지는 날 오면 나는 내 일생 써온 말씨로 편지를 쓰고 이름 부르면 어디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릴 사람 만나러 가리라 써도써도 미진한 시처럼 가도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 풀잎만이 꿈의 빛깔임을 깨닫는 저녁 산그늘에 고요히 마음 베인다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더보기 시월 시 월/임보 모든 돌아가는 것들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산은 너무 고운 빛깔로 덫을 내리고 모든 남아 있는 것들의 발성(發聲)을 위해 나는 깊고 푸른 허공에 화살을 올리다. 더보기 첫 사랑에 관한 詩모음 소년이 내 목소매를 잡고 물고기를 넣었다 내 가슴이 두 마리 하얀 송어가 되었다 세 마리 고기떼를 따라 푸른 물살을 헤엄쳐갔다 -진은영/첫사랑-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 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 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오늘은 오고 있었다 -김소월/첫사랑- 그 여름 내내 장마가 다 끝나도록 나는 봉숭아 잎사귀 뒤에 붙어 있던 한 마리 무당벌레였습니다 비 그친 뒤에,꼭 한번 날아가보려고 바둥댔지만 그때는 뜰 안 가득 성큼 가을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코 밑에는 듬성듬성.. 더보기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다음